아내가 도시락을 싸줬다. 도서관에 밥을 팔지 않기 때문에, 글구 돈도 절약할 겸, 아내에게 도시락을 요청했다. 흔쾌히 즐거운 표정(?)으로 도시락을 싸줬다. 도시락을 풀러보니, 반찬이 네 가지나 된다. 키위도 예쁘게 포개져있고, 따뜻한 녹차도 김이 모락모락 난다. 신혼 초, 기윤실에 다닐 때 모두를 깜짝 놀래켰던 치즈로 만든 하트와 그 위에 쓰여있는 편지는 없었지만, 락앤락 뚜껑을 여는 순간 아내의 사랑이 훈훈하게 번지는 걸 단박에 느낄 수 있다.

     사역이다 뭐다 하면서 돈 버는 데는 전혀 재주가 없는 남편을 만나, 아내는 경제적으로 넉넉한 느낌을 한번도 받은 적이 없으리라. 채윤, 현승도 아빠로부터 값비싼 선물 한번 받아본 적 없다. 그런 부실한 남편이자 아빠가, 또다시 신학교 들어간다고 일을 그만뒀다. 앞으로 최소 연말까지는 수입이 없다. 두 아이와 아내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터진다.


     주께 내 맘을, 내 삶을 드리기로 작정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껏 걸어온 내 삶의 발자취 역시 후회하지 않는다. 그 길이 나에겐 최고의 선물이었음을 난 진정 알고 있다. 그리고, 나의 가정도 마찬가지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에 대한 미안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이다. "슬픔 대신 희락을, 재 되신 화관을..." 그렇게 이끄실 주님의 은혜를 마음 깊이 사모한다.


     "도시락"은 지금의 현실에 감사하고, 지금껏 인도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찬양하라고 말씀하신 하나님의 언약이다.

200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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