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오늘 어느 교회 가?

도토리교회.

도토리교회? 으하하하하. 기여워. 아오, 기여워.

 

채윤이의 말이 예언과도 같았다.

도토리교회는 도토리 같이 기여운 교회였다.

하나님(부처님 아니고) 손바닥에 든 도토리들처럼 모여 찬양하고 예배하니 기여웠다.

 

작고 기여운 사이즈와 모양 때문에 결코 위협적일 수 없는 도토리 같은 교회.

그래서 '안전한 곳'이란 수식어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곳에 앉아 예배 드렸다.

내 몸 사이즈에 꼭 맞춰 안아주는 엄마 품 같았다.

높은 천정, 바닥을 진동시키는 바이브레이션의 성가대의 찬양, 오르간 소리,

숨소리조차 크게 낼 수 없는 고요함에 익숙해져 잊었던 감각이다.

도토리교회에 계신 하나님은 내 허전한 등을 따스하게 감쌌다.

부엉이 안경을 쓰고 집게손가락 흔들며 요리조리 따져대는 교만한 이성을 잠재우셨다.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니 그냥 거하라고, 쉬라고 하셨다.

 

큰 용사이며 동시에 나병 환자였던 나아만 장군을 만났다.

글 쓰고 강의 좀 한다며, 마음공부 좀 해서 사람 마음 안다며 기세등등한,

나는 큰 용사라 자부하며 이스라엘 왕 앞에 뻐기고 나가는 나아만 장군이다.

그러나 기실 그곳에 간 목적은 썩어들어가는 내 몸을 고치기 위함인데.

사실 나는 교만하여 내 뜻대로 휘두르고 싶어 설치다 좌절한,

마음이 썩어들어가는 허무병 환자이다.

 

정결하게 하는 샘이 나의 앞에 있도다. 성령께서 권고하사 죄 씻으라 하시네.

나의 가는 길이 좁고 내 뜻대로 안 돼도 모든 욕심 다 버리고 주만 따라가겠네.

한량없는 주의 은혜 나를 영접하셨네. 성령님께 또한 영광 모두 돌려드리세.  

 

말씀과 찬양, 그리고 사람들의 따스한 인사가 나를 '정결하게 하는 샘'으로 안내하였다.

잊은지 백년이 된 것 같은 성령님의 따스한 위로, 생명의 샘물을 기억나게 하였다.

허무병 환자도 새로워질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다시 새로워질 수 있을 것만 같다.

 

남편 피정주간마다 무슨 쇼핑을 하듯 잘한다는 교회를 골라 가보곤 한다.

눈높은 소비자의 콧대를 스르르 사라지게 만드는 예배가 있는 교회,

아니 감히 소비자의 잣대를 꺼내 들 마음이 들지 않는 교회가 있다.

이런 작고 기여워 안전한 교회가 있다니! 시름이 깊어진 마음이 크게 위로를 받는다.

이 땅의 교회에 대한 사랑인지 책임인지 개인적 소명인지 복잡한 남편의 마음에 희망의 불씨가 지펴졌으면.....

 

 

 

  

 

작은 교회를 보며 '부흥이 안 될까' 걱정해본 적은 많지만

'커지지 말았으면' 싶은 마음이 든 건 처음이다.

좋은 물, 좋은 목자가 알려지지 않을 방법이 없는 시대이긴 하지만

도토리교회가 빨리, 널리 알려지진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로 어디 있는 교회인지는 안 알랴줌.

꼭 알고 싶은 분은 검색을 하든 제게 묻든 알아서 하시길.

 


** '도토리교회' 검색으로 들어오시는 분들이 계셔서 알려드립니다.

제가 방문했을 당시 섬기시던 목사님께서는 2015년 12월 즈음에 사임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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