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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으로 공부하는 모성(2004/5) 본문

기고글 모음/JP&SS의 사랑과 책

독학으로 공부하는 모성(2004/5)

larinari 2007.06.30 10:25


이 땅에서 직장생활 하면서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 얼마나 구구절절한 사연이 많을 것인가? 하루에도 직장을 그만둬? 말어?를 몇 번을 되뇌이고. ‘엄마 가지마’를 외치는 아이를 뒤로 하고 나오는 출근길의 무거움. 나는 양가 부모님의 도움으로 비교적 우아하게 직장과 양육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 땅의 직장생활 하는 엄마들의 맘고생 몸고생의 평균치에 훨씬 못 미칠 것이다. 그럼에도 내 수준에서는 고통 속에 적응해 가야 하는 과정이었고, 그 과정을 통해서 내 천성에 부합하는 나만의 모성을 찾아가는 것은 피해갈 수 없는 과제였다. 생전 처음 해 보는 엄마노릇, 그것도 직장과 병행하며 엄마노릇에의 적응하기 노력은 나로서는 끝까지 생각하기와 기록하기였다. 육아와 관련된 사안 사안마다 끝까지 생각해서 내 나름의 원칙을 정하기. 그리고 아이와 관련된 일들을 기록하기. 생각하며, 기록하며 엄마노릇하기 40개월의 중간 보고서쯤으로 이름을 붙여볼까?

큰 아이 채윤이가 7개월이 될 때까지 나는 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 하는 여성들이 제일 선망하는 조건에서 누리고 있었다. 친정엄마가 아이를 봐주셨으며 그것도 아침 저녁으로 아이를 맡기고 찾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출퇴근해 주셨다. 게다가 직장과 집은 30분 이내의 거리에 있었고, 칼퇴근(!)을 100% 보장하는 훌륭한 직장이었다.
채윤이가 7개월 되었을 때, 연로하신 몸으로 산후조리와 양육을 감당하시던 친정엄마가 쓰러지셨다. 갑작스레 아이를 직장에서 두 시간이 걸리는 곳에 있는 시댁에 맡기게 되었다. 이렇게 된 며칠 동안을 내내 울면서 살았다. 시부모님은 ‘직장이 멀고 하니 주말에나 와서 아이 봐라’ 하시는데도 저녁마다 그 먼 길 아이를 보러 갔고, 아침에 출근하면서는 출근하는 시간 내내 차에서 눈물바람이었다. 울다울다 갑자기 ‘내가 왜 이리 울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야 저녁이면 다시 만날 터이고, 친정엄마의 건강에 대한 걱정과 미안함 때문인가? 딱히 그것만도 아니었다.
눈물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서 그 눈물 바닥을 파헤쳐 보았다. 눈물을 다 퍼내고 난 저 깊은 바닥에는 ‘모성을 빙자한 자기연민’이 있었다. 그 눈물은 내가 불쌍해서 나를 위해서 흘리는 눈물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엄밀히 말해서 본능적인 자기애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 울음은 아무리 울어도 아이에게나 나에게나 영양가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로부터 조금은 자유롭고, 너무 무겁지 않은 그러면서도 해피한 나만의 모성을 찾기 시작하였다. 100점짜리 엄마는 하나님 외에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 때 이후로 웬만해서는 이런 식의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것 같다. 직장과 양육을 병행하면서 이 때와 비슷한 정서가 찾아들 때는(예를 들어 아이가 아픈 두고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 등) 필요 이상으로 과장하여 슬퍼하지 않기를 위해서 노력하게 되었다. 씩씩해 졌달까?


끼어드는 글 #1. 채윤이 에게
채윤아! 오늘 아침 엄마 아빠 출근하는데 유난히 힘들어하더구나.
채윤이 울음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해서 마음 한 쪽이 아프구나.
채윤이가 원하는 것처럼 엄마 아빠가 늘 채윤이 옆에 있어줄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엄마는 '내가 엄마가 되면 최고의 엄마가 되리라. 100점 엄마가 되리라' 마음 먹었었단다.
그런데, 이제 엄마는 100점 엄마의 욕심을 버리려고 해. 100점 엄마는 애초부터 할 수 없는 것이었어. 현승이가 생긴 순간부터 엄마는 채윤이 만의 엄마일 수는 없고,
현승이가 없다해도 100점으로 채윤이를 사랑할 수는 없었을 것 같구나.
설령 엄마가 회사에 가지 않고 채윤이 옆에 있어준다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 일거야.
무슨 말인가 하면, 그렇다 해도 채윤이는 슬픈 일이 있을 거라는 얘기야.
사실 채윤이가 엄마 뱃속에서 나온 그 순간부터 엄마를 떠난 것이나 다름없는 것 같아.
(이것을 엄마 자신이 먼저 깨달아야 했었어)
채윤아! 채윤이에게 100%의 행복을 주고, 어떤 슬픔의 여지도 남기지 않고 사랑할 분은 하나님 한 분 이란다. 엄마는 아무리 노력해도 앞으로 채윤이의 마음 아프게 할 일이 많겠지만, 하나님 그 분은 어떤 일에도 채윤일 실망시키지 않으실테니....엄마가 채윤이에게 ‘최고의 엄마이신 하나님’을 소개할 수 있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엄마가 할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서 하나님 그 분이 엄마에게 하셨듯, 채윤이를 사랑하고 보호하실 것을 믿고 감사한다.
채윤아! 다만 엄마가 할 수 있는 만큼 채윤이를 사랑한다. 엄마가 할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늘 기도할게. 채윤이가 걸음마를 혼자 했던 것처럼 혼자 걸어서 하나님을 만나는 것에 다다르도록 그렇게 기도할게. 그게 젤 중요한 것 같아.
울음이 길지 않고, 안 되는 것에 대해서 빨리 포기할 줄 아는 채윤이가 아침의 슬픈 감정들 빨리 털어 버리고 어린이집에서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다. 오후에도 할아버지 할머니와 즐겁게 지내길 기도할게. 하나님처럼 사랑할 수는 없지만 엄마가 최선을 그 사랑을 닮으려고 노력할 거란다. 화 내는 대신 더 많이 들어주고, 기다려주고, 이해해주는 엄마 될게. 귀여운 채윤아! 안녕!

부부가 함께 직장생활을 하는 상황에서 나름대로 양육환경에 대한 원칙을 세웠다. 누구에게 아이를 맡기든 밤에는 반드시 우리가 데리고 잔다. 돈벌이를 위해서 아이를 돌보는 전문 베이비씨터(?)에게는 아이를 맡기지 않는다. 이 두 가지가 충족된다면 어떤 것이든 감수하기로 하고, 그래도 방법이 없다면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당분간 일을 그만두기로 하였다. 결국 최선의 선택은 시댁 근처로 이사하는 일이었다. 이로 인해서 져야하는 어떤 부담이든 감수하기로 하고....
아이와 함께 낮시간을 보낼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안타까워하기 보다는 함께 보내는 저녁 시간을 적극적으로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퇴근해서 함께 있는 시간에는 있는 힘을 다해 놀아주기. 남편과 합의 하에 가급적 저녁 식사를 해결하고 들어가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로 하였다. 사실은 놀.아.주.는. 시간이 아니라 노.는 시간이었다. 놀이가 아이들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이런 것들 때문이 부모로서의 임무를 수행한다기 보다는 최고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거였다. 아직 ‘엄마’ 소리도 못하는 아이를 앞에 앉혀 놓고 기타 치고 노래하고, 블록을 쌓고, 춤을 추고 신나게 놀았다. 한 개의 블록 위에 또 하나의 블록을 제대로 올려 놓지도 못하던 아이가 이제 블록으로 집을 짓고 그 속에서 상상놀이를 할 정도로 자랐다. 그렇게 놀이가 발전하는 40개월 동안 내가 그 안에서 누린 기쁨은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것이리라. 그리고 다시 돌아갈래야 돌아갈 수도 없는. 내 인생에 딱 한 번 있을 즐거움이리라.

끼어드는 글 #2. 바닥에서 밥 먹으면 어떻게 되나?

혼자 뭐라 뭐하 하면서 상상놀이에 빠져 있는 김채윤.
이 때 누가 '채윤아!' 누가 이러면,
'응, 나 지금 채윤이 아니거든. 나 의사선생님 이거든....' 이런다.
오늘은,
'나 채윤이 아니거든. 엄마거든. 정신실이 채윤이야~' 하면서.
'자~ 채윤아! 수제비 먹자. 같이 만들자~'
가짜 채윤이(정신실)는 드라마에 침 질질 흘리면서 빠져 있는 중.
가짜 엄마(김채윤): 자, 수제비가 다 됐구나. 이제 수제비 먹자. 일루 와.
가짜 채윤(정신실): (‘백만송이 장미’를 봐야하기 때문에) 엄마! 나 여기서 먹을래요.
가짜엄마: 뭐? 엄마 얘기 들어봐. 여기가 어디야? 부엌이야? 아니지?
식탁이야? 아니지? 밥은 어디서 먹어야 되지?
(완전히 정신실이 김채윤 설득할 때 하는 말투다!!)
가짜 채윤 : 그래도 여기서 먹을래요.
가짜 엄마 : (제법 단호하게)안돼. 식탁에서 먹는 거야. 바닥에서 먹으면 안돼.
가짜 채윤 : (김채윤을 말 시켜 놓고 그 사이에 ‘백만송이 장미’ 볼려는 흑심으로)왜요? 엄마!
가짜 엄마 : 응....여기는 어디야? 바닥이지? 음...바닥이니깐...여기서 먹으면......음......
(막 버벅거리다가) ........음....... 죽.어!!
가짜 채윤 :(오잉!) 죽어요?
가짜 엄마 :(훌륭한 답을 얻었다는 듯, 자신있게) 그래. 죽고 또 그 담에는 이빨이 다 썩어.
가짜 채윤 : 아~ 그렇구나. 엄마 거기서 먹을게요.


걱정과 염려, 내가 해 줄 수 없는 것에 집중하기 보다는 해줄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기로 하면서 양육은 보다 신바람나는, 삶에 즐거움을 더 해 주는 일이 되는 것 같았다. 게다가 자라나는 아이는 우리에게 다양한 의외의 웃음을 선물로 주고 있었다. 이렇게 말이다.

끼어드는 글 #3 아.어려운 우.리딸 성.교육 이야기

채윤이가 한 30개월 되었을 때. 아무데서나 옷 벗고 돌아다니길 예사로해서 나름대로 성교육을 시킨다고 그림책을 읽어주고 책에 나오는 대로 이런 걸 가르쳤다.
'아가야! 잠지 좀 보자~' 누가 이러면....채윤이는 큰 소리로 버럭 화를 내면서.
'안돼요! 내꺼예요! 소중한 거예요!'라고 소리치도록 했다.
뜻을 아는지 모르는 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정답이 딱딱 나왔다.
그러던 어느 날. 유치부 예배 끝나고 어느 선생님 하시는 말씀.
'대체 채윤이 성교육을 한 거예요? 이게 성교육인지 유혹인지 뭔지....원
얘기인 즉슨, (대체 누가 묻지도 않는데)
'내 잠지 보면 안돼요. 내 꺼예요. 소중한 거예요' 이러면서 소리지르고 다니더란다.
그리고 또 어느 날.
씨익 웃으면서 '아빠 나한테 아가 잠지 좀 보자' 이거 해봐.(늘 이런데 걸려드는 건 아빠다)
딸보다 더 천진난만한 아빠(진지하게) '아가야~ 어디 잠지 좀 보자"
채윤이 (아주 빠르게 의례적으로) '안돼요내꺼예요소중한거예요~~~'한 다음.
씨익 웃으면서....'네~ 여기요~'
아빠는 꽈당!


둘째를 낳으면서 이런 저런 상황으로 아예 시댁과 합가를 하게 되었다. 아이 하나를 두고 양육자가 둘(우리부부, 부모님부부)인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때로는 근본적인 세계관에 관련된 사안들 까지 생각이 다른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아이들 먹는 음식의 간을 맞추는 것부터, 옷을 입히는 취향, 넘어져 우는 아이에게 바닥에 ‘때찌’ 시키기, 유치원 가서 무조건 애들 이기고 오라고 가르치시는 것.....처음에는 이런 부분에서 자유로와지기 내지는 엄마로서의 권리를 일정정도 이양하기가 어려운 일이었다. 양육의 권리가 내게 있다고 생각하면 늘 속상한 일 뿐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우리 힘으로 양육하지 못하고 부모님의 힘을 빌리는 이상 모든 양육권의 50%는 부모님께 있다고 의식화하기 시작하였다. 둘째를 낳은 이후로 큰 아이가 어찌나 할아버지께 찬밥이 되었는지....내리사랑 이라니 아직 어린 아기가 더 예쁘시기도 하고 게다가 가부장적일 수밖에 없는 아버님께 아들 손주는 더더욱 특별할 수 밖에 없다. 엄마 아빠의 의식과 상관없이 차별 아닌 차별을 받아야 하는 큰 아이를 보면서 안타깝기만 하지만 그 역시 우리의 통제권 밖에 있는 문제이다. 이렇게 부모님과 함께 살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땅 꺼지는 걱정 속에서도 딸은 엄마처럼 기죽지 않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동등하게, 당당하게 맞서고 있으니 위로가 될 밖에...


끼어드는 글 #4 우리 시어머니한테 화장실 청소시키는 무써운 사람 있다.

어머니께서 머리가 젖어 가지고 뒤집어지며 나오신다. 웃으시느라 말씀을 잇지 못하신다.
'나 참 쟤 때매.......내가.....아후.....' 내용인 즉슨,
할머니 머리 감고 화장실 청소하고 계시는데 채윤이 다가가서
채윤 : 할머니 뭐하세요?
할머니 : 화장실 청소하지.
채윤이 : 그러면 할머니 화장실 청소 다 하고 우리 화장실도 청소 하세요~
할머니 : (기가 막혀서) 뭐? 니네 화장실은 니 엄마가 해야지 왜 내가 해?
채윤이 : 할머니가 우리 화장실에서 똥 싸잖아요? 그러니까 할머니가 해야죠
(우리 화장실에 비데가 설치 돼 있어서 할머니가 우리 화장실을 이용하심)
세상에 무서운 것 없는 나의 지존 시어머니한테 화장실 시키는 킬러 있었으니. 바로 내 딸!

끼어드는 글 #5. 뚜~우~ 0. 3. 1. 5. 7. 6. 2. 2. 5. 2.

여부세요. 채윤인데요, 누구 바꿔드릴까요? 안녕하세요?(여기까지 의무적으로 매우 빨리)
엄마! 팀장님한테 말하고 빨리 채윤이한테 여기루 와.
그럼, 아빠가 교수님한테 말하고 채윤이한테 오라구해.
지난 번에 교수님한테 말하니까 아빠 일찍 낮에 집에 왔잖아.
그 때, 교수님이 아빠 집에 가라고 해서 교수님 진짜 대단하지? 또 그렇게 하라구래.
빨리 와!
엄마 언니들 치료 다 해줬어? 노래했어? 채윤이도 노래해줘. 키보드 키고 채윤이 방에서 춤춰.
현승이 바꿔주께. 현승이 불러 봐~현승아! 엄마야. 엄.마. 해봐.
엄마 이따가 배띠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사 와.
나 할아버지 말씀 쪼금 안 들었어. 할아버지는 나쁜놈 이야. 비디오 안 틀어줘서.
엄마! 안녕! 뚜우 뚜우 뚜우 뚜우....


원칙을 세운다고 해서, 아이의 작은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한다고 해서 엄마노릇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아침마다 아이를 떼놓고 나오는 그 마음의 부담 또한 사라져 주는 것도 아니다. 다만 세상이 주는 원칙과 내 미성숙한 본성에 따라 엄마 노릇하기는 더 많은 마음에 분열과 죄책감만 낳을 뿐임을 알기에 나름대로 해 보는 몸부림이었다. 앞으로 더 많은 날을 나는 엄마로 살아야 하는데 ‘100점 엄마는 하나님 한 분 밖에 없음’을 명심하며 그 좋은 엄마를 따라 배우며 엄마 노릇하리라 다짐해 본다.





정신실 : 5월호 <복상> 연재글은 시간과 여러 기타 사정으로 혼자 쓰게 되었습니다. 혼자 쓰는 매리트를 살려 '모성'내지는 '양육'에 관한 글을 혼자 썼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읽으신 채윤이 관련 에피소드도 집어 넣었구요. (04.16 16:54)
전미순 : 글이 너무 길어서 나중에 읽어볼께요! (04.16 22:29)
정신실 : 푸하하하핫...그러셔~ 그런 거까지 그렇게 솔직하게 다 말 안해도 되는데... (04.17 11:06)
남은정 : 난 지금 다 읽었쥐~! 오늘에야 이 글이 뜨네.. 내 컴이 이상한가부다.. 휴... 새글이 재때 뜨지도 않다니.. 엉엉.. (사실 몸이무거워지니까 별게 다 서러울려구하네.. ㅋㅋㅋ) (04.1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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