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전에 현승이를 갖고 입덧을 심하게 할 때였다.

채윤이 때는 파트타이머였어서 이렇게 저렇게 해서 집에서 쉴 수가 있었는데,

현승이 때는 하남시에서 신대방동 까지 아침 저녁 출퇴근을 해야 했었다.

지하철에서 나는 냄새를 견딜 수 없어서 남편이 아침에 차로 태워다 주면 저녁에는 내가 운전해서 퇴근하곤 했었다.

먹지 못하고, 무슨 정신으로 살고 있는 지를 알 수 없는 때였다.

어느 날 저녁.

혼자 막히는 88 위에서 '이 놈의 막히는 길'에 대해서 불만이 가득한 채로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온 찬송이 있었다. 도대체 이 찬송을 불러본 지 얼마나 됐는지 기억이 나지도 않을 정도.

'여러 해 동안 주 떠나 세상 연락을 즐기고

저 흉악한 죄에 빠져서 그 은혜를 잊었네.

오 사랑의 예수님 내 맘을 곧 엽니다.

곧 들어와 나와 동거하며 내 생명이 되소서.'


이 찬양을 부르고 또 부르면서 울고...차 안에서 혼자 부흥회를 했었다.

입덧을 시작하면서 새 생명에 대한 소망과 기쁨은 커녕 어느 새 우울과 허무에 빠져 헤매던,

주님을 찾지도 않았던 몇 주를 회개하면서 마음이 회복된 경험이 있다.


2

장마가 시작되면서 비가 오는 날 치료하러 나가는 것이 너무너무 싫었다.

불과 2년 전, 풀타임 그만두고 집에서 느긋하게 오전을 보내고 출근하던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었는데...그 때 그 기쁨과 행복이란 찾아볼 수가 없다.

그저 빗 속에 무거운 키보드를 옮기고 악기를 옮길 생각을 하면 머리 끝까지 신경질과 우울로 뒤범벅되는 것이었다.

'내가 왜 이러고 살지? 음악치료? 하기도 싫고 재미도 없어. 수영장에서 만나는 아줌마들처럼 수영 마치면 같이 몰려 다니며 수다떨고 커피 마시고 그러고 싶어. 아~ 인생에 낙이 없어'


3

알지도 못하는 대학 선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포천에 있는 어느 대학 유아교육과 교순데...다음 학기부터 강의를 해달라는 얘기다. 것두 한 번 가서는 세 클래스 강의를 하게 되니 내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제안이다.

흔쾌히 승낙하니 다음 날 저녁까지 교재를 좀 정해서 알려달란다. 얼른 다음 학기 스케쥴 조정부터 했다. 그러잖아도 그만두고 싶었던 기관에 전화해서 목에 힘 주고 '다음 학기부터 강의 때문에 일을 못하게 됐습니다'하고...

다음 날, 교보에 가서 교재로 쓸 책, 부교재로 쓸 책을 부푼 마음으로 사가지고 와서는 선배에게 전화를 했다.

선배 하는 말 '미안하게 됐네. 우리 학교 다른 교수가 그 과목을 하겠다네. 그러면 어쩔 수 없거든...내가 다음에 강의 기회가 있으면 제일 먼저 연락할께. 미안해요' 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이 나이에 이러구 다니며 일을 해야하나 싶은데...기름을 붓는 일이었다. 에이~씨, 공부를 더 해야하나? 40대가 돼서도 이러고 다닐 순 없는데...

아~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4

7월 내내 아니, 어쩌면 그 이전부터 정신실의 영혼은 피폐해져가고 있었다.

점점 피폐해가고, 그러면서 마음의 독은 쌓이고 쌓여...

7월 말 쯤 되었을 때는.

독이 오를대로 오른 한 마리 짐승이 되어 '누구든 나를 건드리기만 해봐라. 확 물어 버린다'

하는 수준이 되었었다.

회복해보고자 말씀도 보고 기도를 해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역부족임을 알았다. 기도하는 제스춰를 취했을 뿐 주님께 나아가지 않았으니까...가끔 말씀이 마음을 울리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내가 말씀에 순종하겠다는 생각이 없었으니까.


5.

지난 주 아이들과 기도제목을 얘기하면서 '엄마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게' 해달라고 기도제목을 말했다. 그렇다. 마음이 다시 기경되는 수 밖에 없었다. 단지 환경이 문제가 아니었다. 내 마음이 어느 새 굳을대로 굳어 있는데.... 아이들도 남편도 '엄마 무서워' 하면서 눈치보는 게 일상이 되었다.

남편은 '얘들아! 엄마 무섭지? 나도 니네 엄마 무서워'했다.


6.

남편이 수요찬양 인도를 하는데 싱어를 해달라고 했다. 참으로 오랫만에 수요찬양에 선 본다. 첫 찬양이 다름아닌 '여러 해 동안 주 떠나.....오 사랑의 예수님. 내 맘을 곧 엽니다. 곧 들어와 나와 동거하며 내 생명이 되소서'였다.

이 찬양이 일순간 마음을 깨뜨렸다. '오 사랑의 예수님 내 맘을 곧 엽니다. 곧 들어와 나와 동거하며 내 생명이 되소서'


결국, 이어지는 찬양으로 마음이 만져졌고,

이어지는 기도회 시간에는 오랫만에 주님의 이름을 깊은 영혼의 울림으로 부르며 죄를 고백할 수 있었다.


채윤이에게 돌아오는 차 안에서 말했다.

"채윤아! 하나님이 우리 기도 들어주셨어. 엄마 마음이 드디어 말랑말랑해졌어. 채윤이가 기도해주니까 금방 응답이 되네...."


이렇게 탕녀는 다시 한 번 주께 돌아왔다.


200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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