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님 커피 한 잔 주세요_에니어그램과 함께하는 내적여정5






육미 : 모님, 드디어 오늘이 왔네요. 어젯밤에 살짝 잠 설쳤어요.

모님 : 왜? 모님 독대할 생각에 설레여서? 호호.

육미 : 네? 네, 물론 그렇기도 하구요. 좀 떨리기도 하구요. 6유형에 대해서 설명도 해주실 거지만 저도 말을 잘 해야 할 텐데. 혹시 제가 6유형이 아닌데 6유형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되고.

모님 : 6유형일까 봐 걱정, 6유형이 아닐까봐 걱정? 걱정근심 주식회사 사장님! 걱정 잠시 접어 두시고 커피 한 잔 드십시다. 아침에 커피 마셨니?

육미 : 네. 그런데 또 마실래요. 잠도 깨야겠구요.

모님 : 너 두 잔 마시면 심장 뛴다고 안했니? 부드럽게 까페라떼 해줄까?

육미 : 좋은데……. 번거롭지 않으시겠어요? 그냥 아무거나 주셔도……. 카페라떼 주세요. 흐흐흐.


6유형

자아이미지 : 나는 책임감이 강하고 충실하다

집 착 : 안전

회 피 : 일탈

근원적인 죄 : 두려움(공포)

방어기제 : 투사

성숙의 열매 : 용기

 

육미 : 감사합니다. 아, 부드럽고 커피향도 너무 좋은데요.

모님 : 직장에선 무슨 일로 그렇게 마음이 복닥거렸어?

육미 : 실은 해외지사에 자리가 하나 났어요. 제가 전부터 해외근무 하고 싶어 했던 것 아시죠? 저랑 친한 팀장님이 그 자리에 제가 갈 수도 있다고 귀띔을 해주시더라고요.

모님 : 그래? 잘됐네. 충직하고 성실한 육미를 알아봐 주는구먼. 육미로 말하자면 책임감 있고, 맡은 일은 끝까지 해내고, 공동체에 충성을 다하는 변함없는 사람 아니니. 비오는 수요일에도 수요예배 빠지지 않는 사람, 육미! 하하하. 잘됐다. 좋겠네.

육미 : 그런데 좋지가 않아요. 과연 가서 잘할 수 있을까 싶고, 특혜라고 동료들이 뒤에서 뭐라 하지 않을까, 이제 막 시작한 프로젝트가 있는데 중간에 가야하면 책임감 없는 행동이잖아요. 이래저래 불안해 죽겠어요.

모님 : 게다가 정말 가게 되기는 할까도 걱정되고? 가서 잘못되면 여기서 근무하는 것보다 못하게 될까 싶고, 또…….

육미 : 어? 어떻게 아셨어요?

모님 : 어떻게 알긴 어떻게 알아. 잘못되고 실패할 모든 경우를 나열하면 육미 마음!^^

육미 : 그.그렇죠. 아……. 저는 왜 이럴까요? 모님!

모님 : 에니어그램의 각 유형마다 끝끝내 놓지 못하고 붙드는 집착이 있어. 6유형에겐 그게 ‘안전’이야. 어떤 의미에서든 6유형은 어린 시절에 ‘신뢰감’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키워나갈 수 없는 환경이었다고 해. 부모가 감정조절이 잘 되지 않는 분이었거나, 아이에게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보였거나, 냉정했거나 했거나……. 각각 경험은 다 다르겠지만 6유형에게는 ‘안전하지 못함’에 대한 뼈아픈 기억이 몸과 마음에 새겨져 있다고 해야겠지.

육미 : 안전이라는 말이 제 심금을 울리는 말이기는 하죠. 저는 예나 지금이나 아빠가 무섭긴 하지만 ‘신뢰감이 형성이 안됐다’ 이런 건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모님 : 같은 유형이라고 어린 시절에 관한 기억이 똑같지는 않아. 같은 경험에도 어린 시절의 내가 어떻게 기억하고, 해석해서 내면화 했느냐가 문제니까. 정직하게 마음에 소리에 귀 기울이며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해.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 나눌 기회를 가져보자. 암튼, 6유형들은 안전하고 확실한 것만 추구하려고해. 그런데 인생살이가 어디 그렇게 안전하기만 하냐고. 세상은 너무 위협적인 곳 아니냐.

육미 : 그렇죠! 그러니까 항상 다가올 위험에 대비해 살아야지요.

모님 : 그래 항상 대비하니깐 대비가 되시든가요?

육미 : 네? 아, 하하하……. 대비가 되도록 해야죠. 갑자기 이렇게 예상에 없는 문제를 내시면 당황이……. 그러고 보면 저는 규칙과 정해진 틀어 벗어나 갑자기 생기는 일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게 약한 것 같아요.

모님 : 그래서 안전에 붙들린 6유형이 극구 회피하고자 하는 ‘일탈’이라는 거야. 6유형들은 규범, 법, 정해진 대로, 상식 이런 것들을 좋아하고 잘 지키지. 그런데 그 동기가 뭐냐? 위협적인 세상에서 이런 외적 권위라도 부여잡고 있으면 그나마 안전하지 않겠냐는 거야.

육미 : 그래서 그런지 뭔가 정해진 테두리에서 벗어나는 걸 보면 화가 나는 것 같아요.

모님 : 정도에서 벗어난 ‘일탈’이라는 것은 6유형들이 그렇게도 목숨처럼 지키고 싶은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니까 자신은 물론 주변사람들의 일탈도 봐줄 수가 없겠지.

육미 : 제가 그래서 ‘다워야 한다’라는 말을 좋아하나봐요. 학생은 학생답고, 부모는 부모답고, 목사님은 목사님답고……. 제발 그렇게 각자 지킬 것은 지키는 세상이었음 좋겠다고요. 아, 나 왜 이리 흥분을 하지. 저 좀 흥분했죠? 흐흐흐…….

모님 : 그러게 말이다.

육미 : 아, 어제 운전을 하고 가는데 집 앞 도로에서 어떤 고딩이 귀에 이어폰을 꽂고 차도로 걸어가고 있는 거예요. 옆에 버젓이 인도를 놔두고 말예요. 순간 너무 너무 화가 났어요. 클락션을 빵 울리니까 미안하다고 인사를 하는데도 계속 화가 가라앉질 않는 거예요. 아우, 그런 인간들 때문에 속이 부글거리는 게 한 두 번이 아녜요.

모님 : 단지 인도 놔두고 차도로 걸어갔기 때문에 그렇게 화가 난거야?

육미 : 아니, 그러니까 거기가 커브였는데요 제가 못 봐서 칠 수도 있었잖아요.

모님 : 그 짧은 순간에 벌써 머릿속에선 교통사고 났고, 119 부르고, 응급실까지 갔구먼.

육미 : 헤헤헤……. 보험처리까지 끝났죠.

모님 : 그러니까 그 순간 치밀어 올랐던 감정은 차도로 걷는 고딩 때문이 아니라 육미 안에 있었고 순간적으로 건드려지고 증폭된 ‘두려움’ 때문이라는 거지. 그것이 6유형의 근원적인 죄야. 늘 걱정, 근심, 불안, 공포에 시달리는데 문제는 이것이 어디서 오느냐? 밑도 끝도 없는 온다는 거고, 이유 없는 두려움이라는 거지.

육미 : 으아, 밑도 끝도 없지는 않아요. 모님. 사고가 날까봐 그런 거잖아요. 이유가 없다고 말씀하시면 좀 억울한데요. 이유가 없다……. 이유가 없다…….라는 말씀이죠? 아, 좀 혼란스러운데……. 이런 기억이 있어요. 어렸을 적에 어느 날 놀다가 집에 늦게 들어가서 아빠한테 무지 혼난 적이 있어요. 그런데 며칠 후에 놀다가 또 늦은 거예요. ‘오늘 집에 가면 죽었구나’하고 각오를 하고 들어갔는데 아무 일이 없었어요. 이상하게 혼날 예상을 하고 들어가면 안 혼나고,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가면 혼나는 거예요. 이 때 부터 저는 일이 잘못되는 최악의 경우를 끝도 없이 상상하는 버릇이 생긴 것 같아요. 실은 그 상상 속 불안과 공포 속에 있는 게 차라리 편한 것 같아요. 어, 이게 지금 뭐라는 거지? 암튼, 그래서인지 제가 사람들이 저를 이용하려 하거나 나쁜 뜻이 있는 게 잘 보여요.

모님 : 하하, 정말 그럴까? 물론 6유형들은 부조리한 것과 의심스러운 것을 감지하는 육감이 있다고 해. 그런데 이게 항상 맞겠느냐는 거지. 6유형이 쓰는 주된 방어기제는 ‘투사’야. 자신 안에 있는 부정적인 동기가 타인에게도 있다고 상상하는 거지. 그래서 타인들의 마음을 읽으려 하고, 배후에 감춰진 것을 찾아내려 하지. 또 자신이 읽어낸 게 진실로 맞다고 생각하는 게 투사야. 좀 과장하면 6유형들 ‘음모론자’라고 부를 수 있겠다. 늘 의심하고, 뭔가 음모가 있을 거라는 생각하는 거 말이야.

육미 : 허거걱! 그…….그게 투사군요. 왜 이리 얼굴이 화끈거리죠?

모님 : 자신의 유형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면 에니어그램이 주는 선물의 더 깊은 차원으로 발을 들여놓은 거야.

육미 : 모님, 저의 두려움이 죄라는 말씀에 대해서 한 번 더 설명해 주세요.

모님 : 여기서 말하는 근원적인 죄란 도덕적인 죄가 관계적인 죄로 이해해야 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이웃과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무엇보다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진짜 너 자신과 단절시키기 때문에 죄지.

육미 : 두려운 건 그냥 두려운 거잖아요. 사람이 두려워하는 게 당연한 거잖아요.

모님 : 그렇지. 말 잘했다. 두려워하니까 사람이야. 애초부터 혼자 힘으로는 안전할 수 없는 존재가 피조물인 인간의 자리잖아. 자신의 안전을 자신이 지키겠다고, 지켜야만 한다고 온 몸에 힘을 주고 사는 사람이 단적으로 6유형이라는 거야.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붙들고 씨름하는 거나 다름없지. 게다가 언젠가 네가 말한 것처럼 불안을 더 큰 불안으로 해결하려고 하잖아.

육미 : 그렇죠.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거죠. ㅜㅜ

모님 : 밑도 끝도 없는 정체불명의 두려움은 하나님을 믿지 않음이고, 꺼진 불 다시 보고 또 보고 단속하고 또 단속하면 위험에서 벗어날 거라는 환상 또한 하나님 노릇하겠다는 것이니 이것이 죄가 아니고 무엇이냐?

육미 : (울먹) 모님, 저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예요?

모님 : 두려움을 더 큰 두려움으로 피하지 말고 하나님께 피해야지. ‘걱정 근심 안전제일’ 시스템이 자동 테이프처럼 돌아가는 걸 알아챌 때마다 ‘어, 내가 또 이러고 있네.’ 하고 멈추는 거야. 멈추는 순간 우리 안에 이미 계시는 성령님의 안전한 품으로 피해야지. 네가 있는 그 곳, 성령님의 내미는 손을 붙잡기만 한다면 언제나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야.

육미 : 알 듯도 모를 듯도 하지만 아주 작은 빛이 마음에 비치는 것 같기도 해요. 감사해요. 모님, 저 조금 쉬어야 할 것 같아요. 또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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