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엉말 정말 먹고 싶지만 감히 먹을려고 엄두 내지 않았던 것이 있었습니다.
어릴 적에.....
어른들은 매일 분위기 좋게 홀짝홀짝 하면서 애들이 먹으면 머리 나빠진다고 해서...
머리 나빠지는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분위기적으로 먹으면 안될 것 같아서 먹질 못했습니다.
바로 커.피.

미혼 때 결혼한 사촌 언니가 커피 마시며 조카한테 똑같은 말을 하는 걸 봤습니다.
짖궂게 네 다섯살 된 조카한테 '다혜야~그건 어른들이 만들어낸 검증되지 않은 거짓 이데올로기란다...ㅋㅋㅋ'하고 언니를 놀렸습니다.
제가 애를 키우다보니 저도 별 수 없더군요. 차마 머리 나빠진다는 말은 못하고 커피는 뜨거워서 어른들만 먹는 거라고 채윤이를 가르쳤습니다.
초기에 강력하게 의식화가 돼서 요즘에는 냉커피를 마셔도 그저 자기는 못 마시는 거려니 합니다.
응용력 강한 채윤이가 이 과정에서 '어린이, 어른' 개념을 배워가지고는 자기가 먹는 과자 같은 거 하나 달라고 하면 '이건 어린이만 먹는 거야. 어른은 안 먹는 거야~' 합니다.

어린이집 적응과정에 아침마다 울던 채윤이가 갑자기 울지 않게 된 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아빠랑 눈이 마주쳤는데 역시나 '나 어린이집 안 가'하는 말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설명과 토론을 좋아하는 아빠가 '아빠도 가끔 학교 가기 싫은데 학교에 꼭 가거든~
#$%&^$#$%#$#$..........................#$%$%^^&%' 막 지겹게 설명을 하는 중
'어린이는 어린이집에 가고 아빠는 어른이니까 학교 가고 엄마는 회사 가고 그러는 거야'
그러자 채윤이 놀라운 발견을 했다는 듯
'어!? 안나(자신을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 어.린.이.집하고 어.린.이. 하고 똑같네.
엄마! 안나 어린이집 하고 어린이하고 똑같해요~' 하면서 뛰쳐 나왔습니다.
여기서 채윤이가 도를 깨달은 겁니다. '아~어린이는 어린이집에 가는구나~ '
자신의 정체성을 어.린.이로 강하게 내면화 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이건 채윤이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발견이 된거죠.

그러고 나서 제가 차를 태워 어린이집에 데려다 줬는데 울지 않고 '안녕' 하더라구요.
도를 깨우친 채윤이 더 이상 울지 않았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2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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