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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정

들키다

larinari 2011. 12. 2. 23:17

 
친정엄마랑 통화하며 정줄 놓고 시어머니에 대한 콤플레인을 별 여과없이 쏟아내고 난 후였다.

채윤이가 옆에 와서는
엄마, 내가 들을려고 그런 건 아닌데 들었어. 난 엄마가 할머니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게 쫌.... 너무 그래서 피아노 치는데 자꾸 그 생각이 나.

... 추.... 충격받았어?

그런 거 비슷해. 할머니가 엄마를 좋아하시잖아. 그리고 우리가 멀리 이사가니까 섭섭해 하기는 거 같고, 요즘도 매일 우리한테 잘해주려고 애쓰시는 것 같은데... 엄마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걸 아시면...

맞어. 할머니가 밥도 해놓으시고 잘 해주시지. 엄만 근데 할머니가 몸도 약하시고 요리도 힘들어하시는데 그렇게 안하셨으면 좋겠어. 애써 해놓으시고 우리가 많이 고마워 안하면 화가 나시는 거 같거든.

그냥 그건 엄마! 난 그럴 때 그냥 그건 그 사람의 성격이라고 생각해. 나도 내 성격이 있는거고.. 그건 바꾸라고 할 수도 없는 거잖아(똬아~ F 엄마 열등감 고조시키는 T 딸의 쿨한 정리)

그것보다 좀 더 복잡해 채윤아. 할머니가 머리랑 많이 아프신 게 그런 거랑 상관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래. 엄마가 저녁에 가서 하겠다고 해도 자꾸 하시거든. 엄마는 할머니가 진짜 원하시는 것만 하시고 마음이 편하셨으면 좋겠어.

(근심이 더 많아진 표정으로) 엄마 언제부터 할머니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했어? 할머니가 엄나한테 태우러 오라고 하시고 막 그럴 때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고모도 있고 큰엄마도 있는데 엄마한테 그렇게 하시는 건 그래도... 음... 그게 어... 좋은 거 아냐? 그 전에 엄마가 우리한테 할머니를 많이 사랑해드리라고도 했잖아. 그래야 머리 아픈 거 나신다고 했잖아.

어떻게? 나쁘게 생각하는 거 같애? 채윤아, 엄마가 지금 할머니가 힘들고 조금 밉기도 한 게 사실인데 걱정하지마. 엄마가 할머닐 사랑해. 어떨 땐 사랑해서 밉고, 밉다가 더 사랑하게 되기도 하는거야. 채윤이가 크면서 더 잘 알게 될거야.

(왜 아니겠어? 이 엄마가 할머니를 모시면서 처음에 두려워서 하는 공경과 사랑으로 하는 공경을 구분도 못한 채 질퍽거렸고... 시간이 지나며 할머니의 남모르는 상처와 고통을 보며 얼마나 울었는데... 함께 울어드리는 것이 치유임을 알고 그저 들어 드렸고, 그러면서 진짜 사랑한다는 게 뭔질 배웠는데...
걱정마. 채윤아! 엄마란 여자 하늘의 보물에 대해서 그렇게 쉽게 포기하진 않아. 다만, 지금은조금 더 어려울 뿐이야.)

* 딸과의 긴 대화로 내 마음이 더 잘 보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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