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이가 얼마 전부터 계속 딸기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댔습니다.
과일가게 같이 가서 보고는 사달라고 조르는데 얼만가 했더니 15000원 이랍니다.
'지금은 너무 비싸니까 나중에 더 싸지면 사주겠다'고 넘어가곤 했습니다.
벌써 몇 번째 그러기를 반복했는데 오늘 저녁에 사과 사러 간다 했더니 또 딸기 얘기를 합니다. 자다가 일어나서 기분도 안 좋은데다가 껀수 하나 잡았다 싶어는지 울면서
"왜 내가 이렇게 딸기를 먹고 싶은데 딸기를 안 주는데? 얼만큼 싸지면 딸기를 사줄껀데?"하고 데모를 합니다.
찬바람 맞으며 과일가게에 가는데 불현듯 현승이 임신했을 때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습니다.
아마도 이맘때쯤이였을 겁니다. 그 때 둘 다 2호선 전철역에 직장이 있어서 퇴근시간 맞춰서 같이 퇴근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딸기가 너무 먹고 싶었는데 '지금 딸기가 있기나 하겠어?'하면서 둘이 천호동 현대 백화점에 들렀지요. 딸기는 있었습니다. 있었는데 가격이 한 팩에 32000원인가 그랬습니다. 가격을 보고 놀라서 '어이쿠 비싸서 못 먹겠다' 하고 바로 돌아섰습니다. 돌아서면서 '아니 무슨 소리냐. 비싸도 당신이 먹고 싶다는데, 뱃속의 아기가 먹고 싶다는데 먹어야지'하면서 남편이 붙들줄 알았습니다. 헌데 우리 JQ(잔머리지수)가 마이너스에 가까운 남편께서 '맞어. 너무 비싸다' 하며서 쭐레쭐레 뒤를 따르는 것입니다. '으이그~ 내가 못 살어. 사준다고 해도 내가 그걸 먹을까? 바보! 립서비스도 못하냐?' 속으로 그랬었습니다. 암튼 평생을 두고 갈굴 일 하나 더 만든 셈이죠.^^
그 때 현승이가 딸기를 못 얻어먹어서 그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배실배실 웃음이 흘러나왔습니다. 과일가게에 가서 사과를 사면서 딸기 가격을 물어봤더니(갈 때 마다 물어만 보니까 아저씨가 이미 알고 있는 듯) '이거요~ 재고거든요. 원래 14000원 짜린데 10000원 아니 8000원만 내고 가져가세요' 합니다. 재고라도 그리 나빠보이지도 않아서 냉큼 사왔지요. 기대도 안하고 있다가 딸기를 본 현승이가 엄마를 끌어 안고 뽀뽀하고 난리가 났습니다. 짜쉭! 엄마 뱃속에서부터 먹고 싶었던 딸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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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rest 2007.11.22 20:42
쩝~ 정말 맛나겠다~
요즘 과일들이 제철보다 더 맛있다는 거~
정말 먹고 싶게 하지요.
입짧은 아이들이 맛난 거 먹고 싶다 그럴 땐 정말 먹고 싶은거예요.^^
고 때는 어찌나 맛나게 먹는지... 더구나 비싼 걸 덥석덥석 먹는다니까요.~ -
신의피리 2007.11.22 21:21
당신 글 속에 나타난 jp!
언제 봐도 항상 참 한심하다 쯧...
그런 jp랑 벌써 8년을 살았다니,
정신실 참 대단하다...
10년 채우면 좀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까? -
h s 2007.11.23 22:29
JQ지수???????
나두 그거 완젼 마이너스인 거 같은데.......
싸모님!
그래두 그런 사람이 진실하다는 것은 아시죠?ㅋㅋ
현승이가 뱃속에서 부터 딸기를 좋아 했군요.
재고란 딸기가 손질을 해 놓아서인지 아주 맛있어 보이네요.^^
근데 늘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글 재밌게 잘 쓰십니다. ^^ -
미쎄스 리 2007.11.26 08:49
아직 결혼생활 2주 되었지만..
빈말할 줄 모르는 박서방이랑 살려면 미리 기대치를 낮춰야 할 듯 해요 ㅋ
그날.. 큰아버지 질문에 그냥 잘 대답하면 될 것을.. 머릿속으로 진지하게 고민하고는..
"한달에 한번은 힘들 것 같구요. 일년에 2번은 대접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하는데.. 정말.. ㅎㅎ
그치만.. 그 정직함에 제가 반했으니 일년에 2번은 진짜 지키려고 애쓸 마음을 아내인 제가 알아줘야겠죠? ^^
그러고보면 울 아빠가 정말 립서비스의 달인인 듯 해요 ㅎㅎ
백화점에서 몇백만원짜리 밍크 코트를 무심히 바라보며 "내가 저런거 입어볼 수나 있겄냐?"라며 농담하는 엄마에게..
아빠는 "왜 못입어? 입어봐~ 이게 맘에 들어? 이거 좀 입어봅시다."하고 큰 소리 땅땅 ㅋㅋ
그래놓고 엄마가 못이기는척 입어보고 가격 물어보고..
"잉~ 얼마 안허네. 이제 입어봤으니까 벗어. 담에 와서 사줄께~"
그러십니다 ㅎㅎㅎㅎ
별일 아닌 걸로 불같이 화냈다가도 당신 스스로 맘에 걸려서 한겨울에 커다란 수박을 사와서 엄마를 달래시던 아빠 모습이 오늘 아침 유난히 생각나네요.
그런 아빠 모습에 엄마가 30년 넘게 사랑하며 사시나봅니다.
에공..
출근해서 잠시 들린건데.. 너무 길게 써버렸네요 ㅋㅋ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니 249페이지 번역이 제 차지가 되어버렸어요.
그래도 결혼 후 처음 맡은 일이라 새기분으로 즐겁게 해볼랍니다.
참! 어제 채윤이한테 생일 축하한다는 말도 못했네요.
언니가 잊은게 아니라고 변명 좀 해주삼~ 헤헤
우리 아빠한테는 언제나 초롱초롱 큰 눈망울의 여동생이신 울 고모.
조카들은 눈꼽만큼을 뺀 나머지만큼 고모를 사랑합니다요!! ^.~ -
호야맘 2007.11.26 11:28
나두 먹고잡네~~ 딸기 내가 젤루 좋아라 하는 과일인데...
얼마전 호야랑 마트에서 딸기를 보구 둘다 눈에서 빛이 팍팍 튀고 있는데...아빠왈 "뭐냐..둘다 눈감어...넘비싸다." 하고 휙 지나가는데...
우심한 남편... 호야가졌을때 첨이자 마지막으로 사준 딸기...
으~~ 아빠 없을때 호야랑 둘이만 사먹어야쥐~~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