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떨군 줄도 모르고 걷고 걸었다. 어느새 단지 안에 들어섰다. 평소 같으면 하늘 올려다 보길 여러 번, 주저앉아서 '꽃 검색' 카메라로 들꽃 찍기도 한참 했을 것이다. 한낮에 걷는 것은 오랜만이니까. 그런데 하늘도 안 보고, 들꽃도 안 보고, 바람도 느낄 줄 모르고 땅만 보며 걸었다. 똑똑똑똑, 딱딱딱딱. 무슨 소리지? 작은 새 한 마리가 내는 소리라니! 내 마음에 노크하는 소리였다. 똑똑똑, 거기 사람 있나요? 사람 마음 있나요? 

 

세상에! 저 작은 부리로 저렇듯 우렁찬 소리를 낸다.

 

어이, 여기 좀 봐요. 고개를 들어 여기 좀 보라구요. 뭐 잃어버렸나요? 마음을요? 그렇군요. 어쩐지 발걸음이 헛헛하더라구요.

금세 휘릭 날아올라 푸르름 속으로 사라졌다. 내 시선을 낚아 하늘로, 구름으로, 바람으로 꽂아 놓고서. 덕분에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 다시 장착하고 지금 여기로 돌아오게 되었다. 색의 향연이 눈에 들어온다. 저 예쁜 보랏빛이라니! 새소리 풀벌레 소리도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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