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투어를 빙자해서 월요일마다 나랑 같이 데이트를 해주는 남자, 이 남자.
옛 데이트 시절 추억하며 벚꽃 피고 바람 엄청 불는 날에
광진교를 함께 걸었던 남자,  남자.
남방이든 바바리든 맨 위의 단추는 좀 열어두라고 그렇게 말해도
꼭꼭 다 채우는 남자,이 남자.






한 때 내게 '커피 좀 그만 마시라'고 잔소리 하던 남자, 이 남자.
이젠 '커피 한 잔' 하며 시도 때도 없이 주문을 들이대는 남자,
 가끔 나보다 커피 감별을 더 잘하게된 남자. 이 남자.
커피 마실 때마다 다섯 번에 한 번 꼴로 '야, 나는 진짜 행복한 남자다'라며
주제를 적절하게 파악하신 발언으로 점수를 따는 남자, 이 남자.






같이 마주앉아서 얘기 꺼리가 떨어질 즈음이면
'줘 봐' 이러며 카메라를 받아들고는
이렇게 저렇게 내 얼굴을 예쁘게 담아주는 남자, 이 남자.


결혼 후 몇 년 동안 '난 정말 완벽한 아낸가봐. 난 약점이라곤 없는 인간이야'
라고 착각을 할 정도로
 내 있는 모습 그대로를 잘 수용해줬던 남자, 이 남자.
어느 날 갑자기 그게 아니란 걸 깨달은 내게
공황상태에 가까운 배신감을 느끼게 했던 남자, 이 남자.
그로 인해 그 어떤 강력한 지적질보다 더 깊이 나의 어두움을 돌아보게 했던
고마운 남자, 이 남자.






다 좋은데 돈 버는데는 재주가 없어서 내게 늘 미안해 하는 남자, 이 남자.
적절한 시기가 되면 알아서 '여보, 나 택시운전 할까?' 이러면서 자학모드로 들어가는
고도의 테크닠으로 갈수록  바가지도 못 긁게 하는 남자, 이 남자.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신 안의 잠재력을 꽃피우게 하기 위해 
내 한 몸 인당수에 몸을 던지고 싶게끔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남자, 이 남자.


복음에 마음에 빼앗긴 남자, 이 남자.
자기에게 맡겨진 사람들에게 약한모습 내보이기를 주저하지 않는 남자, 이 남자.
세이비어 교회 같은 교회를 꿈꾸며 설레기도 하는 남자, 이 남자.
교회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남자, 이 남자.
아내의 행복을 위해 꿈을 접기도 할 무서운 남자, 이 남자.
선의의 해석을 할 줄 아는 온유한 남자, 이 남자.
바보같은 남자, 이 남자.






크고 작은 염려와 마음의 풍랑이 일 때 '작은 일에 충성해야겠어'라며
지금, 여기의 삶을 살려고 결심하는 남자, 이 남자.
'당신에게 지금 작은 일은 뭐야?' 라고 묻는 말에
'아내를 기쁘게 하는 일!' 이라며 오글거리는 너스레도
진지함으로 승화시키는 남자, 이 남자.
아내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꿀같은 월요일 휴일을 온전히 바친 남자, 이 남자.






'당신하고 헤어졌을 때 걸어서 한강 건넜던 날 생각난다.
진눈깨빈지 뭔지 내렸고 추워서 죽는 줄 알었다'
 이러며 나와 나란히 광진교를 건넌 남자, 이 남자.

말 없이 걷다가 작은 소리로
'주님 뜻대로 살기로 했네. 어떠한 시련이 와도 세상이 이해 못해도
신실하신 주님 약속 나 받았네. 결코 돌아서지 않으리'
뜬금없이 흥얼거리던 남자, 이 남자.
같이 걷는 내 맘을 울컥하게 하는 남자, 이 남자.


방금 전에 전화통화한 남자, 이 남자.
'오늘 저녁 먹으로 집에 왔다가 수요예배 갈거야?' 하니깐
'그럼, 6시에 먹을거니까(시간 늦지 않게 준비해)' 했던 남자, 이 남자.
'밥하기 싫은데 어디서 때우고 갈 데 없어?' 했더니
'그래? 그러면 라면 끓여먹자' 이러는 보기보다 쿨한 남자, 이 남자.


커피보다, 카페를 하는 것보다 더 좋은 남자, 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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