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때 국어 선생님께선 작문 숙제를 많이 내주셨다. 주제를 주고 자유롭게 쓰라고 하셨는데 기억나는 주제가 어머니, 만남, 중학교 3년, 이런 것들이다. 세 주제가 기억나는 것은 칭찬받은 기억 때문이다. 잘 쓴 글은 친구들 앞에서 읽어주셨는데 내가 '어머니'에 대해 쓴 글은 엄마를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너무 진솔하게 써서 공개적으로 읽을 수가 없었다. 무슨 주제를 줘도 글이 다 비슷비슷하다며 '자기만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는데 '만남'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유난히 칭찬을 받았었다. 나는 '자기 자신과의 만남이 필요하다.'라는 얘기를 썼었다. 가끔 생각을 한다. 열다섯 살이 뭘 안다고 '자기 자신과의 만남'을 운운했을까? 도대체 뭐라 썼을지 다시 읽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에야 '자신과의 만남'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를 어렴풋이 알듯 말 듯한데 말이다. 정말 나답게 살고, 내게 주어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자발적으로 '고독'을 향하는 걸음이 꼭 필요하다는 걸 조금씩 더 알아가고 있다. 귀에 이어폰 꽂지 않고 강변을 걷는 것, 몸이 감각에 집중해서 수영하는 것, 하루 오전을 다 비워 메시지 성경을 읽고, 성찰일기를 쓰고, 기도하는 것. 어설프지만 이런 노력이 나를 나 되게 하는 시간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시간으로나 에너지로나 널널한 잉여인간의 삶을 살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도 '외로움' 아닌 '고독'의 삶을 지켜낼 수 있을까?

 

 

마음의 고독이 없으면

우정과 결혼과 공동체 생활의 친밀감은 창조될 수 없다.

마음의 고독이 없으면

우리가 이웃과 맺는 관계는 쉽사리 빈곤해지고 욕심을 내어

무언가를 바라게 되고,

집착하고 매달리게 되며,

상대방을 이용하려고 하고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다.
왜냐하면 마음의 고독이 없이는 

다른 사람을 자신과 다른 존재로 경험할 수 없고,

숨겨져 있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람들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Morton Kelsey, <The Otherside of Silence:A Guide to Christian Medi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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