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디카를 산 지가 한 달도 안됐는데 갑자기 전원이 나가고,

조정 키들이 하나도 먹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채윤이 노래를 녹음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열이 받아가지구...'산 지 얼마나 됐다구...싼 게 비지떡이야. 으이구....'하고 있는데,

채윤이가 뻘쭘하니 작은 소리로 한 마디를 한다.

'엄마! 그거 사실은 내가 아까 떨어뜨렸어'


이렇게 말하는데 뭐라 야단칠 수도 없고, '엄마가 함부로 만지지 말라구랬잖아'하고는 이리 눌러보고 저리 눌리보다가는 번쩍 정신이 들어서 채윤이를 봤다.


아직도 뻘쭘하고 미안하고 민망스런 표정.


'채윤아! 엄마는 디카 고장나서 속상하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게 한 가지 있어. 채윤이가 엄마한테 얘기하면 혼날텐데도 정직하게 말해줘서 그건 기분이 좋아'


라고 억.지.로. 말했다.


진심은 그렇지 않다. 채윤이 정직이고 뭐고간에 디카 고장난 것이 더 속상하고 AS 받을 생각에 귀찮아 죽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그래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망가진 디카보다 채윤이의 정직한 고백 한 번의 가치가 비교할 수도 없이 크다는 것을 엄마 스스로 깊이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억지로 어쩔 수 없이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느껴야 채윤이가 '정직함'에 대해서 '좋은 것'인 줄 알고 배우지 않을까?


며칠이 지난 일인데도 계속 마음에 남는 것이 이런 일로 채윤이보다 엄마가 더 먼저 배워야 할 일인가 보다. 며칠 지났지만 오늘 다시 한 번 더, 찐하게 진심으로 칭찬을 해줘야 쓰겄다.

2006/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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