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지나가는 블로그 메인 화면에 음식 사진이 가득 차 있습니다. 하루 건너 하루 음식 사진이 올라오는 것은 집안에 꼼짝없이 갇힌 나날이 이어지는 까닭이요, 쉬이 밥때가 오는 까닭이요, 내일도 모레도 집에 머물러야 하는 까닭이요, 아직 나의 요리빨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어머니, 나는 매 끼니마다 먹고 싶은 음식 이름을 한 마디 씩 불러봅니다. 광장시장 육회와, 신촌의 즉석 떡볶이와, 평가옥의 평양냉면을 불러봅니다. 이것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천국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돼지 고기 목살에 빨간 양념을 합니다. 캔 대신 껍질까지 있는 골뱅이를 씻어 얹고, 양념장을 뿌리고 콩나물로 덮어버렸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흔들리는 앞산의 나무들은 고립되어 심심한 나날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콩나물이 푹 꺼지고, 양념이 배인 목살과 골뱅이를 씹습니다. 목살 한 점에 추억과, 골뱅이 하나에 사랑과, 콩나물 한 입에 아삭함, 국물 한 숟가락에...... 사장님, 여기 사리 추가요! 라면 말고, 쫄면 말고, 스파게티면 추가요. 그리고 사장님, 그 위에 치즈 사리도 추가요. 어머님, 이 매콤하고 찐득하여 신박한 파스타 맛에 나는 함께 먹고 싶은 이름을 불러봅니다. 나는 무엇인지 아쉬워 바닥에 남은 국물을 다시 쫄입니다. 밥 한 공기의 사랑과, 한 줌 남은 신 양배추 김치에 설탕 한 숟갈과, 김가루와, 참기름, 참기름...... 볶음밥의 완성입니다.

 

거리두기 2.5가 지나고, 확진자 수가 100명 아래로 떨어지고, 고립의 시간이 지나가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새로운 희망의 나날이 무성할 거 외다. 잘 될 것 이외다, 잘 될 것 이외다,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 이외다.

 

All shall be well!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