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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세 개의 글을 포스팅했던 어제는 블로그 개설 후 최다 기록의 날입니다. 어제 같은 날에는 '글'이 일종의 '중독'기능을 한 것입니다.(심한 고통 즉, 불안, 공허감, 두려움....을 마주하기 싫어서 매달리는 것이었으니까요. 확실히) 밤 늦게 꽃게찜을 해가지고 엄마 병원에 갔다왔습니다. 다들 주무시니 살짝 놓고만 가라고 하셔서 불도 안켜고 살짝 놓고 왔지요. 더 일찍 갈 수도 있었는데 미적미적 미루고 또 미루고 했습니다.

엄마에 관한 글을 써서 내놓고는 마음 깊은 곳의 불안증이 심한 것 같습니다. 글에 대한 반응이 와도 불편하고 반응이 없어도 불편하고......  밤에 써놓은 편지를 부쳐놓고 후회하는 형국입니다. 딱히 그것도 아닙니다. 밤에 써놓은 편지가 불편한 것은 '감정이 넘쳤다.'는 자괴감일 터. 감정이 넘쳤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오히려' 어찌 그리 덤덤히 차겁게 썼을까' 하는 쪽에 기울어 있으니까요.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쓸 수 밖에 없었다고 변명했지만 실은 엄마의 말할 수 없는 고통과 나의 고통, 형제들의 고통을 팔아 글을 내놓았다는 죄책감 같은 것에 눌려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엄마를 향한 근심과 연민과 그로인한 슬픔에 직면하지 않기 위해서 머리로 정리만 하고 있어서 가슴이 울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고요.

징징거리지 않겠노라고 어느 시점 다짐을 했더랬지요. 내가 지금 엄마의 '어린 딸'이 아니라 엄마와 동생 내외를 보호하고 책임져야 할 '어른이 된 딸'임을 스스로에게 각인시키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혼자 울고, 난 안 아픈 걸로 하자고 결심했나 봅니다. 헌데, 실은 여전히 내가 '어린 딸'입니다. 엄마 대신 내가 엄마의 먹을 것을 요리하게 되었다고 해서 내가 엄마의 엄마가 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참 좋은 가을 날 아침에 밤에 쓴 편지를 다시 읽어보듯 어제의 감정을 되짚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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