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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일 년이라서 : 가사는 나의 일 본문

기쁨이 이야기

방학이 일 년이라서 : 가사는 나의 일

larinari 2019.02.21 19:01


뒤집어졌다 엎어졌다, 이랬다 저랬다, 한댔다 안한댔다.

곡절 끝에 현승이도 일 년의 방학, 갭이어를 갖기로 했습니다.

누나의 뒤를 이어 꽃친 4기가 되었고 느슨한 청소년 백수의 나날이 시작되었습니다.

설거지, 청소, 화장실 청소.

꽃친의 집 하루는 이런 일들과 함께 하지요.

'방학이 일 년이라서' 현승이 편도 이렇게 시작합니다.

더 떠들고 싶으나 지금 떠들어대고 싶은 바로 그 얘기를 이미 책에 다 썼네요.

컨트롤 씨, 컨트롤 브이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공식 게으름뱅이를 부려먹는 맛이 있지! 설거지 해, 빨래 돌려 놨으니 다 되면 널어, 밥 먹고 청소기 한 번 돌려라. 사춘기 끝의 키 크고 힘 세고 시간 많은 유휴 노동력을 그냥 두지 않았다. 이것 역시 우리 집 만의 얘기가 아니다. 아이들이 꽃친 소개 셀프 영상을 제작한 적이 있는데 싱크대, 청소기, 세탁기가 거의 주연급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고 한참 웃었다. 식구들이 먹은 그릇을 닦고, 밥을 안치고, 빨래를 한다! 사소한 일이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일이다.  끼 밥을 먹는 일, 깨끗한 옷을 입고 안전한 집에 사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공부 벼슬을 하느라 제 방 정리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아이가 가족이 먹고 입는 것을 위해 봉사한다. 밥이고 빨래고 저절로 되는 줄 살았던 아이가 제 손으로 해보면서 양말 좀 뒤집어 놓지 마라, 밥을 남기지 마라잔소리를 한다. 그 잔소리는 엄마 흉내가 아니라 사소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살아본 자의 목소리이다. 이 시간이 아니었다면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식사 전에 이런 구호를 외쳤던 것 같다.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 농부 아저씨 감사합니다. 맛있게 먹겠습니다. 선생님 먼저 드세요그러니까 밥알 하나에 담긴 수고와 땀을 기억하는 교육이었을 것이다. 참교육이다. 제 몸으로 참여하여 수고로움을 느끼는 것으로 비로소 그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이구나, 싶었다. 제 손으로 먹을 것 입을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공부 벼슬 하느라 여력이 없다고 미리 포기한 부분이었다. 청소년 백수 생활로 얻은 예상치 않았던 수확이다. 하하.

 

<학교의 시계가 멈춰도 아이들은 자란다> '꽃친의 게으른 집 하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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