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일 년이라면,

어떨까? 과연.......

하며 시작하고 벌써 그 일 년이 지나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지난 26일에 꽃다운 친구들은 '라스트 콘서트'와 함께 '안녕식'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연극, 밴드, 짧은 토크쇼를 준비했고

부모들도 합창 한 곡을 했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남편과 함께 그렇게 애정했던 곡,

황병구 님 작사 작곡 '누구나 삶의 시작은 작구나'를 불렀습니다.


누구나 삶의 시작은 작구나

작은 시작은 그 소리조차 없구나

소리 없는 삶을 몰라하는 이들 

그들도 삶의 시작은 작구나


지금도 우리 시작은 작구나

작은 외침을 듣는 이들도 적구나

적은 무리 됨을 기뻐하는 이들 

그들과 우리 시작은 작구나


높이 떴을 때 더욱 작아지는 해처럼

깊이 잠길 때 더욱 소리 없는 바다처럼

작은 친구야 소리 없는 벗들아

높게 살자 깊게 사랑하자 누구나 삶의 시작은 작구나


채윤이가 왜 학교에 가지 않느냐? 홈스쿨링 하는 거냐? (아닙니다)

꽃친이 대안학교냐? (아닙니다)

1년 내내 수도 없이 설명해야 했습니다.

꽃다운 친구들이 무엇인지, 왜 1년을 쉬는지, 어쩌다 이걸 하게 됐는지....를요.

'대단하시네요. 깨인 학부모네요' 같은 반응이 흔하게 되돌아오곤 합니다. 

저도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고, 대단한 결단을 한 것이 아니고, 누구나 할 수 있고.......

여러 말을 삼키게 되곤 하지요.


1년 쉰다고 아이의 인생이 대단히 뒤쳐지지 않을 걸 알았고,

마찬가지로 1년 쉰다고 아이의 인생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1년을 함께 한 엄마 아빠들과 저 노래를 부르다 보니 가사가 어쩌면 우리의 1년입니다.

이렇게 휙 지나가 버리고 만 1년. 

1년의 끝, 새로운 시작 앞에서 여전히 불안하고 두려운 아이들(과 부모들).

우리의 시작과 끝은 이렇게 작고 미미합니다.


안녕식은 아이들이 준비한 시상식으로 끝이 났습니다.

한 명씩 나가서 상장을 받고 꽃친 샘들과 허깅합니다.

나란히 서서 아이들 한 명 한 명 끌어안는 황병구&이수진 대표님 부부를 오래 바라봅니다.

에잇, 바보 같은 사람들. 뭐가 부족해서, 무슨 콩고물이 떨어진다고!

이 철부지 망나니들을 떠맡아 몸 고생 마음 고생을 자처한 거야.

이 두 사람의 삶이 답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작은 친구야, 소리 없는 벗들아, 높게 살자, 깊게 사랑하자

아, 이제는 그만 작고 싶은데...... 뿌리칠 수 없는 선동입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꽃친은 끝났지만 '방학이 일 년이라서'는 계속 됩니다.

아직 못 다한 얘기가 많지요.

실은 시작해 놓고 마무리 하지 못한 '방학이 일 년이라서'가 줄을 서 있거든요.

안녕식도 따로 한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안녕식 '라스트 콘서트'의 '꽃힌 밴드' 공연 중 래퍼 채윤이 부분 맛보기로 보여 드리죠.

엄마 아빠들의 노래에 의미 장단을 맞추는 것 같은 가사입니다.


너무 어두워 길이 보이지 않아

내게 있는 건 성냥 하나와 촛불 하나

이 작은 촛불 하나 가지고 무얼하나

촛불 하나 켠다고 어둠이 달아나나

저 멀리 보이는 화려한 불빛

어둠 속에서 발버둥치는 나의 이 몸짓

불빛을 향해서 저 빛을 향해서

날고 싶어도 날 수 없는 나의 날개짓


하지만 그렇지 않아 작은 촛불 하나

켜보면 달라지는 게 너무 많아

아무것도 없다고 믿었던 내 주위엔

또 다른 초 하나가 놓여져 있었기에

불을 밝히니 촛불이 두 개가 되고

그 불빛으로 다른 초를 또 찾고

세 개가 되고 네 개가 되고

어둠은 사라져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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