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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한 작업

larinari 2008.02.19 10:06

유브♥갓♥메일_목적이 이끄는 연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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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깜찍한 것!^^

깜찍하고 아름답도다. 차비 영수증을 내민 우리 은혜의 손이여! 참 재밌고 설레게 하는 일이었구나. 그러니까 우연히 네가 자동차를 가지고 간 날 K군을 태워줄 기회가 생겼다는 거지? 우연한 기회에 호의를 베풀게 된 것도 좋고, 그 호의에 대해서 CD 하나를 사서 내밀었다는 K군의 행동도 흥미롭구나. 여기까지는 그저 흥미로운 정도인데 그 다음 너의 행동. 기타 피크 몇 개를 사서 예쁜 카드와 함께 ‘차비 영수증’ 명목으로 내밀었다는 대목에서 선생님은 무릎을 쳤다. ‘이거 이거 우리 은혜 선수 아냐?ㅎㅎㅎ’ 잘 했어. 이쁜 행동을 해놓고 그렇게 뭘 그리 부끄럽다고 어쩔 줄 모르나. 너 그거 아니?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사귀고 싶고, 사귀다 보면 결혼하고 싶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은 그 사람을 발견하고 사랑을 확인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것. 그렇다면 은혜가 지금 가장 행복한 지점에 서 있다는 거?^^

지난 번 편지에서 말했던 것처럼 필이 팍 꽂힌 사람을 주의 깊게 기도하며 관찰하는 것이 중요해. 그렇다고 마냥 그러고만 있을 일이 아닌 것도 분명하지. 그러면 어떻게 할까? 니가 그랬지. 예전에는 외롭다는 느낌을 덜 느꼈는데 한 사람이 마음에 들어오고 자꾸만 그 사람을 생각하다보니 ‘외로움’의 느낌이 더 분명해졌다고. 그럴 거야. 혼자 있는 시간에도 마음은 늘 그 사람과 함께하니 말이다. 그런 마음은 표현 되어야 할 것 같아. ‘나 니가 좋아졌거든. 너는 나 어떻게 생각해? 사귈래, 말래?’ 그래서 아니면 손 탁탁 터는 것. 이런 쿨한 방법도 나쁘지 않겠지만 천천히 자연스럽게 호의를 표현하며 가는 방법이면 어떨까 해. 다행히 같은 공동체에 있고 이번 경우처럼 우연한 기회들이 생겨주기도 하니 말이다. 기타 피크가 없어서 당황해 하는 것을 마음에 두었다가 선물해주는 센스, 가볍게 생일을 챙겨주기, 기도제목으로 내놓았던 것에 대해서 세심하게 기억해주고 물어봐 주는 것...... 호의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을 거야. 이건 은혜가 평소에 잘 하는 종목 아니냐? 사실 그렇게 따지면 따뜻하고 세심하게 돌보며 마음을 써주는 것을 K에게만 할 일이 아니지. 할 수 있다면 공동체 안의 모든 사람에게 하면 좋겠지. 바로 그거란다. 마음을 담은 호의를 베푸는 것이 몸에 배이고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때 그건 누구에게라도 매력으로 작용할 것 같아. 앞에서 우스갯소리로 ‘선수’라는 표현을 썼다만 선수는 그야말로 작업을 위한 미끼로 호의와 친절을 기가 막히게 적재적소에 베푸는 사람이 아니냐? 우리가 선수가 되어서 쓰겠냐? 비록 지금 은혜에게는 이 사람의 마음을 얻고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현안이기는 하다만 친절과 호의 즉, 예수님이 잘 배워서 닮으라고 하신 덕목들을 수단으로만 써서는 안 될 일이지. 지금 그러하듯이 많은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기도해주고, 마음을 써 주되 그 맥락에서 K에게도 너의 마음을 담았으면 한다. 그럼으로 은혜가 오직 K에게만 집중하고, K만을 목적하지 않는 본연의 형제자매 섬기는 마음을 잃지 않을 수 있게 될거야.

이 대목에서 예전에 선생님이 남편과 교제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 하나 떠오르는구나.^^ 너희 주일학교 적에 우리 부부가 청년부에서 만난 거 알지? 비슷한 시기에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애. 누가 먼저 작업을 걸었냐에 대해서는 아직 서로 합의를 보지 못했단다. 서로 ‘나는 아니다. 나는 걸려들었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지. ㅋㅋ 그런데 살짝 찔리는 에피소드 하나가 있단다. 당시 우리 교회로 옮겨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남편이 자꾸만 눈에 들어오더구나. 일단은 나이가 나보다 어렸기 때문에 설레이는 마음을 가지는 것으로도 ‘어머 어머 나 주책이다’ 하는 생각에 스스로 민망해하고 있던 차였어. 그 즈음 남편의 생일이 다가왔어. 괜한 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미 여러 후배들의 생일을 챙겨주곤 했으니까 생일선물과 함께 카드를 준비해서 전해줬어. 수요예배를 마치고는 슬쩍 가서 선물봉투를 내밀고 빨리 돌아섰던 기억이 있어. 나중에 남편이 말하기를 그 때 수줍게 선물을 내밀고 돌아서던 내 모습에서 선배 누나가 보다 살짝 ‘여성’이라는 느낌이 느껴졌다는 거야. ^^;; 사실 내 입장에서도 당시 남편이 여러 청년들에게 했던 안부전화나 녹음한 음악 테잎을 건네주는 것 등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끌리는 마음이 커져갔던 것 같애. 그 경우 참 애매한 호의와 작업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 있는 거지. 그 일을 얘기하면서 남편과 나는 가끔 이런 농담을 한단다. ‘친절이 잉태한즉 오해를 낳고 오해가 장성한즉 로맨스를 낳는다^^’ 그런데 청년부 안에서는 모두가 이성에 대해서 민감한 상태이고 이성교제는 모두의 관심사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될 것 같아. 순수하게 베푼 호의가 작업으로 오해를 받는 난감한 경우도 있고 또 그로 인해서 상처받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 지혜롭게 행할 일이지.

선생님이 얘기하고 싶은 건 K군에게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좋은 감정을 표현할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는 거야. 수위를 좀 조절해가면서 말이다. 거절당하는 것에 지레 짐작하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만 K군과 꼭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 물론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말이다. ‘저의 호의를 받으며 이미 제 마음을 알아채지 않았을까요?, 그런데도 계속 제 호의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태도는 그 쪽도 이미 제게 마음이 있다는 것은 아닐까요?’ 라고 물었지? 조금 냉정한 말이 될 수 있겠다만 아닐 수도 있어. 지금으로서는 은혜에게 가장 유리하게, 가장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싶을 거야. 그렇지만 아직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마음을 표현하는 수준도 조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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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말이다.

매번 네게 메일을 쓰면서 생각하는 거지만 선생님이 너무 어렵고 복잡한 지침을 제공하는 것 같구나. 마음을 호의로 표현하라 했다가, 그 친절을 모든 사람들에게 하라 했다가, 조심하라 했다가, 수위를 조절하라 했다가.....어렵지?^^ 선생님은 믿는다. 은혜가 지혜롭고 아름답게 K에 대한 마음을 표현할 뿐 아니라 거기에 갇혀서 더 큰 사랑과 섬김을 볼모삼지 않을 거라고 말이야. 은밀하게 표현해도 좋을 호의를 여러 사람에게 드러내는 게 요즘 너희 세대의 트랜드인 것 같긴 하다만 위험한 장난이 될 수 있을 거야. 센스쟁이 은혜가 뱀처럼 지혜롭게, 비둘기처럼 순결하게 이 설레임의 감정을 멋진 데이트와 가장 행복한 결혼으로 가는 디딤돌로 만들 것을 믿는다. 너의 다음 보고를 기다리며 연애학교 교장선생의 훈화는 이만 줄인다.^^

<QTzine>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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