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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정

베드로와 예수님과 나

larinari 2010. 12. 5. 22:01



질풍노도와 같은 2010년이 지고 있다.
적어도 내게는 질풍노도였다.
질풍노도의 손바닥만한 일렁임의 시작은 2009년의 크고 작은 개인적, 국가적 일들로 거슬로 올라가지만 본격적인 본격적으로 바람이 거세지고 파도가 소용돌이치게 된 건 1월 첫 주였다.
기도하고 싶었다. 하지만 정작 기도의 자리는 앞뒤좌우가 꽉꽉 막혀 있었다. 기도하러 갔다온 1월 첫 주의 어느 새벽 거실에 누워 통곡을 했다. 세상과 교회와 무엇보다 나의 하나님을 향해 모질게 등을 돌리며 통곡을 했다.


기도하고 싶고, 나의 하나님, 사랑의 하나님 그 분의 존재를 확인하고 사랑을 회복하고 싶어서 1월 세째 주던가... 용기를 내서 일상을 떠나 큰 걸음을 내딛었다. 3박4일 모든 소음에서 떠나 침묵 속 기도의 자리로 떠났다. 말 한 마디 입 밖으로 내지 않고 밥 먹고 하는 일이라곤 기도 밖에 없었는데 마음의 소음은 커져만 갔다.
난 태어나보니 목사의 딸이었고, 자라면서는 그냥 목사의 딸이 아니라 착하고 영특한 목사의 딸이었다. 게다가 까불고 귀여운 목사의 딸이었다. 하나님께도 그런 딸이었다.
내면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커지고 또 커져서 하나님을 향한 40년 억눌렀던 섭섭함을 다 토로했다. 감히. 감히. 막 대들었다. 하나님께 대들지 말라는 설교를 들은 지 몇 주 안돼서였다.ㅜ


기진맥진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기도하던 시간 끝에,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셨던 그 분 앞에서 이제 하나님께 대든 대역죄까지 범한 내가 자포자기로 앉아 있을 때 였다. 바로 그 때 였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세 번째 부인하던 그 순간, 그 순간으로 내 마음이 옮겨져갔다. 얼마나 절망스럽고 얼마나 두렵고 얼마나 막막했을까?
그 때 닭이 울었고, '주께서 돌아서서 베드로를 보셨다!' 그 때 베드로를 바라보던 그 예수님의 눈빛이 베드로 같이 두려움과 외로움과 막막함에 떨고 있는 나를 바라보셨다. 그 눈빛에 제대로 마음이 무너지고 녹았다. 너무도 안쓰러워 하는, 너무도 가엾어 하는, 당장 뭐라도 해주고 싶어서 손이 저절로 올라오는, 너무 사랑하는.... 그런 눈빛이었다.


베드로는 나가서 몹시 울었다.





그리고나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다시 만난 갈리리 바닷가.
밤새 고기잡은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을 위해서 예수님은 손수 물고기를 굽고 계셨고, 먹으라고 하셨다.(아, 따뜻하신 분ㅜㅜ)
거기서 세 번이나 물으셨다. '베드로야,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세 번째 물으셨을 때는 베드로가 거의 울상이 되어서 대답했다. '주님,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십니다.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것도 주님께서는 알고 계십니다'


예수님은 왜 그리 민망하게 물으셨을까? 베드로가 그렇게 의기충천해서 예수님 따라다니던 베드로가 이제 사도로 헌신의 삶을 살아야하는데 '네 안에 사랑없다'는 걸 확인시키시고자?
내가 아는 예수님은 그런 분이 아니시다. 3년 간 예수님을 따라다니던 베드로의 마음을 다 아시는 예수님. 그 분은 베드로 안에 있는 '두려움'과 '사랑'을 모두 꿰뚫으셨다.
 





예수님을 잡으러 로마군인들이 왔을 때 칼로 대제사장의 종이 귀를 내리친 베드로의 동기는 무엇일까? 예수님의 수제자로서 이 정도의 용기는 내야한다는 자의식,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생각에 의한 두려움의 발로, 또 예수님에 대한 사랑.... 여러 가지 동기의 혼재라고 나는 생각한다. 왜냐면 내 맘을 들여다 볼 때 내가 유일한 하나의 동기로만 움직이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 예수님은 내 마음의 동기 중에서 무엇을 봐 주실까? 다 아시는 예수님께서...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하고 예수님과 아이컨텍을 했던 베드로. 그리고 나가서 통곡을 했던 베드로는 이미 자기 안에 무엇을 보셨는지 알거라 믿는다.
베드로야 네가 나를 사랑하니? 사랑하지?
라고 반복해서 물으시는 것은 베드로 안에 있는 사랑을 확인시키시는 과정이고, 스스로도 믿지 못하는 그 사랑을 확인해주시는 것으로서 베드로는 열등감과 죄의식에서 치유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예수님은 우리를 향해 '너 왜 대들어! 나를 사랑하란말야. 사랑할래 뒤지게 맞으래?' 이런 식의 사랑을 강요하시는 분 아니라 자신의 사랑을 흘려보내서 그 사랑에 나를 젖게 하는 분임을 나는 안다. 베드로에게도 내게도.....






내 안에는 예수님을 향한 사랑도 있고, 예수님을 이용해서 이 땅에서 잘 먹고 잘 살고 편하게 살아보자는 이기심도 있고, 두려움도 있지만 예수님은 내 맘에 코딱지 만한 사랑을 봐주시는 분. 그걸 인정해주시는 분이시다. 두려움에 떨던 베드로가 감히 예수님이 맡기시는 양을 먹이는 일은 이제 의무감도 아니다. 그저 예수님으로부터 받았고, 인정받은 그 사랑을 흘려보내는 일일 뿐일 것이다.
베드로는 이제 자신이 들었던 자의식의 칼을 내려놓고 자시 힘으로 옷입고 원하는 곳으로 다니던 삶에서 '팔을 벌려 다른 사람들이 입히는 옷을 입고 원치 않는 곳으도 데려가는 삶'에 기꺼이 자신을 던질 수 있게 되었다. 그건 사랑의 바다에 아무 걱정없이 힘을 다 빼고 누워 자신을 맡기는 사람만이 갈 수 있는 길일터.


질풍노도와 같은 2010년을 지내면서 내가 받은 선물은 사랑의 하나님의 재발견이다.
정직하게, 아주 정직하게 그 분 앞에 나가기만 하면 결국에는 내 마음의 풍랑을 잠재우시고 그 분의 하염없는 사랑에 눈 맞추게 하시는 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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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Comments
  • 프로필사진 2010.12.07 12:32 비밀댓글입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12.07 23:49 신고 나도 고맙다.
    힘겹게 쓴 글이야. 긴 시간 마음에서 내 자신과 부대껴가며 묵상하는 것도 어려웠고 글로 정리하는 것도 어려웠고...
    가끔 이런 글 포스팅 하면서 '일기장에 남기면 되는데 왜 굳이 블로그에 쓸까?' 하는 생각도 하거든.
    한 사람에게 이런 의미로 다가갔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이었네. 의외의 선물과 위로가 내게도 됐어.
    천연비누로 막 세수를 하고 난 기분!ㅎㅎㅎㅎ
    자주와~
  • 프로필사진 BlogIcon *yoom* 2010.12.08 20:03 신고 :D 모님 이상하게 저는 그 많은 성경 인물중에 배드로만 보면 찔려요...우리의 아니 저의 모습이 정말 많이 있는거 같아요.
    그래서 더 이 포스팅에 마음이 뭐랄까..저 깊은 곳에서 뭔가가..
    움직이네요. 배고파서 꼬르륵 하기도 하고..ㅎㅎ
    요즘 무슨 홍수에 밑둥에 흙이 다 쓸려나간 나무처럼
    쓴뿌리가 심하게 보이네요. 힘들면서도 이거 참 중요한 시간들이다.. 라고 느껴져요. 그래서 참 이 글 와닿고..ㅠ
    이번 포스팅은 감사한 마음으로 읽고 갑니다.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0.12.08 22:38 나도 고마워.
    치유적, 아니 꼭 치유적이 아니라도 글쓰기는 이렇게 나눠야 제 맛인 것 같다. 이 글 유난히 부끄러운 글이거든.
    부끄러워도 내놓고 이렇게 공감을 얻으니 부끄러워 오그라들었던 손에 힘도 빠지고 좋잖아.ㅎㅎㅎ
    부지런히 글 써. 정신줄 잡고 있을 때 쓰는 니 글 좋아.ㅎㅎ글고 베드로님과 너는 통하는 게 있을거야.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뮨진짱 2010.12.08 23:15 신고 너무 잘 읽었어요.
    감사해요.
    이거 읽자마자 저두 포스팅했어요.
    당연히 이렇게 깊이있는 내용은 아니구요ㅋㅋ
    이 포스팅 읽고나니 추석 때 메시지에 완전 몰입했던게 생각나네요.
    그 때 진짜 느낀 거 많았는데.. 뭐랄까 질보단 양에 초점을 뒀던 때여서 그런지 느꼈던 것들을 기록하지 않아서 아쉬운 맘이 이제와서
    크네요^^;
    그나저나 요즘~ 겨울이어서 그런걸까요. 아님 더욱 갈급해져서 그런걸까요. 이런거 자기성찰한거 함께 나누고 싶은 욕구가 퐉퐉퐉..ㅋ
    더욱 집중해서 저두 요로코롬 나누고 싶어요 ^_^
    조금 더 부지런 떨어야겠어요~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12.09 16:05 신고 기록하지 않으면 날려버리는 묵상과 통찰이 정말 많은 것 같아. 난 그래서 요즘 다이어리에 메모리 많이 해. 아주 짧은 것들이라도 일단 간단하게 메모해두면 차분하게 시간을 가질 때 좋은 모티브가 되어 많은 걸 돌아보게 되더라.

    그리고 그게 블로그나 미니홈피 등의 비교적 공개적인 곳으로 가서 정리되고 그게 쌓여가면 결국 참된 내공이 쌓이게 되는 것 같아. 뮨진이 바쁜 중에도 묵상하는 삶을 놓지 않으려는 거 이뻐. 젊은 날의 기록. 그거 진짜 보배다. ^^

    그럼, 니네 집으로 가봐야겠다.ㅎㅎㅎ
  • 프로필사진 Duddo 2010.12.09 04:45 포스팅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 있어서 새로산 2011년 따끈따끈한 다이어리에 적어 놨어요 물론 정신실 선생님 블로그 중 이라고 덧붙였어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12.09 16:06 신고 인증샷! 플리이즈.

    두또가 저렇게 긴 글을 다 읽어주고 고맙구나.ㅋㅋㅋ
    난 새 다이어리에 '하나님을 갈망하라' 쪼그맣게 출력해서 붙였다. 너무 이뻐. 볼 때 마다 마음을 새롭게 하게도 돼고.ㅎㅎㅎ
  • 프로필사진 Duddo 2010.12.09 20:43 선생님 따라쟁이 ㅋㅋ 저도 오늘 출력해서 붙였어요 ㅋㅋ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0.12.10 10:41 안됐다.ㅋㅋㅋㅋ
    내가 다이어리에 붙인 거 보고 도사님이 그거 이쁘게 스티커 제작해서 다 나눠줘야겠다 시던데...
  • 프로필사진 2010.12.11 00:21 그 스티커 제작 저에게 왔습니당 ㅋ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采Young 2010.12.11 09:33 신고 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도 너한테 온거 누구한테 줘 ㅋㅋㅋㅋㅋㅋㅋㅋ
    행목이라든가 ㅋㅋ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0.12.11 20:12 도사님 많이 빨라졌어.
    벌써 지시 들어갔니?

    행목은 자기한테 온 걸 다시 예전 목짜님께 주고..
    괜찮네.ㅋㅋ
  • 프로필사진 iami 2010.12.09 18:24 베드로 형님에 대한 좋은 책이 있는데, 아마 모님은 읽으셨을 거에요.
    <엘 샤다이> <임마누엘> 같은 곡을 쓴 마이클 카드의 책이요.
    <깨어지기 쉬운 반석 A Fragile Stone>이라고 IVP에서 나온 책 있잖아요.
    반석 같은 단단한(해 보이는) 돌이 실상은 깨어지기 쉽다는 제목부터 흥미롭죠?
    베드로의 내면세계를 찾아가는 여행이란 부제도 맘에 들어요.
    베드로에 관심 있는 tnt들이 함께 읽어도 좋을 책이죠.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0.12.10 10:42 으아, 제목이 완전 꽂혀버리네효.
    요즘 기냥 절 부르는 책이 너무 많아서 동시에 다섯 권을 함께 읽고 있어요.ㅋㅋㅋㅋ 어떡해! 여섯 권 돼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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