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넷이 모두 여유로운 휴일.

사실 '어린이 날'이라고 더 많이 불리지만 우리집은 항상 '어린이 날'이니까 굳이 '어린이 날'을 따로 정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마음이 가벼워지는지. 헤~

오월을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푸르른 오월에는 숲으로 가자!



숲으로 가기 전 상황.
늦게 늦게, 충분히 늦잠 자고 난 어린이들은 잠도 깨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부루마블 게임을 시작하시고. 옆모습 살짝 봐도 얼굴이 부숭부숭.



역시 충분히 주무시고 얼굴이 통통해지도록 부으신 어린이들의 아버지도 눈 뜨자마자 여유롭게 독서를 하시는데....  정말 여유가 있으셨나보다. 설교준비도 아니고, 큐티도 아니고, 그에 관련된 독서도 아니고, 평소 시덥잖게 여기시던 에니어그램에 관한 책을 뒤적이고 계시다니...


주부의 삶이란....
휴일 아침 다들 일어나 아무 걱정없이 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데 나만 먹을 걱정이다.
그래도 식구들이 각자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는 동안 췩췩췩췩 하고 돌아가는 전기밥솥 소리는 내 사랑이 익어가는 소리다. ㅎㅎㅎ 그리고 쫀독쫀독 하게 잘 지어진 콩밥.


식사 후 숲으로 가기 전 자유시간.
볕이 들어오는 베란다에 앉아서 나도 독서 쫌.  캬아, 좋다.


12시 30분. 이제 출발하자구.
커피, 물, 방울토마토, 쿠크다스... 들어있는 간식가방을 우리 집에서 제일 힘이 약한 현승이가 메고....ㅋㅋㅋ


이제부터 촬영은 모두 김채윤 어린이.
고덕산에 오르기 전 집 뒤쪽에 미나리깡을 지나쳐야 하는데 여기서 한 장 박아 놓으시고..


우리 현승어린이는 오늘의 MVP.
집에서 고덕산, 고덕산에서 주양까지 두 시간이 넘는 산행 내지는 산책을 즐겁게 신나게 완주하심. 산을 좋아하는 어린이로 임명.
고덕산 정상까지 갈 수나 있을까 싶었는데 끝까지 저 간식가방을 내려놓지 않고, '나는 산이 좋아. 산이 좋아' 하면서 펄펄 날아다니신 현승 어린이. 대단했습니다.


출발한 지 한15분 쯤부터 힘들다고 징징거리셨는데 두 시간을 넘는 행군을 하셨으니 '다시는 산에 안 가!'를 연발할 수 밖에 없으셨던 김채윤 어린이. 그런 채윤 어린이를 보면서 엄마는 속이 부글거리고, '저렇게 인내심이 없어서 어디다 쓰나?' 하며 내심 걱정하고 있.는.데.
아빠의 장점이 튀어나와서 빛을 발한다. '우리 현승이는 산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애. 현승이는 물보다 산이 좋구나. 우리 채윤이는 산보다 불이 더 좋지?' 하면서 모두에게 최선의 해석을 해주신다.



우리 둘이 나란히 섰다면 엽기사진 한 장 정도는 남겨줘야 하는 것이고.


우리 둘이 나란히 섰다면 10년 째 같은 포즈,
'나란히 서서 어깨동무' 한 장 정도 남겨줘야 하는 것이고.


고덕산 정상에 올라 바라 본 구리쪽.
이 사진 역시 채윤 어린이가 덥다 힘들다 투덜거리며 남겨 놓으신 한 장.

정상에서 고덕동 쪽으로 내려가서는 다시 산(사실은 언덕)을 하나 넘어 배재학교로, 거기서 다시 산(역시 언덕)을 넘어서 신동아 아파트 옆으로 해서 주양까지 걸어가 늦은 점심식사. 우리집 어린이들 어린이날에 극기훈련한 이야기.

그렇게 봄하루는 가다.

'내 집 그리스도의 마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록이들과 신선놀음  (8) 2009.05.22
떡볶이와 나눔 삼종 셋뚜  (31) 2009.05.11
내 집을 물들이고 간 싱그러움  (31) 2009.04.22
패밀리 데이_가정예배 또 다른 이름  (14) 2009.03.31
식당, 식탁  (10) 2009.03.2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