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비밀 본문

마음의 여정

비밀

larinari 2010. 9. 9. 18:26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정말 알려지면 안되기에 비밀로 간직해야는 것도 있고,
때로 너무 알리고 싶어서 비밀이 되어버리는 아이러니도...
송명희 시인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 풍부함 표현 못해서 비밀이 되었네. 그 이름....'
내겐 그런 비밀이 너댓 가지가 있다.


1. 한 남자

새로 알게 된 사람들이 '남편은 어떤 사람이예요?' 라고 물으면 대략난감이다.
보통 '좋은 사람이예요' 라고 한다.  '어떻게 좋아요?' 인격이 훌륭해요.
(새 한 마리 퍼덕퍼덕~~)

구체적으로 물어오는 남편이 내게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를 설명하다보면 대개는 '재수없다'거나 '믿기 어렵다'는 표정이다. 그러다가....
'그런데... 다 좋은데요. 저희 남편은 딱 돈만 못 벌어요' 하면 그 때야 표정이 달라진다.
그러면 그렇지! 내지는 그렇다면 무슨 좋은 남편?
이런식....

그래서 차라리 이 비밀 1호로 남겨두는 것이 안전한 일이다.




2. MBTI

매우 주관적이고, 매우 자기도취적 성향이 강하고, 그래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던 나. 그런 내가 내 밖으로 나가서 나를 바라보게 해준 것이 MBTI이다. 그리고 나와 다르게 생긴 사람들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게 되었다면 것두 MBTI라는 선생님의 지도편달이다.
그래서 MBTI가 내겐 단지 성경유형론 나부랭이가 아니다.
MBTI 강의를 하러 가거나, 아니면 어디서 MBTI 좀 해봤다는 사람들의 태도에서 '저는 모 ESFP예요'라는 식의 일상적인 대화에도 마음이 살짝 '철렁' 해짐을 느끼는 것은 그 때문이다.
내겐 너무 소중한 MBTI라 '저 ESFP예요' 정도로 거두절미하고 말하기가 싫은 것이다.
부부간에, 친구와, 상사와 갈등을 일으키는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 붙들어 앉혀놓고
'그거요. 그거 T와 F의 차이기 때문이거든요'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적도 있었지만...

차라리 비밀 2호로 남겨두는 일이 편안한 일이다
.



3. 에니어그램

왜 하나님을 믿는데 내 인격은 변하지 않을까?
왜 예수님은 사랑이라는데 나는 미운 사람이 이렇게 많을까?
성령충만이라는게 무얼까?
나를 이토록 불안하게 하고, 이토록 분노에 차게 하는 것은 정말 그 일. 그 사람일까?
이런 질문.
아이러니하게도 다름 아닌 에니어그램은 이런 나의 오래된 질문에 답을 보여주었다.
단지 사람의 성격을 아홉 개로 설명하는 수많은 성격이론 중 하나가 아니라 내게는 일종에 그 분의 자유로운 품으로 가는 하나의 길을 터주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참지 못하는 분노로, 한없는 무기력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오늘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거요. 에니어그램에서요 @#$%*%^%$$^$%#$.... '하고 싶지만 입을 열지 못한다.

차라리 비밀 3호로 남겨두는 일이 더 가치롭게 두는 일이다.



4. 한 분

내 삶의 가장 큰 비밀은 여기에 있다.
말하자면 2000년 전에 이스라엘에서 십자가의 교수형을 당하신, 33년이라는 짧은 이 땅의 삶을 사셨던 그 분이다.
내가 사는 이유, 내가 사랑하는 이유, 내가 자유로운 이유, 내가 가끔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이유, 내가 행복한 이유이다.

하나님이지만 기꺼이 사람이 되셨던, 그러니까 창조주의 자리에서 피조물, 그것도 사형당하는 범법자의 자리를 마다하지 않으신 분. 가장 높은 분이지만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분. 가장 많은 배신을 당하셨지만 끝까지 사랑을 포기하지 않으시는 분.
그런 분이시다.

내가 사는 세상에서 그 분의 이름은.....
낮은 곳에 도통 마음을 둘 줄 모르는 사람들이 그 분의 이름을 높이라 하며.
도통 자기의 뜻을 기꺼이 거두고 희생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그 분의 길을 가노라하며,
자신의 거짓을 무마하기 위한 이름으로 그 분의 순결하신 이름을 외치고 부르기에....
그 분의 사랑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목소리 높여 '그 분이 사랑이라고, 그러니까 그 분의 이름을 만방에 알려야 한다'고 하기에 말이다.

아니, 정신줄을 놓고 사는 내가 그러며 살고 있기에 말이다.

감히 그 분을 드러내 자랑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포기하지 않는 사랑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그 분은 나에게 영순위 씨크릿이 되었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면서,
나를 바라보면서,
나의 비밀들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져준다면....
나의 비밀들에 대해서 들을 준비를 하고 물어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요란하지 않게, 조용히,
내가 사는 삶의 자리에서 아주 작은 향기로 내 비밀들에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삶을 살고 싶다. 
그 정도의 삶을 살고 싶다.






'마음의 여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드로와 예수님과 나  (15) 2010.12.05
기도  (2) 2010.11.10
비밀  (4) 2010.09.09
딩동댕 지난 여름  (12) 2010.09.01
더운 날 안 끈끈한 만남  (12) 2010.08.20
기꺼이 영향받을 줄 아는 심장  (18) 2010.06.27
4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