윽2



얼마 전 음악수업 나가는 어린이집에서 재롱발표회가 있었다. 나는 거기서 사회를 봤고. 발표회 다음 날 수업이 있었는데 날 보자마자 아이들이 모여들어 떠들어댔다. 으막션샘미 어제 우리 만났쬬오~ 우리 율동할 때 옆에 서 있었쬬. 마이크 들고 얘기했쬬. 그래, 너희 어제 진짜 멋지더라. 너무 멋있어서 선생님이 깜짝 놀랬어. 했더니, 돌아오는 말이. 으막션샘미 어제 늙었어요. 잉? 선생님이 늙어? 네, 으막션샘미 어제 이렇게 치마 입고 얼굴이 늙었어요. ! ㅜㅜㅜㅜㅜㅜ 수업할 때는 거의 맨 얼굴이었고 사회본다고 신경써서 풀메이크업한 거였다. 그리고 며칠 후, 강의가 있어서 오랜만에 다시 화장하는데 그놈 목소리가 귀에 쟁쟁거리며 급 의욕이 떨어지면서 얼굴에 그림이 안 그려졌다. 으막션샘미 얼굴이 늙었어요오오오. 화장할수록 늙어가요오오오. 늙었...... 늙었.....

화장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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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두 번 결석 후 오랜만에 수영장에 갔더니 60대 언니(선수끼린 그렇게 부른다.)께서 왜 안 왔냐고, 절대 빠지지 말라고 당부에 당부를 하신다. 수영을 나보다 훨씬 잘 하시는데 선두에 서는 걸 너무 싫어하신다. 나를 선두에 세워놓으시고 빠지지 말라고 늘 타박이시다. 다음 달부터 월수금 반으로 옮겨갈 것 같다고 했더니 도대체 왜 옮기는냐, 이제 나도 그럼 화목엔 안 나올 거다. 겁나 따라다니며 추궁을 하셨다. 화, 목요일에 일이 있어서 바꾸게 됐다고 했더니 시간을 다시 조정해라. 중요한 것에 먼저 시간을 빼는 것이다. 화, 목 비우고 다른 날에 일을 봐라 하시며.... 그렇게 안 된다며 웃었더니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러냔다. 음악치료를 한다고 했더니.... 조금 당황하신 듯 멈칫! 하시더니. 어디 몸이 안 좋아? 뭐? 어디가 안 좋아서 음악치료를 받어? 하셨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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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아이 눈에는 열심히 쳐발라 예뻐졌다고 생각하는 화장발 내 얼굴이 '늙게' 보이는구나. 인생 사실 만큼 사신 60대 어르신께는 내가 음악치료를 하기보단 받게 생긴 여자로 보이고. 아,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보는 나가 이렇게 다르다니. 오늘도 저녁에 강의가 있어서 풀메이크업이다. 음악치료를 하기보단 받게 생긴 나는 풀메이크업으로 얼굴을 늙게 만든 후에  총총 집을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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