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간의 김치찜과는 달리 오늘의 김치찜은 약간 스타일리시 합니다.
간지 김치찜? 이라기보단 엣지 김치찜? ㅎㅎㅎㅎ 그 정도로 해두죠.


묵은지의 걸쭉한 맛을 보완하기 위한 컨셉의 런닝 메이트는 새싹 두부 샐러드.


엣지 김치찜을 가까이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들기름, 설탕, 마늘으로 다시 양념이 된 잘 익다못해 잘 삭은 묵은지가 속에 무언가를 품었습니다.


묵은지가 내면에 품은 것들을 자세히 보자면 스팸, 떡볶이 떡, 애타리 버섯입니다.
돌돌 말아서 육수를 붓고 푹 익힌 다음에 먹으면 제대로 밥도둑이 되더군요.
제가 아침에 먹어보니 두 덩이로 밥 한 공기 먹을 수 있었습니다. 짜기도 짜다는 얘기지요. 그렇기 때문에 물론 저걸 통째로 입에 넣으면 안됩니다.  일단 풀어헤쳐서 김치는 젓가락으로 찢어서 내용물과 함께 조금씩 싸서 드셔야 합니다.

기껏 저렇게 해드렸더니 도사님께서 하시는 말씀. '이렇게 풀어서 먹을거면 뭐하러 힘들게 말어?' 하며 매를 버십니다.


생일인데다가 J군과 교제한 지 700일이 되는 우리 민갱목자. 700일 기념으로 여기 저기서 700원 씩 돈도 받고, 케잌도 두 개 씩이나 받고... 아고.. 행복하고 부끄러워라.
난 알아. 민갱이가 왜 그리 사랑을 많이 받는지. 정답은 너의 눈물이야. 자기연민의 눈물이 아니라 후배들을 향한 끊임없는 눈물. 그 눈물을 보지는 못하는 사람이라도 민갱일 만나면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던 거지. 축하해. 민갱이!


언제 어디서나 준비된 도우미. 항석군의 재빠른 설거지 도움.
떡만두국 20인분을 끓여서 애들 먹이고 달려온 이 청년을 우리는 무어라 불러야 할까요?
있는 거 없는 거 다 털어서 후배들 밥 멕이는데 커피 사주는데 써버리는 이 청년을 말입니다.


그 사이 바리스타는 김치냄새 나는 손으로 드립포터를 잡았습니다. 요즘 로스팅에 상당히 고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패는 있어도 좌절은 없습니다! 오늘도 나는 커피를 내립니다.


'선생님, 저두 한 번 해볼께요' 하고 들이댔다가 '그만! 천천히! 한 방향으로!' 하는 날카로운 선생님의 지적질에 쫄기도 하련만 고개 빳빳히 들고 '선생님, 무서워요' 하면서 더 무섭게구는 챙이.

이렇게 그리스도의 마음인 우리 거실에서 또 한 번의 목자모임이 끝났습니다. 모임을 마치면 대부분 가슴 벅찬 사랑에 마음이 들끓습니다. 뒷정리 하는 손놀림이 한 없이 가볍고 마음은 뜨겁지요. 어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메말라갔습니다. 메마른 마음에서 메마른 가지들이 서로 부딪혀 울어댑니다. 조금만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들여다봐도 알 수 있습니다. 메마름의 원인이 두려움이고 두려움의 원인은 사람을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삼고 싶어하는  마음이라는 것을요.
청년사역을 하면서 '강도사님 가셔서 청년부가 부흥이 많이 됐어요. 너무 보기 좋아요' 이런 칭찬이 부담되면서도 슬슬 중독되어가는 자신을 보게 되지요. 그리고 그걸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 시작. 남편이 설교를  죽쒔다고(?) 하거나 내 맘에 차지 않게 기도회나 찬양 인도를 하는 날에는 마음이 안좋습니다. 그런 날에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남편을 통해서 내가 높아지기 위함인 경우가 많습니다.
남편도, 목자들도, 청년들도 어떤 경우에도 내 삶을 더 그럴듯 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그저 사람은 언제든 사랑의 대상이고 목적입니다. 맛있고 스타일 나는 김치찜을 정성껏 준비하는 행동도 그 동기가 '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그런 선한 행동은 악한 행동 못지않게 나를 파괴하는 일임을 압니다. 

어스름한 새벽 교회당에 앉아 내 맘에 그렇게 말씀하시는 그 분의 소리를 듣습니다. '나는 한 번도 너를 내 이름을 위해서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너는 언제나 나의 목적이었고 사랑이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너도 그렇게 살길 바란다. 그게 다른 사람을 위한 길이 아니라 바로 너 자신이 살 길이란다'

저 목자들, 80여명의 TNTer들이 언제든 나의 목적이길... 내 맘의 동기가 그 분 앞에서 날마다 씻겨지고 또 씻겨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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