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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정

사랑단상2_사랑하면 지는 거다

larinari 2009.03.10 12:38
사랑에 꽂혔다.
지난 겨우내 옆에 끼고 있던 <사랑의 각성> 탓일 수도 있고, 
에니어그램과 함께한 작년 1년의 여정의 종착점이 '사랑' 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니 그보다는  내 평생 그렇게도 닮고 싶고 다다르고 싶은 나의 그 분의 별명이 '사랑'이시기 때문일 것이다. 그 분의 심장으로 가는 가장 빠르고 쉽고, 그러면서 어려운 길은 '사랑' 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분명한 건 난 사랑에 꽂혔다. 사랑에 꽂혀서 매일 내 사랑을 점검 중이다.

어떤 사람의 사랑이 진짜인지 아닌 지를 감별해내는 방법을 찾았다. 사랑인지, 사랑하는 척하는 지를 아주 쉽게 구별해 낼 수 있는 방법이다. 사랑하면 지는 거다. 사랑하면 제압할 수 없고, 사랑하면 힘을 행사하거나 밀어 붙일 수 없다. '다 너 위해서 그러는거야. 나중에 내가 널 사랑했다는 걸 알게 될거야' 하면서 우격다짐으로 자신의 방식을 관철시키는 부모는 궁극적으로는 사랑이 아니라는 걸 나는 이제 안다.

사랑하면 힘이 빠진다. 사랑하면 약자가 된다. 진짜 사랑하게 되면 언제든 거절당할 위험을 감수하면서 사랑하는 사람 근처를 맴돌 수 밖에 없다. 그렇다. 사랑하면 가장 약자에게 약자가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상관에게 하는 깍뜻하고 따뜻한 태도가 진짜 사랑인지 가늠해 보려면 그 사람이 부하직원에게도 그렇게 하는 지를 보면 되지 않을까? 어떤 장사하는 사람이 고객에게 정말 친절하게 서비스하는데 그게 직업정신인지 사랑인지를 보려면 자신의 가게에서 일하는 점원에게 하는 태도를 보면 검증되지 않을까? 약해지고, 유순해지고, 겸손해져서 상대방으로부터 얻을 게 있다면 그 대상에게는 사랑하는 척 하기가 쉬운 일이다. 그러니 내 사랑과 친절이 진짜인지 알려면 내게 가장 약한 사람에게 대하는 방식을 봐야겠다.

내게 가장 약자는 누구일까? 강의를 통해 만나는 학생들, 음악치료나 음악교육으로 만나는 아이들과 엄마들, 교회에서 만나는 분들, 청년들..... 이 모든 사람들에게 나는 나를 관리할 수 있다. 남편이 '제 아내는 태어날 때부터 웃으면서 태어났어요' 라고 할 만큼 난 웬만한 일에 허허롭게 웃어줄 수 있다. 웬만한 사람들은 사랑의 제스춰로 대할 수 있다. 나를 가장 무장해제 시키는 사람은 채윤이다. 내 자식이고, 겉은 아니지만 속은 나를 쏙 빼닮아서 그 속에 약점까지 속속들이 알겠는 존재. 동생 현승이보다 성격이 쿨해서 웬만한 일에 잘 삐지거나 상처도 안받는 듯 보이는 채윤이. 말 안 듣고 뺀질거리고 끝까지 이유와 변명을 들이대며 매를 부르는 존재 채윤이. 어려서는 그렇게도 귀엽기만 하더니 갈수록 내 맘대로 안 되는 채윤이.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인정해 주고, 내 생각과 다르지만 최대한 허용해주고, 존중해주는 태도 채윤이나 현승이 외의 사람들에게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 헌데 두 아이들, 특히 채윤이와의 관계라면 얘기가 틀려진다. '엄마 방법이 더 옳아' 라며 강요하고, 외면하고, 굳은 표정으로 아이의 진심을 안 받아주고, 통제하는 게 내 모습이다. 경직된 표정으로 채윤이의 잘못을 꾸짖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청년들에게 밝은 미소 지으며 '어서 와. 저녁은 먹었어' 하는 내 모습을 제3자다 되어 관찰할 때 난 주저앉고 싶다. 내게 가장 약자인 채윤이게 한결같이 가 닿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어려서의 채윤이나 지금의 채윤이는 사실 달라진 것이 없는데 채윤이를 향한 내 욕심이 달라진 걸 인정한다. 어려서는 있는 모습 그대로 이뻤지만 지금은 엄마인 나를 더 빛나게 해주는 도구로 삼고 싶은 욕심 말이다. 좀더 인사를 잘 해서 예의 바른 애가 되어줬으면, 뭐든지 잘 하는 애가 되어줬으면, 자기 일을 성실하게 스스로 잘 하는 아이가 되어줬으면......  그렇게 해서 결국 내가 아이를 잘 키웠다는 소리를 듣게해 줬으면 하고 말이다. 사람을 도구화 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 사랑이 사람을 생기나게 하고 살맛 나게 하는 것이라면 힘으로 사람을 도구화 하는 것은 그 반대다.

매일 매일 채윤이에 대한 내 태도, 그것으로 나는 내 사랑을 점검한다. 채윤이에게 친절하고, 오래참고, 온유하고, 성내지 않고, 내 유익을 구치 않는 태도로 한결 같을 수 있다면 나는 오늘도 어설픈 사랑의 길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청년들을, 그리고 많은 이들을 사랑하는가? 사랑하는 척 하는가? 
사랑하면 지는 거다. 가장 약한 사람에게도 기꺼이 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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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Comments
  • 프로필사진 2009.03.11 08:04 비밀댓글입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9.03.11 09:32 신고 난 한 번 읽어도 무슨 뜻인지 다 알 것 같다는...ㅎㅎㅎ
    이런 글에 그렇게 도전을 받는 거 만으로도 귀하다.
    정답이 있는 것 같지 않아. 나도 좌충우돌 하면서 찾아가고 있는 중이지. 그래도 그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됐다니 내 글의 마음을 읽은거네.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는 척의 차이는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이 아는 것 같애. 잘 인식하고 깨어있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정직해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닐까 싶어.
    꼼꼼히 읽어줘서 너무 고맙다. ㅎㅎㅎ
  • 프로필사진 2009.03.12 17:10 비밀댓글입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9.03.12 23:14 신고 내가 원래 좀 짱!ㅋㅋㅋ
    내일 그대 홈으로 가서 썰을 풀겠음!
  • 프로필사진 2009.03.12 23:31 비밀댓글입니다
  • 프로필사진 myjay 2009.03.11 08:46 사랑으로 권면하는 건 안되나~요~~
    제가 초보 아빠라서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취향과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옮고 그름의 문제에서는
    사랑하기 때문에 강권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요?
    저는 그러려고 마음먹고 있는데, 아이에게 안좋을까요? 골룸골룸...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9.03.11 09:44 신고 저같은 경우 옳고 그름의 문제의 겨우 본질의 문제는 오히려 가르치기 쉽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건 사실 말로 따로 가르치치 않아도 부모의 삶을 보면서 스스로 가치체계를 세워나가는 것 같더라구요.
    저희 아이들 같은 경우 '엄마! 이명박아저씨는 예수님 믿지만 거짓말도 많이하고 돈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왜 사람들이 대통령으로 만들어줘? 제일 중요한 건 정직한 거잖아. 부자나라로 만드는 것보다 정직한 게 더 중요한 거지?' 이런 질문을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해요.
    만약 옳고 그름의 문제에서 명백하게 문제가 생긴다면 저 역시 강권할 뿐 아니라 엄히 가르치리라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게 하고 있기도 해요.
    헌데 아이가 자랄수록 제가 문제삼는 대부분의 것들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사실 저는 옳고 그름의 문제인양 아이를 다그치기 일쑤지만)는 것을 깨닫게 돼요. 저는 통제성향이 많은 미성숙한 엄마라서 유난히 이 문제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구요.

    저는 지금까지 하나님이 저를 대하신 방법들을 생각하면 제가 정말 자기도취, 교만, 편협함의 극한에 빠져 있을 때도 믿어주고 기다리시는 방법으로 사람 만들어가신다는 생각을 뼈져리게 해요. 그런 의미에서 진심으로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그런 사랑만큼 사람을 온전히 성숙하도록 이끄는 게 없다는 생각도 하구요. 그런데 제 아이에게 정작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히유~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부모됨인 것 같아요. ^^;
  • 프로필사진 myjay 2009.03.11 09:59 아... 문제는 부모의 통제성향이군요.
    역쉬...^^
    저도 돌이켜보면 부모님의 기호와 성향에 알게모르게 가치판단을 하게된 것 같아요. 제가 부모의 통제를 벗어나게 되면서 나름의 가치 기준을 갖게된 것도 같고.
    부모의 입장에서 통제 본능 자체를 죽이기는 힘들겠지만 저희 부모님의 좋았던 점은 제가 철들고부터는 "엄마는 이렇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라고 사견임을 분명히 한 후에 그것으로 통제했다는 사실이죠. 통제 당하는 입장에서도 짜고 치는 묘미가 있었다고나 할까요.ㅋㅋ
    암튼...
    또래 초보 부모들끼리 대화해도 다들 좋은 방향과 현실의 괴리감에 힘들어하더군요. 혹자는 내 안에 악마가 있는 것 같대나...ㅡㅡ;;;;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3.12 23:13 통제하고 자유를 주는 것 사이에서 적절한 한계라는 건 부모마다 다를 거라는 생각이 갈수록 들어요. 학부시절부터 무수히 많은 부모교육이나 양육에 관한 책을 봐왔지만 거기서 제시하는 여러 스킬은 스킬일 뿐인 것 같아요.

    가정마다 일어나는 부모와 자녀사이의 역동은 너무도 달라서 책에서 제시하는 바들을 따르겠다고 결심하는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는 경우도 많고요.
    저는 좋은 엄마 되는 건 내가 인간이 되는 길 뿐이라는 결론을 얻었어요. '인간이 된다는 것'은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그 분의 온전하심과 같이 온전해지라고 하신 그 명령을 좇는 거라 믿고요.

    최근에 <타고나는 부모는 없다>라는 책을 읽었는데 제가 읽었던 양육서 중에 가장 정직한 책이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 혹시 성하가 자라서 아빠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고, 그런 일이 쌓이면서 뚜껑이 열렸다 닫혔다 하시는 때가 오면(성하는 안 그럴 수도 있지만요^^) 한 번 일독을 권해드려요.
  • 프로필사진 forest 2009.03.11 20:56 저두 이런 고민을 상당히 오랫동안 한 적이 있어요.
    결국은 딸 5학년 되던 해인가에는 엄마의 나약함에 대해 설명해줬답니다. ㅋㅋ

    lari님은 자기 성찰이 부러울 정도로 잘 되시는 분이예요.
    제가 너무 닮고 싶답니다.
    이 글은 오늘 하루 종일 생각하는 게 있어서 저두 이와 비슷한 성찰이
    글로 표현되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글 잘 읽었어요. 그리고 딸이 이제 다 크고 나니까 이 글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한가지 꼭 드리고 싶은 얘기는 자기 성찰이 되는 부모님을 둔 채윤이는 복덩이라는 거~^^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3.12 23:02 흑흑 감사해요.
    '남들한테는 좋은 사람, 나한테는 무서운 엄마'로 아이들 가슴에 아로새겨지는 것 같아 미안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예요. 다만 저도 '엄마는 연약하단다. 머리로 이러이러하게 하고 싶은데 그렇게 되지 않는 날이 많아'라고 고백을 할 뿐이예요.

    글고 그 통찰 꼭 나눠주세요.^^
  • 프로필사진 hs 2009.03.11 22:27 글을 읽기 전에는 딱딱한 느낌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사랑에 대한 고민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어찌 우리들이 완전한 사랑을 할 수가 있겠어요?
    사랑이 어떤 것인지 아는 것만으로도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이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다 인간의 한계를 느끼며 괴로워까지 한다면 더 주님의 사랑에 가까이 있는 사랑을 가진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살펴보면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랑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ㅠ ㅜ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자기 희생이 따라야 사랑이랄 수 있지,자기가 좋은대로하는 것은 사랑이라고 착각을 하는 것이겠죠?

    근데 사랑을 할때 화를 낼 수도 있겠지요.
    예수님께서도 그러셨듯이....
    하지만 어떻게 우리가 예수님 같이 사랑할 수가 있겠어요? ㅠ ㅜ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3.12 23:05 그러게요. 예수님처럼 화를 내더라고 사랑의 발로였으면 좋겠는데 그게 반대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요.ㅜㅜ

    정말 사랑은 평생 배우면 가야할 길인 것 같아요.
  • 프로필사진 털보 2009.03.11 23:37 후후, 이거 읽는데 저는 왜 채윤이 뛰던 모습이 떠오르죠?
    제 눈엔 무지 사랑스럽더군요.
    두 아이 데리고 어디 놀러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딱 그 두 아이 수준이라 잘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았다는... 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3.12 23:06 감사해요.
    저희 아이들이 엄마빠 말고 다른 분들 앞에서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기를 다 표현할 수 있다는 걸 보게해 주셨어요.
    두 분은 혹시 자유의 바람을 몰고 다니시는 분은 아니시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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