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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디딤돌, 낮은 자존감 본문

사랑의 디딤돌, 낮은 자존감

larinari 2015.01.23 20:52

 

 

 

제 얘기를 해보자면 저는 젊은 시절 이만하면 괜찮은 여자라는 자의식이 있었습니다. (무익하나마 부득불 자랑하노니) 고백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연애를 잘했던 건 아닙니다. 솔로 시절이 길었고 드문 연애조차도 성공적이 못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사랑을 믿지 못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난감한 질문의 표상, ‘엄마 좋아, 아빠 좋아?’가 제게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질문입니다. 단연코 아빠 좋아!’입니다. 그 이유도 얼마든지 댈 수 있습니다. 엄마보다 아버지가 훨씬 좋았습니다. 헌데 사랑이고 자랑이고 자부심이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어린아이는 가장 좋은 기억장치를 가졌다. 그러나 가장 나쁜 해석자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그 일생일대의 사건을 최악으로 해석해서 내면화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를 떠날 거야. 아버지 대신 엄마가 남은 것처럼 나는 차선을 가지게 될 거야.’ 현실은 이 잘못된 지도에 질질 끌려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겉으로는 활달하고 자신감 있는 여자일지언정 속에선 내 구질구질한 모습 들킬까 노심초사였습니다. 사랑과 연애가 건강해질 리 없습니다. 그러다 연애에 실패하면, ‘거봐, 멀리서 볼 때나 예뻐 보이지. 나를 깊이 알게 되면 질려버리고 말걸.’ 다시금 그 낡은 지도를 만지작거렸습니다. 결코 내 사람 될 것 같지 않았던 지금의 남편과 교제하게 됐을 때,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나날을 보내다 헤어졌습니다. 혹시나가 역시나였고, 다시금 사랑에 대한 깊은 불신의 늪으로의 추락이었습니다. 모든 사랑은 하나님 사랑으로 통하듯 모든 사랑에 대한 절망은 하나님에 대한 절망임을 그때 느껴보았습니다. ‘그렇군요. 하나님. 저는 정말 이런 존재군요.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그랬죠. 제게 좋은 걸 주셨다가는 보란 듯이 뺏어 가셨어요. 제게 도대체 왜 이러시죠? 심술 맞고 야박한 하나님.’ 그러나 학대하는 엄마 치맛자락을 놓지 못하는 아이처럼 겉으론 여전히 신실한 주님의 딸이었습니다. 마음 안팎의 분열로 갈피를 잡지 못하던 중 찬양인도를 준비하다 발견한 가사입니다. 'Come to the water. Stand by my side. I knew you are thirsty. You won't be denied. I felt every tear drop when in darkness you cried' 사랑에의 설렘이 컸던 만큼 거절에 대한 두려움 역시 압도적인 무게였죠. 역시나 남은 건 거절감. 그렇게 텅 비어버린 마음에 저 가사가 콱 박혔습니다. ‘너는 거절당하고 말 거야. 거야야아아아.....’ 오래도록 울려대던 내 마음속 나쁜 목소리가 멈추는 순간이었습니다. 오래된 지도를 과감하게 찢어버릴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우연인 듯 우연이 아닌 듯 우연 같은 사연 끝에 헤어졌던 그와 다시 만나 결혼했습니다. 그 지도 효과는 정말 끝난 것 같았습니다. 결혼 후 1년쯤 되었을 때입니다. 부부싸움 끝에 서로 속에 있던 말을 쏟아내던 중, 내 나름대로 잘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 약점을 남편이 다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천장이 여러 바퀴를 돌다 제자리에 갔습니다.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다 들켜버렸어. 내 진짜 모습을 본 이상 나를 떠나겠구나.’ 두려움에 떨며 따져 물었습니다. 왜 알고 있으면서 한 번도 지적하지 않았느냐고, 모르는 척 날 속였느냐고. 남편이 말했습니다. ‘당신의 연약한 점, 스스로 잘 알고 있잖아. 그로 인해 당신 자신이 힘들어하고 있고 무엇보다 당신이 노력하고 있잖아.’ 처음의 충격보다 더 큰 충격 같은 감동이었습니다. 수년 전 찬양의 가사를 통해 들었던 너는 거절당하지 않을 거야를 사람 목소리로 확인하는 것 같았습니다. 남편이 하나님처럼 나를 사랑해줬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가장 쓰라린 지점, 나에 대한 왜곡된 상으로 오래 아파하던 지점을 정확하게 터치해 주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정확히 그곳에서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낮은 자존감으로 웅크리고 주눅 든 지점에 말입니다. 적어도 제게 있어 결혼은 원가정을 통해 잃었던 사랑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는 기회였습니다. 이 경험은 자연스레 자존감 회복의 여정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여러분이 할 일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 줄 수 있는 사람을 배우자기도 제목에 추가하는 것일까요? 그러면 우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런 나를 누가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겠어?’ 사랑은 그것을 만드신 분을 닮아 몹시도 신비롭습니다. 누군가 진실하게 시작하면 그 다음은 신비입니다. 누구라도 먼저 시작해야 하고 할 수 있습니다. 본전 생각나지 않을 만큼만 사랑하겠다는 방어태세를 풀고 손익 계산기를 내려놓는 것. 바로 지금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낮은 자존감에 걸려 넘어지고 또 넘어질 것인가, 아니면 디딤돌 삼아 더 큰 사랑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선택하는 갈림길입니다. 누가 먼저 시작하시겠습니까.

 

<QTzine>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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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 프로필사진 2015.01.23 23:15 비밀댓글입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5.01.24 09:15 신고 좋아요!
    포기하지 말아요.
    저 글의 제 여정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이루어갈 수 있어요.
    그런 사람 열심히 찾으며, 나 자신이 누굴 만나든 그런 영혼의 벗이
    되도록 준비하며 소망을 갖고 기쁘게 오늘을 살아요.
    그렇게 살자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5.01.24 09:13 신고 2월호 <연애의 걸림돌, 낮은 자존감>과 짝을 이루는 글입니다.
    2,3,4 월 세 개의 글이 나란히 자존감 시리즈이기도 하고요.

    글쓰고 강의하는 사람이니까 아무렇지 않게 쓴 것 같아 보이시죠?
    저의 내밀한 이야기를 쓰는 것,
    지나는 사람들 누구라도 볼 수 있게 걸어놓는 것,
    아무렇지 않지는 않아요.
    기보지 않은 길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말자.
    키보드 두드리면 써진다고 해서 살아보지 않은 삶을 함부로 두드리지 말자는 원칙을 세우니 쓸 수 있는 얘기가 내 얘기 밖에 없네요.
    딜레머입니다.

    쓰고, 내놓고, 부끄러워 이불 속에 머리 처박고 있고.
    이러는 삶이지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정양수 2015.02.02 17:00 치유는 자기객관화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한걸음 물러서서 진짜 '나'를 마주하는 것...힘들지만 진정한 자유함과 행복으로 가는 첫걸음이죠.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5.02.04 09:20 신고 그러게요. 우리가 이름하는 개인적 상처라고 것들이 알고 보면 개인적 경험이고, 경험에 대한 개인적 해석이라고 보면 나만의 기억을 객관화하는 눈이 치유의 시작이겠죠. 용기와 지혜가 필요한 일 같아요. 댓글 감사합니다.^^
  • 프로필사진 2015.04.15 01:32 비밀댓글입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5.04.15 20:47 신고 안뇽! 방가방가.
    나는 가장 건강한 연애는 헤어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연애라고 생각해.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알지.
    맞지 않으면 헤어지는 거지!
    이런 각오가 있다면 줄줄이 연결된 많은 두려움들이 작게 질텐데 말이다.

    어쨌든 생각과 고민이 많아지고,
    그것을 회피하지 않는 것은 좋은 일이야.
    잘 가고 있는 거야.

    연애를 해도, 결혼을 해도, 오래도록 싱글이어도.....
    단 하나의 진리는 '인생은 힘들다' 이거거든.

    모님의 주사가 필요하면 메세나로 오고.^^
  • 프로필사진 2016.02.12 13:20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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