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떠오른 어릴 적 기억.
내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이쁘고 개인기가 많아서....ㅋㅋㅋ 동네에서 인기가 좋았었는데(진짜라구요) 그래서 우리 엄마 말로는 이런 일도 있었단다. 우리 동네 사찰에 근무(?) 하셨던 스님이 나를 너무 이뻐 하셔서 민가에 나오시면 우리집에 들러서 나를 안아보셨단다. 그니깐 스님이 목사님 집에(거의 교회라 할 수 있음) 들락거리셨단 얘기다. 어려서부터 종교 대통합에 기여한 나?^^
암튼, 이 집 저 집에서 안아가기가 일쑤였다고 하는데 그 중 내가 '엄마'라고 부르던 어떤 엄마가 있었다. 동네 분이셨는데 거의 그 집에 가서 살았던 것 같고, 그 분께 엄마라 부르며 따랐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우리 엄마한테 '사모님'이라고 불렀었다. 서너 살이었으니까 내가 가끔 우리 엄마 품에  가서 '사모님'하고 부르면 주위 분들이 넘어가셨던 기억이 어렴풋 하다.

어쩌다보니 그 시절 우리 엄마처럼 내가 사모님이 되어있다. 그리고 문득 어린 시절 늘 아픈 성도들 돌보기에 여념이 없었던 엄마 모습이 떠오른다. 엄마는 늘 아프고 힘든 성도들 찾아보느라 바빴다. 그래서 생각해보면 엄마는 늘 내 곁에 없었던 것 같다. 설마 그랬을까만은..... 에니어그램 지도자과정을 함께 했던 60대 사모님께서 울컥하면서 하신 말씀이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은 자라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딸이 그랬단다. '난 어렸을 때 엄마의 눈을 바라본 기억이 없어. 늘 엄마의 일하는 뒷모습만 봤어' 이 얘기를 하시면서 목이 메이며 하시는 말씀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내가 저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얼마나 사랑으로 키웠는데....'  그렇게 엄마의 마음과 어린 아이가 해석해서 받아들이는 사랑은 다른 것 같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내가 아주 많이 아팠는데 살짝 그런 생각도 해본다. 엄마는 내가 아플 때만 내 곁에 와주었기에 엄마 사랑이 그리워서 많이 아파버렸던 것이 아닌가?

문득 이 어린시절이 떠오른 것은 며칠 전 새벽기도 시간에 우리 아이들을 떠올리면서 이다. 엄마 아빠는 좋아서 하는 일이라지만 집에 오는 손님들에게는 늘 친절하고 극진한 엄마. 손님들을 위해서 정성을 다해서 요리하는 엄마. 그런 엄마가 우리 아이들에게는 뭘까? 가끔은 손님들을 위한 배려로 냄새 쥑이는 맛있는 요리를 하면서 두 녀석 후각과 입맛의 기대를 부풀리는 때가 있다. 그러나 정작 너무 매운 요리라서 두 녀석은 맛도 못 보고 냄새만 맡으면서 참기름 간장에 밥을 비벼 먹어야 하는 일이 있다. 한 번도 그런 때 아이들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문득 어린 시절 엄마와 내 모습이 우리 아이들과 오버랩이 된 것이다.
내 어린 시절 어느 시기에 내게 있어서 우리 엄마가 '엄마'가 아니라 '사모님'이었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 나는 어떤 목마름을 새기고 있지는 않을까? 아이들과 있을 때는 무뚝뚝하고 퉁명스럽기만 하다가 청년들이 오면 급 친절해지고 나긋나긋해지는 엄마. 그런 엄마를 보면서 아이들은 사모의 탈을 쓴 엄마의 이중적인 모습을 느끼진 않을까?

두 녀석에게 갑자기 미안해지고 그러면서 고맙기도 하였다. 오랫만에 채윤이가 제일 좋아하는 큰 접시에 몽땅 담아주기 저녁을 준비했다. 가끔은 이 녀석들도 엄마가 준비하는 식탁의 주빈이 되어야지. 그래야하고 말고. 엄마는 두 녀석에겐 항상 엄마여야 하니까.

'아이가 키우는 엄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사는 집엔 토끼 두 마리  (18) 2010.01.03
참회일기  (27) 2009.11.28
시험공부는 애들을 어떻게 만드나?  (18) 2009.06.25
개학이다 자유다  (11) 2009.02.06
스타워즈 폐인  (17) 2008.09.2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