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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고수부지에서 놀다가 강아지가 쫓아오자 기겁을 하며 엄마한테 달려는 채윤이.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애들에게
선물을 안 주신대.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오늘 밤에 다녀가신대.



예전에 아이들을 가르칠 때부터 이 캐롤이 참으로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작년 재작년 채윤이 현승이이가 산타 얘기를 물어오면 까칠한 엄마 그렇게 대답했었습니다. '산타 할아버지가 있는 지 없는 지를 잘 모르겠는데....확실한 건 원래부터 착하거나 원래 나쁜 아이는 없어. 사람은 다 조금씩 착하기도 하고 조금씩 나쁘기도 해' 하고요.

이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 지가 울기도 많이 울었고, 짜증도 냈고 장난도 많이 친 걸 누구보다 잘 압니다. 허나 선물을 받아야겠고, 산타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시고.... 이 난감함에 '아, 몰라. 난 착한 애야. 그냥 착한 애로 쳐.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어.' 하고 있는데 결국 해마다 머리맡에 선물은 놓여 있구요.
아주 아주 비약을 한다면 매년 크리스마스에 반복되는 이런 일은 아이들에게 '자기기만'을 가르치는 첩경이라는 생각을 해요. 이건 큰 틀에서 크리스마스의 주인이신 아기 예수님이 오신 방법, 그 분이 오신 이유, 그 분의 성품에 반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캐롤이 크리스마스의 정신에 아주 반하는 노래라는 이유는 사실 여기 있어요. 하나님의 아들을 주신 사랑, 성탄절의 그 사랑은 그야말로 받는 대상의 착하고 나쁨에 상관없이 주는 사랑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라고 하던가요? 우리의 행위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존재 그 자체 때문에 주시는 사랑이라는 것이죠. 그게 성탄절의 사랑인데 말예요.

행위가 아니라 존재 때문에 사랑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행동이 아니라 아이의 존재로 사랑하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깨닫게 됩니다. 어렸을 때는 '엄마' 비슷한 말 한 마디 하는 것, 걸음마 한 걸을 떼는 것에 그렇게 열광을 하면서 좋아하고 이뻐했었죠. 아이가 클수록 엄마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실망하고 실망감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분노하고 그러구 있죠. 하다못해 오늘 아침만 해도 느릿느릿 준비하는 채윤일 보다보다 지각할 시간이 가까와져 몸이 달아서 아이를 닦달하고 따뜻하게 학교로 보내지 못했어요.
헨리 나웬이 그랬다는군요. 우리는 두 번째 사랑(부모님, 배우자, 친구...의 사랑)을 받았던 기억으로 하나님 사랑을 헤아려 보려고 한다고요. 그런데 우리가 받은 두 번째 사랑은 얼마나 변덕이 심하고 일관되지 못한 사랑인지요. 그로 인해서 피차에 주고 받은 상처가 얼마나 많은지요. 하나님 사랑을 받기 위해서 따로 뭔가 할 일이 없다는 것.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서 잠 잘 때나 일어날 때 짜증 날 때 장난 칠 때마다 노심초사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런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정말 머리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느끼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몇 달 전 아침에 채윤이 등교 준비를 하고 내보내는 중이었습니다. 그 날도 옷 가지고 타박, 먹는데도 꾸물꾸물 하다가 결국 늦었죠. 윽박을 질러서 내보내고 머리까지 찬 분노를 가라앉히고 있는데 투다다닥 채윤이가 다시 현관으로 들어오는 거예요. 울면서요. "엄마! 넘어졌어" 하면서 제 가슴에 푹 파묻혀 우는 겁니다. 순간 제 마음이 뭉클했어요. 불과 1, 2분 전 화난 얼굴로 자기 등을 떠밀었던 엄만데 넘어져서 슬퍼지자 바로 생각나 달려온 것이 엄마 품이었다니.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스럽고....

채윤이처럼 그저 그 분의 사랑에 달려가 기대는 순수한 마음이었음 좋겠습니다. 나의 존재 그대로를 사랑한다는 그 사랑을 머리로 아니라 가슴으로 삶으로 느끼는 하루였음 좋겠습니다. 내가 그렇게 큰 사랑을 받는 존재라는 것을 느끼며, 내 아이 내 남편,  그리고 내게 주어진 많은 사람들을 '존재' 그대로 사랑할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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