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샬롬 찬양대에는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분이 계셨습니다.
항간에는 이 분은 '연습 중에 화장실 가셔도 안 된다' 하는 소문이 돌 정도였습니다.
지휘자로서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얘기입니다. 소프라노에서 소리를 주도해서 내시는 분인데,
이 분이 처음으로 연습에 빠지신 날 정말 당황이 되었습니다. 소프라노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 다른 파트가 영향을 받기 시작해서 찬양대 소리가 전멸에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노래를 잘 하실 뿐 아니라 영발도 끝내주는 분이라서 이런 저런 영향력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예전부터 속 깊은 얘기를 나누고 기도해주시던 분이라서 저 역시 심정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있는 분이지요.

이 분이 사경회를 앞두고 호주로 여행을 가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사경회 이튿 날 저녁에 우리 찬양대가 찬양을 드려야 하게 되었습니다. 딱히 말로 하지 않아도 이 분이 안 계신 상황에서 더 큰 무대로 가는 것은 참으로 난감한 문제였습니다. 주일 예배 찬양도 마찬가지이구요.

지휘자로 데뷔하고 1부 예배 외에 처음 다른 무대에 서는 건데....좀 그럴듯 하게 하고 싶은데...하는 욕심들을 빨리 내려 놓았습니다. '다른 대원들에게 자신감을 갖게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했고 무엇보다 찬양 받으실 하나님께서 그런 정도의 일로 영향을 받으시는 분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기에 최선을 다해 찬양을 준비하면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웬일 입니까? 찬양 연습을 하는데 소프라노에서 기적 같은 소리가 났습니다. 지난 주 모든 대원이 돌아가면서 솔로를 하고 난 다음이라 자신감이 생긴 터에 일당백 해야겠다는 책임감 까지 더해져서 모두들 기대 이상의 소리들을 내시는 것입니다. 그 분이 빠지면 소프라노 자체가 없어지는 듯 했었는데 당당한 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50이 넘으신 집사님이 연습이 끝나자 '머리가 띵하다. 쓰러질 듯 하다' 하실 정도로 열심히 찬양하셨습니다.
열심과 열정은 전염되기 마련. 다른 파트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연습하면서 '이대로 지금 이 모습 이대로 예배에 그대로 가져 갔으면 좋겠다. 남은 음악적 연습 포기해도 좋다. 모든 걸 다 쏟아 넣어 찬양하는 이 모습 이대로 가져갔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거기다가...
너무 열심히 연습들을 하신 나머지 이 분들이 가사를 다 외워버리신 것입니다.(물론 한 번 했던 찬양이기도 했고 가사가 반복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50대로 구성된 찬양대 입니다. 이 분들이 당신들 입으로 먼저 '가사 보지 말고 그냥 외워서 합시다' 하는 것입니다. !!!!!!
"제가 외우자고 한 거 아녜요. 여러분이 하신 겁니다" 몇 번 확인을 했습니다. 물론 헷갈려서 버벅거리는 분들도 계셨지만 대부분 완벽하게 외워서 당일 찬양을 드렸습니다.

토요일 사경회 저녁에 그렇게 찬양을 드리고 주일 아침에 만났습니다. 8시에 갔더니 담임 목사님 일찍 오셔서 대원들과 차를 들고 계셨습니다. "저희는요 일주일 쌓인 스트레스 주일 날 찬양대 와서 다 풉니다. 아마도 지휘자님이 은근히 음악치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면서 들떠 있었습니다.

주일 찬양이 짧은 가사가 여러 번 반복되는 것이었는데 예배 들어가기 한 20분 전에 한 분이'다 외왔다. 이것도 고마 확 외워뿔지. 뭐~ 악보 뭐 보겠노. 쉬운데' 하시더니 결국 또 악보를 안 보고 부르시겠답니다.
"오늘도 외워서 부르면 교인들이 샬롬 찬양대 미쳤다고 해요. 어제 칭찬좀 받더니 밤새도록 가사 외웠네" 할거예요. 하면서 농담 반 했는데 결국 다시 악보를 보지 않고 찬양 드렸습니다.


두 번의 찬양을 통해서 내가 온 마음을 쏟은 것은 '할 수 있습니다. 꼭 노래 잘 하는 목소리가 아니어도 찬양할 수 있습니다. 자신있게 찬양하세요. 할 수 있습니다. 악보도 잘 못 보는 당신도 찬양이 하고 싶어서 여기 있는 이상 할 수 있습니다. 자신있게 온 마음을 드리면 됩니다. 위축되지 마세요. 할 수 있습니다' 하는 메세지를 눈과 표정으로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메세지가 전달 되었고 이 분들은 음악적으로는 물론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다른 경지의 찬양을 드리고 경험했습니다. 무엇보다 샬롬 찬양대 안에 팽배한 '노래 못하는 사람들 모인 찬양대'라는 보이지 않는 의식들이 많이 씻겨졌다는 것입니다.

입 안이 다 부르트고 헤어져도 나는 살 맛이 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 안에 숨겨진 장점을 발견하고 자신있게 발현할 수 있게 되는 것. 자신에게 없는 것을 붙들고 위축돼 있던 한 사람이 '내가 이런 걸 할 수 있었어? 내가 이런 존재였어? 내가 이렇게 소중한 사람이야?' 라고 깨닫는 순간 천국의 기쁨을 맛 보는 것.
주 중에 만나는 중증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자신 안에 가진 잠재력을 음악을 통해서 발현하면서 그 순간 완벽한 음악을 만들어 내고, 그야말로 '정상화'를 경험하는 것.

그런 일을 할 때, 나는 정말 살 맛이 납니다.

2005/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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