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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인, 꼬마 철학자

새우 등

larinari 2012. 8. 31. 09:50




부부가 함께 바쁘면 안되겠다 싶다.
특히 둘 다 정신적인 에너지를 많이 써는 건 더더욱.
어젯밤은 다음 날 새벽 설교를 앞 둔 남편,
긴장 속에 처음 TV 방송 녹화를 하고 온 엄마가 별 일 아닌 것으로 감정이 상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감정이 상한 건 엄마고, 아빠가 평소처럼 받아줄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보이지 않는 긴장과 침묵이 거실로부터, 주방, 안방.... 온 집안을 휘감고 있었다.
현승이 조용히 자기 책상에 가서 일기를 썼나보다.




일기
다 썼다며 엄마에게 가져왔는데 아~나, 진짜!


제목 : 우리 엄마

우리 엄마는 짜증이 난 것 같기도 하고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짜증이 안 난 것 같기도 하고 화가 안 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한테는 화도 짜증도 안 났다고 했다.
그렇지만 나는 그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나는 엄마가 지금 화나 짜증이 났으면 빨리 풀렸으면 좋겠고
화나 짜증이 안 났으면 화난 것처럼 안했으면 좋겠다.
나는 어떻게 엄마가 화난 것처럼 보이냐면 원래보다 말이 없다.
우리 엄마는 화가 나면 말을 별로 안한다.
우리 엄마가 이 일기를 읽고 화가 더 날 수도 있고 화가 풀릴 수도 있다.





엄마는 이 일기를 읽고 화가 더 난 것도 아닌데, 화는 풀렸는데....
할 말을 잃어서 말이 더 없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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