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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키우는 엄마

스타워즈 폐인

larinari 2008.09.20 14:11

지난 번 극장을 통째로 빌려서 스타워지 에니메시션을 보고난 이후.
아빠를 시작으로 우리 집에 스타워즈 중독 바이러스가 돌아다니더니 급기야 네 식구 모두 감염되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완전 넷 다 스타워즈 폐인이 되다.

스타워즈가 처음 나왔던 1977년은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성인이 될 때까지 영화를 쉽게 볼 수 는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빠나 엄마나 그 재밌다는 스타워즈의 세계를 모르고 살아왔다. 이번에 본 스타워즈 에니메이션 <클론의 전쟁>도 사실 영화는 너무 보고 싶고 아이들을 어떻게 할 수는 없고해서 찾은 영화였다.
그걸 보고 나서 아빠의 기억 저 편에 있던 스타워즈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나고 거기 나오는 알투, 쓰리피오등의 로봇이 현승이와의 대화 속에 살아나오면서 다 지나간 영화 더듬기는 시작되었다. 총회 때문에 일주일 집에서 쉬는 아빠, 운동회 때문에 숙제도 비교적 가벼웠던 채윤이 이런 게 맞아 떨어져서 한 일주일간 지나간 스타워즈 빌려보기로 네 식구가 폐인이 되었다. 넷이 모였다 하면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어떻고 다쓰 베이더가 어떻고 광선검이 어떻고....

혼자 침대에 누워 책이라도 보고 있으라치면 어느 새 아빠와 아이들 둘이 스타워즈 얘기로 정신이 없는데 가만 듣고 있으면 30년의 나이 차이을 넘어서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친구 셋의 대화로 들릴 뿐이다. 가끔 어른 둘이 대화를 할 때는 스타워즈에서 건져올린 더 심오한 철학을 논하기도 한다.(심오하다고 얼마나 심오할까?ㅋ)

홈 씨어터는 커녕 TV도 없는 집에서 쬐만한 컴퓨터 모니터에 넷이 달라붙어 앉아 오징어 구워놓고는 스타워즈에 심취하는 맛. 이 궁상맞은 기억은 우리들만의 추억으로 얼마나 멋지게 자리잡아가고 있는지.
 

재미가 없으면 견디질 못하는 여자와
의미가 없으면 견디질 못하는 남자가
함께 영화를 보려니 그 중간지점을 찾아내기가 어려운 일인지...
그 중간지점을 찾아준 것은 둘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영화를 고르다 만난 픽사영화들은 둘 사이의 중간지점은 물론 네 식구
모두를 열광케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으니....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영화를 제대로 좋아하고 영화평을 제대로 해보고 싶은 아빠는 최근에 <박찬욱의 오마주>를 보면서 영화와 글을 연결시키고 싶은 꿈틀대는 본능을 캐치했나보다.
나중에 형편되면 가정용 프로젝터를 꼭 사고 싶다는, 그리고 제대로 보고싶은 영화들을 보고 영화설교 같은 것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하셨다.


픽사영화와 더불어 우리 아이들의 '보고 또 보고' 친구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들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영화 DVD를 많이 사주고 그걸 보고 또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하고 싶다는 아빠는 마트에만 가면 DVD 주변을 서성거리다 엄마한테 한 소리 듣기 일쑤다.
MBTI로 분명 N, 직관형일 듯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상상력은 채윤이 같은 감각형의 아이들에게는 정말 새로운 상상의 세계를 열어주는 듯 하다. 픽사영화와 함께 아이들이 몇 번씩 반복해서 보는 영화들이다.

무엇보다 이런 영화들이 식구들만의 비밀스런 은어를 만들어 쓰게 하고, 30년의 세대 차이를 넘어서 풍성한 대화를 하게 한며 세대공감을 자연스럽게 일구어 낸다는 것이 참으로 좋지 아니한가. 이런 류의 세대공감이 가능해진 것은 다름아닌 부쩍 자란 현승이 때문일 수도 있다. 어느 새 영화자막을 대충 읽기도 하고 그 어눌한 말투로 영화의 등장인물과 대사와 스토리들을 줄줄 꿰기도 할만큼 자란 현승이 덕에 넷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졌으니 말이다. 
현승이가 자라서 우리와 이런 공감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반가운 만큼 삼춘기를 맞은 채윤이가 언제 사춘기에 돌입하여 자기만의 세계로 들어가 식구들을 따시킬지 모르는 일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넷이 이렇게 킬킬거릴 수 있는 시간이 우리 생에 얼마나 될까 싶다. 기나긴 인생에 오늘같은 꿀같은 시간이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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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Comments
  • 프로필사진 hayne 2008.09.26 12:09 올만에 나타나서는 우르르르 쏟아놓으니 읽는 사람 숨차다.
    분량상 어디 보내는 원고쯤 되는거 같고.
    영화보기가 담주로 계속 이어지던지 아니면 약간의 금단현상이 오는건 아닌지 ㅋㅋ
    암튼 매우 재미난 일주일이었단 말씀.
    내가 본 영화는 가운데그룹중 4편, 마지막 그룹중 1편 그게 다네.
    이 영화포스터는 직접 모아 편집하셨나?
  • 프로필사진 h s 2008.09.26 13:18 ^^ 저도 숨이 찰까봐 나중에 와서 천천히 봐야겠어요.
    오늘 목장 모임이 있는 날이라 맴이 바쁘네...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8.09.26 20:42 해송님! 오늘 목장모임 간식 알아요.
    집에서 빚은 송편 드셨죠?ㅎㅎㅎ


    hayne님!
    마지막 그룹에서 보신 한 편, 그 DVD 저희 집에 와 있는 거 아시죠?^^ 담번에 갖다 드릴께요.
    영화 포스터는 직접 모아 제작했습니다.
    크기 맞춰서 편집하느라고 머리털 빠졌습니다.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털보 2008.09.26 15:26 히야, 이거 뭐 이렇게 죄다 건전한 영화들만 보시는 거야요.
    저는 울나라에서 개봉 못한 아주 조오치 못한 영화들만 찾아서 본다는... 혼자서... ㅋ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8.09.26 20:43 '애들은 재웠수?' 라고 아세요?ㅋㅋ
    이건 애들 재우기 전에 보는 영화구요.
    여기까지!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forest 2008.09.26 21:26 자자.. 이제 내용을 달달 외우는 단계로 진입하시겠습니다.ㅋㅋㅋ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올 여름 우리나라에서 특별전도 할 정도로 매니아가 많은 편이예요.
    픽사의 애니메이션 시작하는 화면도 얼마나 귀여운지...^^
    저희 집도 삼분의 일 정도는 본 것 같으네요.

    네, 맞아요.. 다같이 보는 즐거움이 그리 길지 않아요.
    많은 추억을 만드시길...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8.09.27 11:18 타코양이 <사운드 오브 뮤직 > 외우듯이요.ㅎㅎ
    픽사전에 가기로 애들하고 약속하고 채윤이가 입장료 쏘기로 했었는데 결국 못갔어요. 너무 아쉬운 거 있죠.
  • 프로필사진 hs 2008.09.26 22:48 "기나긴 인생에 오늘같은 꿀 같은 시간?"

    인생의 모든 시간을 그런 생각을 하며 살면 인생이 꿀같은 인생이 되는 거죠.
    어느 시기이든 지나고 나서 돌이켜 보면 그때가 행복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잖아요.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이 꿀같은 순간인 셈이구요. ^^

    그런데 우리 목장 간식은 어찌 아셨남요?
    다녀 오셨나?^^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8.09.27 11:18 제가 스타워즈에 빠져 있다보니 제다이의 포스를 좀 갖게 됐어요. 다 꿰뚫게 되더라구요.ㅋㅋㅋ
  • 프로필사진 유나뽕!!★ 2008.09.29 11:27 어쩐지 주일에도 현승이가 스타워즈 봤다고 자랑하더라구요 ㅎㅎ

    근데 저도 스타워즈 제목만 알고 아는게 별로 없어서;;
    다스베이다!!! 정도로 밖에 못 받아쳐줘서 아쉬웠다는 ㅎㅎ

    으흐으흐~ 주일날 싸모님이랑 인사하고 이야기 하기
    넘 어려운거 아니냐규용!!

    완전 인기쟁이!!!!!!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8.09.29 19:19 어제 유나 만났을 때 나도 좀 간만에 얘기좀 할려고 했었는데...내가 어제 그 시점에 약간 열이 올라 있었거든.
    머리에서 김 나는 거 못 봤어?ㅋㅋ
    어제 미안했다규~
  • 프로필사진 BlogIcon myjay 2008.09.29 17:27 어린시절 스타워즈 1편을 봤다면 스타워즈 시리즈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시스의 복수편 개봉일에는 미국 전역에서 '월차 소동'이 있었다고 하니 어른들이 더 난리인 셈이지요. 픽사 애니메이션은 룩소 주니어 단편부터 월E까지 한편 한편에 쓰인 컴퓨터그래픽 기법들은 수십편의 논문을 쓸 정도로 그래픽이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좋습니다. (사실 저는 픽사의 존 라세터라는 사람을 대학교 때 논문과 세미나로 먼저 접했었습니다.) 아무튼 저도 주저리주저리 할 말 많은 애니메이션이라 오늘은 좀 달렸네요.^^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8.09.29 19:22 아~ 그러시구낭.
    남편이랑 같이 '우리는 왜 스타워지를 비켜왔지? 왜 이제사 스타워즈에 빠진거야?' 하는 얘기를 했어요. 둘 다 처음 스타워즈가 나왔을 때 영화를 접할 환경이 못돼서 그랬던 것 같아요. myjay님 블로그에서 월.E 피겨 보고 쇼핑몰 돌아다니다 다쓰베이더 피겨도 봤어요.^^ 저희 현승이가 다쓰베이더 피겨레 꽂혀가지구...ㅎㅎ
    글구 스타워즈 화보도 유심히 봤죠.
  • 프로필사진 동감 2008.09.29 18:34 크크...웰-E는 보셨낭여? 오빠가 아들을 보여주고 있던데...화질좋아여~~ㅋ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8.09.29 19:23 월.E는 애들하고 나만 극장에서 봤어.
    아빠를 못보여줘서 DVD나오면 바로 같이 한 번 보려고 해.
    그거 보고나서 한동안 월.E 톤으로 '이브' 부르는게 우리집 유행어였다지.ㅋ
  • 프로필사진 나무 2008.09.29 22:51 저도 요즘 애니메이션의 매력에 빠져있어요 극장갈때마다 그런 종류만 볼려한다고 도사님께 핀잔을 들었지만 ㅋㅋ
    저도 조오~~기 생쥐나오는 저.. 제목을 모름 ㅋㅋ 저 영화도 아주 잼나게 두번을 봤어요 감동이 있더라구요 ^^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8.09.29 23:23 신고 조오~기 생쥐나오는 건 <라따뚜이> 되겠습니다. 저희집에선 제가 맛있는 음식해주면 그 음식 이름이 바로 '라따뚜이'가 되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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