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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그 헛헛한 만남에 대하여

larinari 2014.09.23 20:21

 


수강자들의 몰입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제게 가장 어려운 연애 강의 무대는 매칭 프로그램입니다
. 솔까말 그 자리에 앉은 선남선녀들이 강사와 나눌 잉여의 눈빛이 어디 있겠습니까. 내가 찍어놓은 그(그녀)를 매의 눈으로 관찰해야죠, 강의 듣는 내 모습도 누군가에게 스캐닝 될테니 관리해야죠. 맘 편히 강의에 몰입할 수 있겠습니까? 강사에게 보낼 눈빛이란 그만 떠들고 조별 나눔 시간이나 길게 달라는 압력 정도입니다. 제가 알죠. 매칭 프로그램에서 강의하고 샤랄라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온 적이 거의 없습니다.


실은 그 이상의 불편함입니다
. 여기저기 꽃망울들이 살랑대는 봄날, 하늘은 드높고 뭉개구름은 너무 예쁜 가을날, 데이트하기 딱 좋은 날이 매칭 프로그램 성수기이기도 하지요. 한껏 차려입고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은 남녀들은 너무 멋지고 예쁩니다. 그리고 예쁘고 멋진 만큼 쓸쓸한 그림자 또한 짙게 드리워져 보입니다. 누구는 지하철에서 처음 본 남자에게 저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요로 만나서 결혼한다는데 그런 로맨스 다 어디로 가고. 그러고 보면 씁쓸한 설렘을 안고 소개팅 나가는 남녀의 심경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연애나 결혼은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자연스런 욕구와 맞닿아 있습니다.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목적이 된다는 것입니다. 정말 우린 누군가에게 궁극의 의미가 되고 싶지요. 영양가 없는 소개팅이나 매칭 프로그램이 남기는 쓸쓸한 여운은 바로 그 지점일 것입니다. 궁극의 목적으로 선택받기 위해서 일단 수단으로 앉아 있어야 하는 자리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서로 얼굴도 한 번 안 보고 결혼하셨다는 할머니 할아버지 시대가 더 인간적인지 모르겠습니다
. 이에 비하면 가슴에 OX 카드 하나 씩 품고, 나 역시 OX 카드 중 하나를 먹어야 하는 소개팅은 얼마나 비인간적인 것입니까. 벌써 20여 년 전인데도 그 우중충했던 기분이 생생하게 살아옵니다. 화창한 토요일 오후 호텔 커피숍, 소개팅의 추억입니다. 딱 보자마자 ‘X’로 정해놓고 웃고 있지만 웃는 게 아닌 표정으로 지루한 대화를 이어가던 시간. 날씨가 너무 좋아서 더 싫었고, 엄마 닦달에 새로 산 정장이 유난히 예쁘고 잘 어울려서 더 속상했지요. 소개팅 나간다던 제자가 밤이 깊어도 별 연락이 없으면 유난히 마음이 많이 쓰이는 이유입니다. 소득 없는 소개팅 후의 뒷맛, 그 느낌 아니까. 그렇다고 에잇, 다시는 소개팅 안 하려구요하는 제자들에게 그래라하지는 않습니다. ‘, 뭔 소리야. 그래도 누가 시켜준다면 또 나가. 집에서 시체놀이 하고 있으면 어디서 남자가 굴러 오냐?’


어쨌든 우리는
2014년을 살고 있습니다. 중매쟁이의 보증만 믿고 결혼을 결정할 수 있었던 근대가 아니죠. 연애와 결혼에 관한 정보는 넘쳐나고 쇼윈도를 통해 번쩍거리는 신상을 바라보듯 스마트폰을 통해 타인의 연애와 결혼을 시도 때도 없이 들여다봅니다. 물론 뽀샵처리 된 것이긴 하지만요. 여러 모로 선택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니 깔고 시작하자구요.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딴 말은 넣어두고 소개팅이든 매칭 프로그램이든 기회 되는대로 적극적으로 합시다. 다녀오면 대체로 기분은 떡이 될 것이라는 것도 알잖아요. 아니까 각오하고 나갑시다. 소개팅을 열 번 한다고 했을 때 7:2:1 정도이 나오지 않나, 표준화된 통계자료 없이 순수 임상경험으로만 추정해봅니다. ‘7’은 폭탄입니다. ‘2’정도는 내 맘에 들겠지만 상대가 나를 안 찍어줄 것이고, 쌍방 그린라이트가 켜질 확률은 ‘1’, 또는 그 이하입니다. 내가 상대의 개팅녀()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까 나도 ‘7’의 폭탄등급일 가능성이 높은 거죠. 자학은 하지 말기요소개팅이라는 특수한 세팅 때문이지 그쪽이나 나나 일상으로 돌아가면 그럭저럭 괜찮은 친구이며 아들 딸일 것입니니다. 무엇보다 분명 주변에서 흔히 보던 보통의 남자나 여자가 나올텐데(장점도 있지만 아쉬움이 더 큰 친구 교회 동기들, 회사 동료들이 평균이잖아요) 배우자나 애인으로서의 정체성만 갈고 닦은 누군가를 상상하며 소개팅 자리 나가는 어쩔 수 없는 기대가 만들어 낸 것이 실망스런 '7'일 것입니다.


개팅남녀가 아니라 사
..을 만나러 나가야 합니다. 상대가 오징어든 폭탄이든 애정하는 교회 선후배 대하 듯 마음 열어 듣고 대화하는 것입니다. 사실 나도 그(그녀)에게 오징어일 수 있다니까요. 한혜진 자매, 션 형제가 아닌 이상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오징어입니다. 나도 별론데 상대방이 먼저 찰까봐 처음부터 방어자세로 들어가면 당신의 소개팅은 기분 떡에 상처만 남기는 역사의 반복이 될 것입니다. 연애를 많이 해봐야, 많이 만나봐야 사람 보는 눈이 생긴다는 얘기들을 합니다. 절반만 맞습니다. 백 명을 만나도 심리적으로 방어태세를 갖추고서는 학습효과란 없습니다. 진실한 태도여야만 만남도 헤어짐도 배움이 됩니다. 한 번 만나고 다시 안 볼 개팅남()에게 끝까지 진심의 예의를 다하는 것, 좋은 연애와 좋은 결혼을 위한 마음의 훈련이 됩니다. 맘에 안 드는데다 어차피 다시 볼 사람 아니라고 불손하게 대하거나 메시지를 씹어서 드시지는 맙시다.


결혼하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은 원래 노력해서 얻어지지 않습니다. 좋은 대학 가려면 수능공부 열심히 하면 되지만 애인을 만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지 않습니까? 주어진 조건 안에서 만남의 기회를 피하지 말고, 만남의 자리에선 한 번의 만남이라도 진실하게 대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요.

 

<QTzine> 10 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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