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을 남친이라 부르지 못하고 여친을 여친이라 위해주지 못하는 그 타는 마음을 아시는가? 우리는 이들을 스파이 커플이라 부른다. 그렇게 가슴 졸이며 연애하던 커플이 어느 새 부부가 되었고 엄마 아빠가 되어 아가를 데리고 찾아왔다.


<오우 연애>의 주인공 은혜는 연재를 시작할 때는 88또래 정도의, 초등부 때 성가대에서 삐약삐약 노래하던 은혜, 정현이 정도의 나이가 모델이었다. '은혜'라 이름지은 건 연애나 결혼이 궁극적으론 '은혜의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헌데 이야기를 다 쓰고 보니 이 '은혜'는 '송은혜'와 인연이 묘하게 맞닿아 있었다.


이들의 스파이 연애시절, 여리고 착한 이 커플이 마음 졸이며 데이트 하는 걸 안타까움으로 지켜보곤 했었다. 가뜩이나 눈물 많은 은혜는 그 좋은 시절 스파이 연애를 하면서 괜한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스파이 커플의 고충은 나름 스릴도 있는 것이다. 강동을 버리고 일산까지 가서 데이트를 하고 왔다든지. 이 글을 쓰려고 둘이 데이트 할 때 찍은 사진 좀 카톡으로 보내달라 했더니만 폰에 저장된 사진이 없단다. 허경환 닮을 잘 생긴 남자친구의 사진 한 장 폰에 담고 다닐 수 없었던 이 슬픈 사연....ㅎㅎㅎ


(우리 부부가 연애를 하고 결혼을 꿈꾸며 그랬던 것처럼)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은 크고 작은 산들을 어느 덧 넘어 결혼 날을 받고 집에 찾아온 날을 잊을 수 없다. 작년 봄이었다. <오우 연애> 출판 계약서를 쓰던 그 날이었으니까. 은혜의 결혼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책으로 묶이기로 한 날, 은혜는 결혼날을 받고 인사를 왔으니...이 인연 또한 아름답지 아니한가.


<오우 연애>가 책이 되어 세상에 나올 즈음에 은혜를 꼭 닮은 아기 '은슬이'가 세상에 나왔고, 마치 손녀딸을 본 할머니처럼 경이로움으로 은슬이를 안고 놀아봤다. 2년 전, 3년 전의 은혜를 알고 은혜와 전강도사님의 스토리를 알기에 마주앉은 오늘이 새삼스런 감사와 감동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의 인생은 기승전결이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그 아름다움이 온갖 눈물, 외로움, 두려움을 아울르는 아름다움이니 오늘 이 순간이 어떠하든 결말은 해피앤딩일테다. 이렇게 예쁜 두 쏭알을 두고 먼저 미국을 떠나야 하는 전강도사님이 낯선 세계로의 발을 내디디며 또 다른 한 챕터의 이야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잠시 헤어져 있는 슬픔, 많은 염려와 두려움 속에서도 잘 견뎌낼 것이다. 그리고 몇 년 후 우리는 또 다른 해피앤딩에 감사하며 마주 앉아 있을 것이다.


보아도 보아도 어여쁜 세 사람을 내 부족한 기도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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