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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부부에게

larinari 2007. 6. 30. 10:32
처남(JP의 처남, SS의 남동생)이 늦장가를 갔습니다. 그것도 어린 신부한테요.(부럽다~) 결혼이라는 신비의 세계에 들어 선 걸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어느 부부나 다 마찬가지지만 많은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 한 만큼,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 만들어 가길,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모델이 되길, 그래서 그 자체가 하나의 복음증거가 되는 삶이 되길 바랍니다.
이참에 처남 부부에게, 더불어서 이제 막 결혼생활를 시작하는 신혼부부에게 ‘감 놔라 배 놔라’ 주제넘은 훈수 한 번 둬 볼까 합니다. JP와 SS의 맘 먹고 하는 잔소리를 한 번 들어보실 랍니까?

JP의 잔소리 1탄! 공처가 소릴 두려워 말자

저는 종종 ‘혹 공처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곤 합니다. 물론 노골적으로 놀림 받는 일은 드물지만, 이런저런 우회적 표현으로 아내에게 쥐어(?) 산다는 메시지를 받곤 하지요. 어쩌면 그간 우리 부부 이야기를 주의 깊게 읽은 분들 중에도 더러 절 두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애처가라고 부르면 혹 수긍하겠지만, 공처가란 말은 사절하겠습니다. 암튼 공처가든 애처가든 사람들의 의문은 보통 남자들처럼 아내를 휘어잡지 못한다, 아내에게 휘둘린다, 아내 말에 꼼짝 못하고 기가 눌려 산다, 아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고,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한다 등등이겠지요. 그건 사람들이 저희 부부의 겉만 보고 속은 못 봤기 때문일 겁니다. 아니면 그 사람이 가부장적 사고에 치우쳐 있든가요. 그래서 저는 공처가(혹은 애처가) 소릴 들을 때마다 내가 잘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삼는 답니다.(^^)

저는 신혼 초에 이런 거짓말 같은 참말 참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난 당신이 원하는 거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오.” 소요리 문답 1번을 패러디해서, “내 인생의 목적은 아내를 영화롭게 하고 영원히 당신을 즐거워하는 것이랍니다.” 찬송가 ‘주님 뜻대로 살기로 했네’를 개사해서, “당신 뜻대로 살기로 했네, 당신 뜻대로 살기로 했네, 뒤돌아서지 않겠네~” 등등등. 물론 다 거짓말이죠.(^^) 그렇게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될 일이죠. 그렇지만 ‘이게 내 결혼의 제1원칙이야’라는 메시지를 표현했다는 걸 제 아내는 잘 알 거에요. 실현 불가능한 말인 줄 알면서도 좋아한 아내를 보면 알 수 있었지요. 만약 모든 남편들이 아내를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로, 천하와 바꿀 수 없는 존재로 받아들인다면 그런 말쯤이야 백 번 천 번 못할 게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어디 말뿐이었겠습니까?

신혼이라고 늘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겠죠. 아내와 간혹 힘겨루기를 해야 할 때가 생기는 데 그럴 때를 대비할 필요도 있습니다. 저는 대개 팽팽한 긴장감이 생길 때마다 재빨리 먼저 무장해제를 선언하는 편입니다. 속된 말로 하면 먼저 기어들어간다는 뜻이겠죠. 그렇지만 전 이게 ‘지는 게 이기는 전략’이라고 여전히 믿습니다. 사실 아내와 논리적으로 논쟁하면 이길 자신도 있고 하다못해 쌈질이라도 하면 그것도 이길 자신이 있지만, 그렇게 못합니다. 왜냐하면 논쟁 중에 문득 끼어드는 한 생각이 모든 걸 멈춰 서게 하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난 너에게 이렇게까지 했는데 넌 왜 날 이것밖에 이해 못하니?’ 뭐 매번 이 수준을 못 넘더라구요. 서로서로 자기 삶의 스타일을, 자란 환경을, 의사소통방식을, 앞선 상황 속에서의 감정을… ‘왜 당신은 이해 못하는가, 난 이해하고 참아왔는데 말이야’ 하는 얘기더라구요. 이런 각성이 항상 대결에서 협정을 위한 대화 모드로 전환시켜 주었는데, 그러려면 먼저 기어 들어가야 하거든요. 그리고 결혼 서약도 항상 한 몫을 했지요. ‘나는 아내에게 언제든 진실하기로, 무슨 상황에서든 헌신하기로 선언했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로 아내에게 진실하라고 협박하고 있고 헌신 안한다고 위협하고 있지 않나!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노력했는데 이걸 몰라주나 라고 항변하고 있지 않나!’ 결혼서약서가 제 발목을 잡습니다.

제 잔소리의 요점은 자발적으로 애처가가 되자, 그러다가 혹 공처가 소릴 들어도 걱정하지 말자입니다. 아내가 머리위로 기어오르지 않을까 두렵다고요? 그래서 처음에 꽉 잡아야 한다구요? 아내를 잡는다고 잡힙디까? 말로 얘기한다고 아내의 약점이 고쳐집디까? 그러지 말고 저와 같이 애처가 클럽에 가입하지 않겠습니까?

JP의 잔소리 2탄! 떠나기 위해 감수해야 할 어려운 것들

요즘엔 좀 덜 하신데, 저희 어머닌 간혹 ‘지 마누라 지 새끼 밖에 모르는 놈’이란 말씀을 하십니다. (이것도 일종의 애처가의 변종이죠) 그런 소리 들을 때마다 부모님께 더없이 죄송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헛갈리지 말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시 가다듬곤 합니다. 어머니로부터 ‘지 마누라 지 새끼...’ 이런 말씀을 들을 때면 가끔씩 ‘부모를 떠나’라는 성경의 명령과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말씀이 제 안에서 충돌되는 듯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러면서 생각이 듭니다. 과연 아들이 부모님을 전혀 섭섭하게 하지 않고 ‘떠나’ ‘독립’할 수 있을까? 아! 저로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사실 온전한 부모, 온전한 자녀라면 그게 자연스럽겠지만 온전한 관계는 여전히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는 걸요.
암튼, 결혼 전 아.들.이기만 했던 제가 결혼 후엔 남편이어야 하고 아빠여야 하기에 부모와의 관계도 조금은 달라져야 하는 것이 분명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섭섭하실 수밖에 없는, 때로 배신감을 느끼실 수밖에 없는 부모님에 대해서는 일단 그럴 수 있음을 인정하기가 저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다행히 아내의 극진한 공경이 그 공백을 조금이라도 메꿔 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뿐이지요.(^^) 부모님께서 표면적으로 원하시는 것이 어떤 것이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어 건강한 가정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효도라고 믿고 하루하루 힘겨운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SS의 잔소리 3탄!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맡기고 출근해야 하는 바쁜 아침에도 참으로 극진하게 남편의 아침식사 준비를 했었습니다. 둘째를 임신하고 만삭이 되어서도 아침이면 여섯 시에 일어나 국을 끓여 식사를 하고 출근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밤에도 '좀 출출하다' 하는 얘기가 떨어지기 무섭게 집에 있는 재료를 긁어모아 뭔가를 만들어 바쳤습니다. 그러면서 내심 '이런 엄청난 섬김을 받다니 당신은 행운인 줄 아셔~' 하는 마음으로 기대를 합니다. 내 남편이 나의 사랑으로 인해서 감동의 도가니탕이 되기를… 그렇게 해서 지극한 칭찬이 돌아오기를… 그러나 그 때 마다 돌아오는 반응은 제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감동은커녕 다소 시큰둥하기까지 한 남편의 반응에 섭섭한 마음을 몇 마디 털어 놓았던 어느 날. 남편의 한 마디에 뒤통수 맞고 쓰러졌습니다.
'당신이 좋아서 하는 거잖아! 요리는 당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잖아'

결혼하고 한 동안 '전화' 문제는 우리 부부의 끊이지 않는 갈등의 원인이었습니다. 나는 틈만 나면 전화해서 '밥 먹었어? 뭐 먹었어? 오늘 늦어?...'를 끊임없이 반복해서 묻고 대부분의 경우 남편은 차겁고 무뚝뚝하게 전화를 받습니다. '왜 전화했어?' '그냥' '그냥?'(한심하다는 듯한 침묵) 여기까지 가면 나는 분위기 파악하고 '알았어. 끊어' 하고는 혼자 끊고 나서 삐져 버리기. 일주일에도 몇 번씩 반복되는 일상이었습니다.
왜 전화를 그렇게 친절하게 못 받느냐고? 어차피 온 전화 친절하게 받으면 전화세 더 나오냐고? 원망에 원망을 거듭하다가 남편의 정황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 일 저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한 가지 일을 하다가 맥이 끊기면 다시 맥을 이어 일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들죠. 남편의 무뚝뚝한 전화태도는 내가 싫어서라기보다는 그런 부담들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이 단순한 사실을 머리로 아니라 가슴으로 이해하는데 어찌나 많은 시간이 많이 걸렸는지…
그 이후로 나는 남편에게 전화하려고 자연스럽게 손이 갈 때마다 이렇게 다짐을 했습니다. '남편을 사랑한다면 전화 한 번쯤 참을 수 있어야 해. 적어도 지금 내가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은 전화 한 번을 참는 것으로 보여줄 수 있는 거야. 참자. 참자. 참아야 하느니라' 내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동안 남편 역시 '친절하게 전화 받자. 친절하게 전화 받자'를 외치고 있었고… 이런 노력으로 급기야 나는 남편에게 이런 문자를 받기에 이르렀지요. '여보! 요즘 왜 이리 전화를 안 해? 전화가 없으니 허전하잖아~' 나는 당당하게 이렇게 답신을 보냅니다. '요새도 쓸데없이 전화하는 사람들 있나? 그런 사람들 도대체 이해가 안 돼 ㅋㅋㅋ‘
상대방도 너무 잘 아는 것 같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는지, 아니면 그 이상의 노력으로 나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사랑하는지… 내가 좋아해서 잘 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내 방식대로(남편이 어떻게 느끼는 지와 관계없이) 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제게 있어서 더 큰 사랑은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전화 한 통을 참는 일이었습니다.

SS의 잔소리 4탄! 행복한 결혼, 1년 안에 결판난다.

많은 부부들이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오래도록 싸운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면 위에서 얘기한 전화 문제 같은 것들입니다. 한 쪽에서 그렇게도 전화하는 거 좋아하면 웬만하면 친절하게 받아주든가, 또 그렇게 낮에 전화하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이라면 한 쪽에서 포기하든가 했어야 할 것 같은데… 결혼 10년이 지나도 그런 사소한 문제에 관한 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볼 때가 있습니다. 아직 깨가 쏟아지고 서로에 대한 환상(?)과 감사하는 마음이 충만했던(쉽게 말해서 콩깍지가 아직 덜 벗겨졌을) 신혼 때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결혼 전에 우리에게 주어졌던 가정은 부모님에 의해서 만들어졌고 그 가정이 행복하고 불행한 것, 서로 존중하거나 상처를 주는 가정인지를 우리로서는 선택할 수 없었지요. 그런데 우리가 결혼해서 만든 가정은 최소한 우리가 원칙을 세우고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결혼에 소망이 있는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믿습니다.
우리 부부는 결혼하고 1년 동안 특혜 속에 살았습니다. 남편이 다니던 직장이 건강한 가정에 특별한 관심이 있는 기관이라서 배려를 많이 받았습니다. 주5일제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던 때인데 남편 직장에서는 토요일 특별휴가를 주면서 신혼을 즐기라는 행복한 숙제를 내줬거든요. 애초부터 둘이 새로 시작하는 삶에 방해받지 않으려고 TV도 사지 않았고. 또 남편 직장에서 어디 행사가 있어서 자고 올 일이 있으면 ‘아내를 함께 데려오라’며 두 사람만을 위해서 숙소를 따로 마련해 주기도 했어요. 이런 좋은 환경 속에서 충분히 대화하고 충분히 싸우고 충분히 자신을 적절한 방식으로 노출시켰던 것 같아요. 그렇게 보낸 1년 덕분에 아이가 하나 둘 생기고 부모님과 함께 살며 하루 종일 눈 한 번 못 맞추며 보내기도 하는 요즘에 와서도 부부관계가 평균 이상의 점수를 유지하는 것 같거든요.
좀 오버해서 이렇게 얘기해도 될 것 같아요. 1년 안에 해결하지 못한 숙제는 평생을 지고 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1년 안에 해결했으면 쉬웠을 일을 시간이 지난 다음 하려면 보다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이죠. 1년 동안 두 사람이 합의하는 많은 원칙들을 세우길 바랍니다. 싸우면서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법칙에 대해서 정해보고, 그 원칙을 가지고 싸우며 더 좋은 원칙들을 세워보고,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뜻에서 어떤 시간을 따로 떼어 혼자 있게 해 주기, 너무 일상에 파묻혀 있다고 느껴질 때는 둘 만의 데이트나 여행 가기, 두 사람 성격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찾아내어 서로 기도해주고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기 등등… 이건 우리 부부 얘기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미 주신 기가 막힌 명령이더라구요.

아내를 맞은 새신랑을 군대에 내보내서는 안 되고, 어떤 의무도 그에게 지워서는 안 된다. 그는 한 해 동안 자유롭게 집에 있으면서, 결혼한 아내를 기쁘게 해주어야 한다. (신명기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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