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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SS 영혼의 친구

신대원 가는 남편3_나 사람 만들려고

larinari 2012.04.01 09:56

 

 

예전 한영교회 청년회 시절에 한영고등학교 교사를 하던 선배가 한 분 계셨다. 어느 날 갑자기 그 선배는 교직을 정리하고 기윤실 간사로 자원하여 들어갔다. 그 시절 교회가 떠들썩 했었다. 장로님들 대표기도 하실 때마다, 혹 기윤실 관련 광고에 그 분의 이름이 거명될 때마다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좋은 직장, 안락한 직장을 포기하고 대신.....'하는 내용들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기윤실로 가신 선배는 지금 기독교 시민운동에서 내로라 하는 현역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얼마 전 우리 교회에서 사경회를 인도하셨던 최영기 목사님은 인생에서 가장 화려했던 어느 날 모든 걸 버리고 신학교로 가셨다. 실리콘 밸리에서 위 아래로 인정받는 공학박사 연구원으로 일하던 시절에 부름을 받아셨단다. 해서, 훌훌 다 털어버리고 순종하여 신학을 시작하셨단다. 지금 최영기 목사님은 '셀교회, 가정교회'를 시작하고 성공적으로 안정시킨 것으로 한국교회에 정말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일하고 계신다.

 

어릴 적부터 너무 많이 들었던 얘기다. 하나님이 일꾼으로 부르셨는데 순종하지 않으면 어떤 일을 해도 실패만 하고, 그래도 순종하지 않으면 나중에 매 맞고 신학교 가게 된다. 외적 소명, 즉 같은 공동체 안의 사람들이 공감해 주지도 않는데 충만한 내적 소명만을 가지고, 이 일 저 일 그야말로 실패만 거듭하다 '선지동산'을 향하는 사람들을 나는 속으로 얼마나 비웃었던가?

 

박수 칠 때 떠나라?!

 

적어도 내 남편이 신학을 하려면 화려한 자리를 박차고 낮은 자리로 내려가는 폼나는 장면을 연출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누가 말하는 것처럼 그래야 목회에도 성공을 할 수 있지 않겠나 말이다. 내 마음의 바닥에서는 이런 부끄러운 욕망과 좌절이 꿈틀대고 있었다. 자존심 상하게 '신학으로 도피한다'는 평을 들으며 신학을 하다뉘....말이다.

 

평소 약간의 거부감을 가지고 잘 부르지 않았던 찬양 '똑바로 보고 싶어요' 의 가사가 마음 깊은 곳에서 맴돌았다. '주님! 이 낮은 자를 통하여 어디에 쓰시려고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만들어 놓으셨나요?' 왜 진작 남편의 신학으로 보내지 않았을까? 오늘의 이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신학의 '신'자도 꺼내지 못하게 하고, 또 신학을 하기로 결정을 했어도 마음으로 지지해주지 않았던, 결국 이렇게 막다른(?) 길까지 유보하고 유보하게 한 내 책임이 아닌가?

 

나 자신에 대한 분노, 자책감, 거기다가 자기연민, 남편에 대한 원망.....으로 나는 흔들리고 있었다. 결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학을 결심한 남편 옆에는 내가 가장 든든히 서서 지켜줘야겠다는 생각 외에는 그다지 정리되는 것들이 없었다. '주님! 이 낮은 자를 통하여 어디에 쓰시려고...' 하면서 원망어린 기도를 했고 내가 나락에 떨어질지언정 남편은 흔들리지 않도록 붙들어야겠다 싶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남편의 반응이다. low self-esteem인 김종필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옆에서 보는 내가 자존심 상해서 죽겠는,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상황인데 정작 김종필씨 자신은 이상하리 만큼 허허로운 것이었다. 사람들이 보는 것은 바로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괜찮다는 것이다.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더 주도적, 적극적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전부였다. 남편 특유의 low self-esteem이 발동되어 '역시 나는 안되겠나봐' 하면서 자기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 대략 예측되는 시나리온데 의외의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오래 전, 남편과 교제하고 얼마 안돼서 결혼이나 이런 것들에 대한 중압감 등으로 인해서 헤어졌었다. 곡절 끝에 다시 만났을 때 김종필은 예전의 우유부단하고 결혼 얘기만 나오면 회피하고 자신없이 굴었던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신실누나와 결혼할 것이다.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남편 답지 않게 확언을 할 때가 생각이 났다. 그 때 처럼 어떤 확신 있는 말을 내지 않지만 흔들림 없는 남편을 느낄 수 있었다. 나 처럼 뒤집어졌다 엎어졌다 난리를 치지도 않고, 자존심 상해하지도 않고...참으로 건.강.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나 역시 지난 한 두 달 오버가 심했다는 생각을 한다. 아마도 충분히 알고 있는 남편의 약점인데 내 안의 어두운 것들에 비춰져서 오버에 오버를 거듭하며 분노하고 그랬었나보다. 목사인 동생이 그랬다. '하나님의 목적은 내가 누구를 돕고, 뭔가를 하고, 이루는 것에 있지 않고 그 모든 일을 통해서 나 하나 사람 만드는 것이 있는 것 같다'고....이 모든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하시고자 하신 일은 인간 정신실 사람 만들기 프로젝트 였는지 모르겠다. 인간 정신실, 아내로서의 정신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시고 사람되라고 하시는 것이 '주님의 음성'이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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