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과 에니어그램 내적여정 세미나로 함께 했습니다. 꽃망울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토요일, 오후부터 저녁까지 함께 했습니다. 청년이면 그냥 마음이 가는데 교회 문제를 겪고 있는 청년들이라니 지방이지만 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쉬는 시간에 한 청년이 질문을 해왔습니다. 다가와 말을 떼는 표정만 봐도 질문의 무게가 가늠 됩니다. 조금 울 것 같은 긴장감이 바로 느껴졌습니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강의 내용에 수긍이 되기도 한답니다. 무의식이나 인간의 심연에 대해 일정 정도 동의 하는데, 자신이 가진 기독교적 인간관과 충돌할 때 힘들다는 것입니다. 내용인즉, 무의식과의 대면입니다. 끝없는 자기분석의 요구입니다. (제 에니어그램 강의도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성찰'을 강조하고 하지요. 치열한 자기성찰을 강조합니다. 각 유형의 자아상 너머 무의식적 집착과 회피를 마주하라고 하지요.)

무슨 말인지 딱 알아들었습니다. 과연 정신분석에서 요구하는 끝없는 자기분석이 답이냐, 하는 말이었지요. 끝없는 자기분석, 답이 아닙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께 달린 것처럼 기도하고, 모든 것이 내게 달린 것처럼 노력하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치열하게 자신을 돌아보되 동시에 늘 그분께 내어맡겨야 하는 것이 기독교 영성입니다. 스캇 펙의 책에 나오는 말을 인용하여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성격이 형성된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는 것은 내적 여정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에니어그램 심화과정은 그것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하지만 어떤 상처와 결핍으로 어떤 문제를 가진 사람이 되었다, 는 것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치명적인 상처 속에서 왜 어떤 사람은 저렇듯 빛나는 아름다움을 일궈냈는가, 이지요. 저는 내적여정 안내를 하면 할수록 그 지점에 마음이 머뭅니다. 치열한 자기분석 필요해요. 열심히 하세요. 하지만 심리학의 끝과 우리의 결론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네, 저는 진정 그렇게 생각합니다. 오늘 저의 교회에 박득훈 목사님께서 설교자로 오셨습니다. 니체의 말을 인용하셨습니다.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싸움 중 스스로가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볼 것이기 때문이다."

심연을 마주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엄청난 고난을 통해서나 얻을 수 있는 태도이지요. 니체의 말처럼 심연만 들여다보다가는 내 그림자에 내가 먹혀 버릴 지도 모릅니다. 오늘 설교 제목이 “하늘을 우러러 봐야 승리한다!”였습니다. 심연을 한 번 들여다봤다면 하늘을 두 번, 세 번, 열 번 올려다봐야 자기혐오 또는 자아팽창에 빠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내적여정은 그런 것입니다. 자기분석을 위한 세미나가 아니라 치열한 성찰과 자기분석의 노력을 하다 순간순간 그 모든 걸 내려놓고 하늘 아버지와 연결되는 힘을 기르는 여정입니다. 정신실마음성장연구소의 내적여정 세미나는 그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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