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님, 커피 한 잔 주세요_에니어그램과 함께하는 내적여정7

 

 

칠규 : 우리 모니이~임. 안녕하세요. 우하하하하.

모님 : 그래, 우리 칠규 어서 와라. 너 아까 전화했을 때 진짜 사거리였어? 아니었지? 너!

칠규 : 빙고! 하하하하. 어떻게 아셨어요? 실은 올림픽도로 빠져 나오던 중. 하하하. 그게요 모님, 약속은 원래 깨지고 미뤄지라고 있는 거거든요.

모님 : 어련하실라구요. 어이구, 저 자동화된 합리화! 덥지? 커피 아이스로 줄까?

칠규 : 네, 모님. 그거 있잖아요. 캬라멜향 나는 달착지근한 아이스커피요. 예전에 해주셨던 그 커피 주시면 안돼요?

모님 : 안되긴. 근데 너 요즘 몸 만든다며. 설탕 든 커피도 마셔?

칠규 : 아뇨, 평소엔 안 마시는데요 오늘 하루쯤 다이어트는 넣어두려고요. 하하하하.

 



칠규
: 와, 대~애박! 진짜 맛있어요. 모님, 저 이거 다 마시고 한 잔 더 마셔도 되죠?

모님 : 그래. 맛있는 건 참을 수가 없지?^^ 너 어제 친구 결혼식 사회는 잘 봤어? 결혼식 사회는 처음이라고 했지?

칠규 : 완전 다 쓰러졌어요. 진짜 재밌었어요. 하객들, 주례선생님도 엄청 근엄하신 분인데 쓰러지셨다니깐요. 진짜 진행 잘 했어요.

모님 : 푸하하하. 자기 입으로 대놓고 잘했대. 너 오늘 나랑 얘기하면서 ‘진짜, 대박, 완전’ 이 말을 몇 번이나 하나 세 봐야겠다.

칠규 : 제가 그 말을 그렇게 많이 쓰나요? 암튼 결혼식 진짜 대박이었다니까요. 빵빵 터졌어요. 왜 웃으세요? 진짜예요.

모님 : 알았어. 진짜야. 우리 칠규가 마이크 잡았으면 분위기 바로 떠주는 거지 뭐. 썰렁하게 식어가는 분위기 확 불지펴주는 사람이 칠규잖아. 7유형 칠규의 달란트지.

칠규 : 바로 강의모드로 가시는군요. 계속해 주세요.

모님 : 계속 칭찬을 하라는 거지? 7유형의 자아 이미지, 즉 7유형들이 외부세계에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이미지는 이거지. 나는 재밌는 사람이다. 행복하다. 멋지다.

칠규 : 아니, 그렇게 드러내고 싶은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니까요.

모님 : 으이구, 알았어. 알았어. 7유형들, 어린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고 주변에 에너제틱한 힘을 부여하는 다재다능한 사람들이야.

칠규 : 저 어릴 때부터 영리하고 재롱둥이란 말 많이 들었어요. ‘기쁨 주고 사랑받는~’ 이거 제 로고송 이예요.

모님 : 그래. 모든 유형이 그렇듯이 이렇게 밝은 면 뒤에는 그림자 같은 집착이 있기 마련인데 7유형은 쾌락과 재미에 집착을 하지. 모든 일을 결정하는 기준이 쾌락과 재미야. 동의하니?

칠규 : 뭐든 재밌는 게 좋은 거 아녜요. 강의도 재밌어야 쏙쏙 들어오고, 설교도 웃기는 걸 빵빵 한 번씩 날려줘야 졸립지 않잖아요. 저는 뭐든 재밌고 웃기게 해주는 건 기본적인 미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모님 : 그러니까 지루한 건 최악이지?

칠규 : 그, 그렇죠. 그리고 저는 슬픔과 좌절에 싸여 있는 건 믿음이 없는 것 같이 느껴져요.

모님 : 강의든 설교든 심지어 사람이든 지루해지면 바로 끊고 싶지?

칠규 : 사람이요? 아, 모님 인간관계에서 말이죠. 저는 제가 사람들과 진심으로 관계 맺는다고 생각하는데요. 친구 놈들이 그런 얘길 해요. 제가 어떨 때 너무 차갑대요. 사람 좋은 것 같지만 영 속 깊이 가까워지질 않는다면서요. 제가 그렇게 보이세요? 저는 따뜻한 사람인데…….

모님 : 대체로 7유형들의 인간관계가 피상적으로 느껴져. 관계 자체보다는 관계 안에서 얻어지는 재미(그 재미가 각각의 7유형마다 다르게 해석되겠지만)가 중요하니까. 사실 그렇지 않니? 사람 좋아하지만 같은 사람을 아주 오래 만나진 않지 않아? 왜? 같은 사람을 오래 만나면 결국 그 사람의 슬픈 얘기도 들어야 하니까.

칠규 : 어...어... 그런가? 영 가까워지지 않는다는 말에 팍 찔리긴 했어요. 그런데 그게 슬픈 얘기를 듣고 싶지 않다는 동기라는 말씀이죠?

모님 : 재미에 집착하는 7유형들이 회피하고 싶은 건 고통이야. 인생의 슬픔, 어려움, 갈등, 불쾌함 등을 악덕으로 여기면서 멀리하려 하지. 그래서 7유형들이 그렇게도 ‘긍정의 힘’에 열광을 하는 것일 거야. 아까 말한 친구관계 역시 ‘고통스럽지 않은 지점까지만 관계 맺자’는 거 아니겠어?

칠규 : 대박! 모님, 레알 귀신이신데요. 그랬던 것 같아요. 진짜. 저는 저 붙들고 힘든 얘기하면서 찔찔거리면 그게 참 싫어요. 그래서 바로 노래방 끌고 가서 신나는 노래 불러주고 그랬거든요.

모님 : 현실 즉, 지금 여기에 산다는 건 사실 고통이잖아. 7유형들이 ‘나는 행복하다. 즐겁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엔 고통스런 현실에 대한 과장된 공포가 있을 거야. 그래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미래를 상상하는 것에 열광하기도 하지. 또 다양한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현실로부터 도망가기도 하고.

칠규 : 하하하……. 계획 세우기요? 아놔, 진짜. 저 기말고사 끝났잖아요. 저는 시험이 가까워 오면 시험공부 계획을 쫙 짜는 게 참 재밌어요. 재미? 괜히 재미란 말 쓰기도 이젠 좀 껄끄럽네요. 하하하……. 암튼요. 그렇게 계획을 세우면 마치 제가 1등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 계획을 지키느냐? 물론 못 지키죠. 큭큭큭. 그러면 며칠 있다 또 새로운 계획을 세우면 되는 거구요. 그러다보면 시험 전 날. 저는 당일치기 체질 이예요. 하하하. 아, 진짜. 여행을 가더라도 계획을 세울 때가 정말 미치도록 좋지 막상 여행을 떠나는 것 자체는 귀찮게 느껴질 정도예요. 이게 현실로부터 도망가는 거라고요?

모님 : 이상주의나 계획세우기 등 머릿속으로만 도망가는 게 아니라 실제 일상생활에서도 7유형들은 장례식이나 병원 같은 곳을 가는 것도 힘들어 하지.

칠규 : 그, 그래요? 싫어한다기 보다는 가급적 안 갈 수 있으면 안가고 싶었다는.... 헐~

모님 : 예, 됐고요. 그게 그거고요. 십자가 없이 부활이 있을 수 없어. 십자가의 고통은 스킵하고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길은 없다는 걸 7유형이 알아듣기 시작하면 한 걸음 크게 내딛는 게 될 거야.

칠규 : 모님, 저 정말 더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요……. 실은 모님께 약속했던 거 못 지켰어요. 그 술자리 가지 않겠다고 했었잖아요. 저 거기 갔어요. 게다가 어느 순간 제가 2차, 3차를 주도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 순간이 되면 브레이크가 걸리질 않아요. 에라, 모르겠다. 오늘까지는 끝까지 가보자 하게 돼요.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해요.

모님 : 으이구, 솔직한데다 선수까지 쳐버려서 결코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두칠규!

칠규 : 죄송해요. 이게 진짜 마지막이었어요. 정말 이젠 안 갈 거예요.

모님 : 7유형의 근원적인 죄가 뭐라고 했지?

칠규 : 무절제, 폭식, 방종이라고 하셨었죠. 무절제는 좀 알겠는데요. 저 그렇게 많이 먹지는 안잖아요. 폭식이 근원적인 죄라는 게 좀 그렇지 않아요?

모님 : 내 눈을 똑바로 봐(찌릿!). 정말 많이 안 먹어? 니가 정말 맛있고 근사한 것도 절제하면서 먹을 수 있다고? 놀래지마. 농담이야. 무절제라는 키워드로 폭식과 방종을 이해하면 돼. 7유형들은 ‘좋은 것은 언제나 많.을.수.록. 좋다’라 하지.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놀고, 더 많이 사고……. 좋은 것에 대해서 어느 하나를 포기하고 싶어 하질 않아.

칠규 : 아, 맞아요. 저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 하나를 선택하라는 거 고문 이예요. 그렇게 각각 좋은 것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완전 갈등 쩔어요. 남기더라도 한 그릇 씩 두 개 다 시켜서 먹고 싶다니깐요. 그래서 한 그릇에 반반씩 주는 짬짜면이 나왔을 때 완전 열광했잖아요.

모님 : 누구보다 지혜롭고 세상의 부귀영화를 찬란하게 누린 솔로몬 왕을 생각해보자. 솔로몬의 궁에는 좋은 것들이 얼마나 많이, 많이, 많이 있었는지 찬찬히 성경을 읽어봐라. 무엇보다 솔로몬이 좋아했던 여자! 바로의 딸을 좋아했을 뿐 아니라 모압 여자, 암몬 여자, 에돔 여자, 시돈 여자, 헷 여자도 좋아했대(왕상11:1). 천 명의 아내와 사랑에 빠졌고, 그 아내들은 결국 그 지혜로운 솔로몬의 판단력을 흐리게 해 우상의 산당을 짓게 만들었고, 망하게 했어. 천 명의 아내를 소유하기 까지 좋은 것을 더 많이 가지겠다는 솔로몬의 무절제가 낳은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거야.

칠규 : 휴우……. (한숨) 다다익선이라는 게 독이 될 수 있는 거군요. 7유형에게는, 아니 적어도 저에게는요.

모님 : 칠규야. 네가 고민하고 결심하는 것들 말이다. ‘오늘은 우울하니까 딱 한 편만 보고 다시는 안 봐야지. 딱 오늘만 가고 안 가는 거야. 이거만 사고 다시는 안 사야지’ 그러면서 또 다시 무너지곤 하는 지점 말이다. 무절제한 삶을 끊어버리겠다고 결심하고 또 결심하는 것도 필요해. 하지만 그 보다 먼저 네 영혼에는 하나님만이 채우실 수 있는 텅 빈 공간이 있음을 알고 인정해야 한단다. 그 공간은 온갖 좋은 물질적인 것, 멋진 것, 즐겁고 행복한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가 없어. 6유형이 안전을 점검하고 또 점검하며 규칙을 지키고 책임을 다하여 그 공허함을 메우려하는 노력과 같지. 채우려 할수록 목마름만 더할 뿐이야. 그 공간을 맞닥뜨리는 것이 두려워 지레 재미와 신나는 것으로 내달리지 않고 고통스런 공허감을 네 것으로 받아들일 때 넘치도록 채우시는 그 분의 은혜를 느낄 수 있을 거야. 말로 하기 쉽다고 쉽게 되는 일은 아니다만.....

칠규 : 휴우, 우리 모님 또 나를 헷갈리게 하시며 고통 가운데 밀어 넣으신다. 일단 알겠어요. 모님, 너무 복잡해져서 뇌에서 과부하 걸리는 소리가 나요. 이 맛있는 커피나 한 잔 더 주시면 마시고 가서 저 자신을 다시 돌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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