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를 치르고 있는 누나가 열공 중이다.

알아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어서 엄마의 태도가 전에 없이 나긋나긋하다.

홍삼도 주고,

졸려서 힘들다 하면 밀크 커피도 타준다.

관심받고 싶은 현승이는 괜히 노래를 틀고,

말을 시키고,

누나를 찔러보고 하는데

돌아오는 것은 누나의 짜증과 엄마의 '누나 편들기'였다.

거실 바닥을 굴러다니면서 온갖 구박을 받다가 결국 정식으로 삐쳤다.

그런데도 엄마는 따뜻하게 돌봐주지 않고 

알았어, 닌텐도 20 분 해!

차겁게 말했다.

안!!!!!!해!!!!!!

쾅쾅쾅쾅 걸어 다니며 씻고 옷을 갈아입더니 휙 들어가서 침대에 누워버렸다.

 

그냥 재우는 건 아닌 것 같아 곁에 가서 안아주고

찔러보고 얼르고 달래도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고개도 들지 않는다.

곁에 누워서 등을 긁어주려 해도 손도 못대게 한다.

누나 이번 시험이 중요해서 그래.

누나를 좀 배려해줘.

누나가 저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것 봤어?

대견하잖아. 그리고 안 됐잖아.

 

그게 아니고,

엄마가 내 맘도 몰라주고.

닌텐도 (따위)나 하라고 하고.

내가 닌텐도 (따위)하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알아?

마음을 알아줘야지!

그리고 누나한테만..........  아니야.

 

(누나한테만 친절하고! 나는 질투의 화신이라 내 앞에서 엄마가 누나한테 진심을 다하는 거 봐 줄 수가 없다고!!!! 이 말을 하고 싶을 것) 

 

그래도 계속 찌르고 얼르고 했더니,

하지 마!

난 엄마랑 싸울 거야!

엄마를 속상하게 할 거라고!

계속 속상하게 할 거야!

엄마가 속상해하는 것이 보기 좋아!

 

원래도 그리 속상했던 건 아닌데

속상해 하는 것이 보기 좋다는 말에 너무 웃겨서 속이 하나도 안 상해져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버렸더니

화가 나서 눈알이 튀어나오려고 하다가.

그래도 엄마가 수습을 못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했더니 그게 또 너무 웃겼는지,

저도 따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면서 엄마랑 싸우기로 결심한 것을 잊어버렸다.

 

얼핏 사춘기 아이 느낌이 나기도 하고,

네 살 때 처음 남좌의 향기를 풍기며 싸우는 놀이 하겠다고 주먹을 쥐고 달려들던

그 느낌이 살아오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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