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요즘 정줄 잡고 잘 살고 있는데 뭐 그리 한 구석 허전한 것이었을까요?


방학인 아이들과 참 잘 지내고 있고,
두 아이 다 여유롭고,
그 여유로움 중에도 채윤이는 하루 다섯 시간 이상의 피아노 연습을 즐기고 있(을까?)고,
엄마의 본분에 충실하여 나름 열심히 잘 챙겨 먹이고 있고,
수영을 열심히 하며 점점 어깨가 떡벌어지고 있고,
바쁜 남편에게 홍삼을 챙겨 먹여가며 같이 놀아달라 보채지 않고 있고,
맘에 드는 책 한 권 만나서 재밌게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한 달 한 달 원고는 잘 넘어가고 있고 그러면서 내 마음도 한 고비 한 고비 넘어가는 신비로운 경험과 함께 마음이 여정에 대해서 단순명료한 나만의 이야기들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어요.


사실 위의 모든 일들이 평안하게 잘 굴러가는 건 그래도 기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단순하게 내 삶에서 정신줄이란 기도줄이라 해도 무방.


페이스북에 푹 빠져 살고 있어요.
블로그 친구들은 거의 오시지 않는, 트위터도 아닌 페이스 북이죠.
잔재미가 있어요. 적당히 치고 빠지면서 즐기고 얕은 성찰을 하기도 하고요.
짧은 글을 올리고 사진도 올리고 하죠.
어쩌면 아주 그냥 정신실이라는 사람의 본래의 스타일에 딱인지도 모르겠네요.
너무 무게감이 있어도 안되고,
너무 인상 쓰면서 진지한 것도 그렇고....
청년들이 속속 페북으로 입문하고 있어서 팔팔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맛이 젤 좋죠.


마음에 어려운 일들도 있지요.
혼자 되신 어머니. 전보다 더 외로우시고 외로우신 만큼 친구이자 상담자이기도 하다는 막내 며느리를 더 많이 원하시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메마른 마음도 있어요.
인생의 하프타임을 보내면서 후반전은 어떻게 살아야할까 하는 좀 거시적인 고민을 하면서 기도 하는 중 염려 반 기대 반으로 한 구석 마음 묵직함도 있지요.
페북에서 즐거운 교류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어떤 일들로 내 안의 쓴뿌리들이 요동을 치고,
악한 욕구들이 투사되어 치밀어오르는 분노와 미움에 사로잡혔다가 바로 두려움이 되었다가 하면서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경우도 있지요.


이 마음의 짐들 역시 그나마 기도줄을 잡고 있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시간이 빨라지고,
아프고, 외롭고, 두렵고, 슬프고, 억울함이 더 큰 은혜임을 아주 조금씩 더 배워나가고 있어요.



이런 일들을 차근차근 정리해야 내가 살텐데.....
그게 일기쓰기와 블로그 글쓰기인데 한 동안 그게 안돼서 한 구석 허전하고 사는 것 같지 않았더 거예요. 쓰다만 글이 줄을 서 있는데, 노트에는 몇 개의 문장들이 막 흩어져 꿰서 보배를 만들어 달라는데요.
데스크탑이 정줄을 놨다 붙들었다 하다가 이제 아주 놓으셔서 자리만 차지하고 계시죠.
아이폰으로는 페북이나 할 일이지 사람을 안전시켜서 글을 쓰게 만들진 않으니까요.
하도 답답해서 남편의 오래된 노트북을 끼고 앉았습니다.
말이란 주절거려야 제 맛이고,
글도 말을 닮았으니 이렇게 좀 탁 트인 공간에서 글자수 의식하지 않고 막 쳐대야 맛인데요.


우야튼, 써야 사는 여자. 쓰고 봅니다.

내일은 진짜로 광주 로이스커피 다녀 온 얘기 정리하고야 말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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