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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사람

아름다운 노년 김대중 대통령

larinari 2010.09.19 17:22





평생을 이름대신 색깔로 더 많이 불렸던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 분 하늘나라 가신 지 1년여. 사진의 웃음 끝에 그 특유의 목소리가 들릴 듯합니다. 그립습니다.
이 포스팅은 그 분 돌아가시기 훨씬 전부터 기획된 것입니다. 그 분의 노년을 바라보던 어느 날  '아, 인생을 강직하게 올곧은 정직함으로으로 달려가는 자의 노년은 저렇게 아름다운 것이구나'를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이유있는 그 분의 아름다운 노년에 대해 연작물이 될 지 모를 글을 시작해봅니다. 


그 분의 노년은 견주어질 또 다른 노년이 하나 있어서 더욱 빛이 났습니다. 평생 '정치 라이벌'이라고 불렸지만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와 라이벌이 되려면 노벨 뭐라도 하나 받으시고 말씀하시지요. 가만히 계신 분을 제가 호명해서왈가왈부 하려고 하니, 뭐 그럼 제가 노벨상 하나 드리지요. YS께 드립니다 '노벨 머리 나쁘고, 컴플렉스 심한 상' 있다면 또는 '노벨 황당한 독설 내뿜기 상'이 입니다.


'노벨 독설상'을 수상하신 YS 전대통령님은 뉴스에 참 자주 등장하셨습니다. 등장하시는 족족 '독설'이셨지요. 그 독설이 후배 정치인을 향한 따끔한 일침이든, 나라를 사랑하는 지극한 마음이든 아름다워 보이지 않습니다. 왜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는지는 고든 스미스의 <소명과 용기>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노년의 소명은 '권위와 주도권을 기꺼이 포기하고 지혜와 축복을 베푸는 일' 이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물론 노년이 되었다고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이전의 삶에서 책임있게 성장해온 사람들이 맺는 자연스러운 인생의 열매일지 모르지요.


그래서 그 분, 김대중 대통령의 뒤로 물러나 말없는 노년이 더더욱 빛이 났습니다.






이 글이 진즉에 씌여지지 못한 이유는 김대중 대통령님 서거 당시 저는 5월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아직 喪 중이었는데 또 다른 상을 마음으로 받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저 장면을 보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지금도 가슴이 저릿합니다.

그 경황 중에도 저는 걱정을 했더랬습니다. '건강이 안 좋으시다는데.... 혼신을 다해 이루어낸 민주주의가 뒤로 퇴보하는 걸 지켜보시며, 그러다 함께 민주국정을 이룬 동지의 안타까운 죽음을 보며 너무 많이 무너지시는 건 아닐까?' 하면서 말이지요.
아닌 게 아니라 몇 달이 못 가서 우리 곁을 떠나셨지요.ㅠㅠㅠㅠㅠㅠ


저는, 아니 우리는 눈물의 힘을 압니다. 사람들을 선동하기 위해서 억지로 짜내는 눈물이 아니라 인간 마음 깊은 곳에서 어쩔 수 없이 흘러나와 넘치는 그 감정의 흔들림을요. 그 분의 노년은 권위와 통제의 힘을 내려놓고 언제든 울 수 있는 말랑말랑하고 유약한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아니,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는 그 분이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며 연설하는 투사로 새겨져 있을 지 모르나 그 분은 이미 젊은 시절부터 울어야 할 때 우는 분이었나봅니다. 그럴 겁니다. 우리 안에는 강직함과 유약함, 곧음과 부드러움이 분명히 함께 공존하고 있을테니까요.


칼융은 심리유형론에 따른다면 MBTI 성격유형에서 자신의 유형을 인정하고 사랑하고 충실히 쓸 때 자신에겐 열등기능이었던 것들이 중년 이후에 자연스럽게 무의식에서부터 떠올라온다고요. 그러면서 노년에는 점점 통합된 인격으로 향해가는 것이겠지요.


어차피 비교하기 시작한 거 여기서 '노벨 독설상'에 빛나는 와이에스님에 대한 얘기를 더 해보죠. 정혜신의 <남자vs남자>에 의하면 와이에스님이 잘 사용하는 말 중 하나가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 였다는군요. 가만보면 이 분의 '버르장머리 고쳐놓겠다'는 신념은 연세가 들수록 더 견고해지시는 것 같아요. 언론에 비쳐질 때마다 젊은시절 민주화운동으로 삶을 불태우시던 때보다 더 굳게 앙다문 입술, 경직된 표정, 입만 열면 독설.... 이런 것들로 유추해볼 때 그렇단 말씀입니다. '노벨 버르장머리상' 을 하나 더 추가해드리고 싶군요.







그 분의 <자서전>을 읽고나니 그 분의 노년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분의 인생 그대로습니다. 이 포스팅은 시리즈물입니다. 담아내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아서 섣부른 시작을 못했고, 시작해보니 한 번에 끝낼 수가 없어서요. 그리고 정작 하고싶은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못했습니다.


여러가지 결론들은 미궁에 빠뜨려놓은 채 횡설수설하던 이 포스팅의 결론을 내겠습니다. 저는 저의 가장 닮고 싶은 노년의 모습의 상위권 랭킹으로 김대중대통령님을 올려놓습니다. 이제 중년에 접어들었지만 청년이었던 내가 소리 소문 없이 중년이 되었 듯 노년도 먼 이야기가 아니기에 지금부터 그렇게 살아보려고 합니다. 그 분의 자서전을 많이 곱씹어보려고 합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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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 프로필사진 forest 2010.09.20 17:29 나는 이제 더이상 책을 읽을 수도 없고...라는 말씀에 그 분의 모든 것을 잃는구나 싶었답니다.
    이런 글은 참 쓰기 힘든데 용기와 기도로 쓰여진 글 같아서 좋네요.
    우리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 분의 희생과 사랑을 잊어버릴 수는 없지요.
    아마도 우리 후배들도 그 분의 용기있는 사랑을 이어가리라 믿어요.^^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0.09.21 18:12 네, 오래 묵히고 오래 묵상하고 오래 기도하며 쓴 글이예요. 그래서 누군가 보라고 쓴 글이 아니라 제 안에 울린 울림을 정리한 것이지요.
    이 귀한 분들을 한 분씩 제가 가슴으로 만나는 길이 저 역시 허위와 위선의 길로 치닫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오늘 신나게, 맛있게 추석준비 하셨지요? 어제 쭈꾸미는 진짜루 맛있었어요.ㅎㅎㅎ
    해피추석!!!
  • 프로필사진 iami 2010.09.24 19:24 저는 고백하건대 강준만의 <김대중 죽이기>가 나오기 전까진
    DJ보다는 YS를 지지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줄곧 동아일보를 봤는데, 호남 사주 신문인데도
    제 기억으로는 DJ보다 YS에 호의적이었던 논조 내지는
    잘해야 중립이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DJ는 같은 써클에서도 경원시되고 질투의 대상이었죠.
    YS와 후보 단잃화에 실패한 것도 순리로는 DJ였지만,
    그의 집권을 다들 마땅치 않게 여기거나
    두려워한 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그만큼 한국 대통령제가 All or Nothing? 에 목 매다는
    체제라는 걸 보여주기도 하구요.

    근데, DJ나 YS나 제대로 된 2인자를 길러내지 못한 건
    매한가지 같아요.
    노갑씨나 상현씨, 동영씨나 형우씨 모두
    보스에 한참 모자라는 넘버 투들이었거든요.
    이런 점에서는 별로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아, 정치인에 대한 포스팅을 보고 제 느낌을 말한다는 게
    조금 다른 관점을 말한 거 같네요.
    DJ의 노년에 대해선 lari님 생각에 100%, 아니 150% 동의, 동감이에요.^^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0.09.29 23:31 저는 요즘 '신앙인' 이라는 잣대로 DJ와 YS를 바라보고 있어요. 개신교 '장로'라는 네임으로 그가 부전승으로 긁어 모은 표가 부지기수 일 것 같아요. 실은 이 포스팅은 엄마와의 대화에서 영감ㅋㅋ을 받은 거거든요. 저희 엄마류의 기독교인들은 '장로'라는 한 마디에 모든 판단을 위임하시는 것 같아요.

    김대중 대통령님 사후에 이런 저런 저서를 보면서 제 마음에 크게 울림이 있는 건 '이 분 진짜 신앙인이구나' 이거거든요. 앞으로 포스팅 하고픈 것도 실은 그건데 제대로 써질 지 모르겠어요.

    저는 저 자신이 요즘 정말 '믿음'도 없고 더불어 '사랑'도 없고 '소망'이란 더더욱 없는 사람이구나를 절감하는데... DJ님은 드러내놓고 신앙을 논하는 일이 없었지만 진정한 믿음의 사람, 사랑의 사람, 소망의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 저만의 주관적인 관점의 논지랍지요.^^;;
  • 프로필사진 뮨진짱 2010.09.25 16:49 저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노년을 벌써부터 생각해요.. -_-)
    (연애세포부터!!!ㅋㅋ)
    우리 큰아빠를 보면서 말이죠!!
    큰아빠처럼~ 여유있게 살고싶은 소망이 큰 거 같아요.
    마음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여유있게 말이죠~
    그래서 가족들 주변사람들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는.. 뭐 그런 노년^_^?
    큰 엄마와 여유있는 모습이 보기 좋으시거든요~


    DJ님의 얼굴을 찬찬히 본 적은 없는데
    미소를 지으면 생기는 주름 하나하나 사이에서도 정말 여유가 뭍어나는 얼굴이시네요.
    그리고 예전에 '이경규가 간다'였나?
    그 프로에서 나오셨을 때도 넉넉한 어르신이시라는걸 느꼈답니당~


    포스팅 잘 봤습니다~^_^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0.09.29 23:33 포스팅을 위해서 사진검색을 진짜 많이 했거든.
    이 분이 젊은 시절에, 아니 노년 이전에는 웃는 사진이 거의 없으시더라. 그 분의 인생역정을 가만히 보면 웃는 사진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

    그런데 노년의 사진에는 웃는 사진, 우는 사진이 많아. 그 자체가 내게 주는 울림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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