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님 좃선일보 매니아.
수십 년 간 좃선일보만 구독하셨고 심지어 월간 조선을 정기구독 하신 적도 있으시다(이걸 선물이라고 해드린 사람이 있는데 기냥 콱!).
그러다보니 당연히 좃선일보가 가르쳐주는 대로 김대중은 빨갱이 노무현은 김대중 아들이다. 이라크 놈들 다 죽일 놈들이고 미군이 철수하면 우리나라 적화통일 된다. 출신지로 사람 따지는 것도 마찬가지.

그런 아버님께 강준만의 현대사 산책을 권해드렸다. '아버님 심심하실 때 읽어 보세요' 하고.
재밌어 하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예를 들어 '정인숙사건' 같은 일들은 아버님으로서는 신문에서나 알쏭달쏭하게 보셨을텐데 그 알쏭달쏭한 얘기의 내막을 아시게 되니 재미가 없으실꼬?

역시~ 성공!
어제 하루 집에 있어보니 아버님 이 책 읽으시는 재미에 푹 빠지신 듯. 현승이 보시는 것도 손을 놓으시고 보신다. 나중에는 애들이 떠들어대니까 베란다로 나가셔서 문 꼬옥 닫고 채윤이 책상에 앉아서 보신다. ㅎㅎㅎ

물론 이 책 한 권 읽으신다고 아버님의 사고가 어디 변하실 것인가? 그러나 이런 책을 읽으시는 것이 어딘가? 우리 현대사에 대한 이런 시각을 접해보시는 것이 어딘가? 책 곳곳에 아버님이 그리도 휼륭하다 생각하시는 박정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인권을 파리 목숨처럼 짓밟았는 지를 보시는 것 만으로도 어딘가?
차제에 <아미죽> <난쏘공> 이런 것부터 진짜 의식화 커리큘럼 한 번 제대로 꿰볼까나?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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