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편이 강의시간에 듣던 중에 '여자들이 죽으면 남자들이 너무 빨리 결혼한다'하는 논조의 얘기를 들었단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정신실이 죽으면 나는 어떻게 할까?' 하다가,

방에 틀어 박혀서 아무 것도 먹지 말고 있다가 굶어 죽어야지. 따라 죽어야지.

이런 생각을 했단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혼자 눈물이 나왔다고 하였다.


2.

며칠 후 동생과 통화하다가,

아버지 돌아가시던 밤에 대해서 얘기를 하게 되었다.

절대 잊혀질 것 같지 않았던 공포와 공황상태에 가까운 밤이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아버지의 죽음, 불을 환하게 켜놓고 아버지의 시신을 기다리며 장례식 준비를 하던 장로님들과 교인들의 분주함.

동생은 이 날 자기 집 같지 않아서 양말도 못 벗고 잤다고 했다.



얘기를 하다보니, 동생이나 나나 독특한 불안을 안고 사춘기를 보내고 지금까지 지나왔던 것 같다.

'아버지가 그러셨던 것처럼 엄마도 어느 날 갑자기 돌아가실 지도 모른다'하는 생각에 마음 한 구석 늘 불안에 떨면서 지냈던 것이다.

그 불안함을 정확하게 인식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한 동안 그렇게 기도했었다. 나는 동생보다 그래도 마음이 더 강한 것 같아서...'하나님! 엄마를 데려가시려거든 제발 동생이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된 다음에, 가족이 생겨서 마음 둘 곳, 위로 받을 곳이 있은 후에 데려가 주세요' 그런 기도를 간절하게 했었다.

어쨌든, 여전히 나는 엄마의 죽음을 생각하면 앞이 깜깜해지고, 세상이 끝날 것만 같다. 이런 내 마음을 직면하고 기도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조금 나아졌지만 가끔 엄마 돌아가시는 상상을 하면서 나는 나를 공포에 몰아 넣는 학대를 할 때가 있다.


3.

아직 일곱 살 밖에 되지 않는 채윤이가, 아니 현승이 까지고 '죽음'을 생각한다. 엄마가 돌아가시면 자기들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상상을 하면서 울 때도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 아직 어린데 부모가 돌아가신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공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학기 초만 되면 '편부 편보 손 들어봐' 이런 담임선생님의 말에 얼마나 얼마나 크게 상처를 받았는지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기 때문에...

내가 아니어도 아이들은 하나님의 자녀이고, 하나님께서 키우신다는 것을 확실히 믿지만 나는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성인이 될 때까지 옆에서 지켜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남편과도 오래오래 같이 살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죽음으로 헤어진다는 것.

그래도 결국 잘 살게 된다는 것을 알지만, 그리고 그 아픈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진다는 것도 잘 알지만...ㅜㅜ

200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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