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아빠와 저녁 본문

어린 시인, 꼬마 철학자

아빠와 저녁

larinari 2015.09.13 15:03

 

 

아빠와 저녁

 

 

아빠랑 단둘이

저녁을 먹는다

 

엄마가 한 반찬

을 가득히 차린다

 

치이익 아빠가

고기를 굽는다

 

한 그릇이 뚝딱

없어졌다.

 

 

 

선생님이 달아주신 코멘트를 보여주며

"엄마, 선생님이 시를 쓴 내 마음을 딱 아셨어. 내가 진짜 행복한 마음을 쓰려고 했거든. 나 진짜 아빠랑 둘이 그렇게 밥 먹을 때 행복해. 아! 그런데 엄마 그게 엄마가 싫다는 뜻은 아니야."

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나서도 몇 번을 더 확인합니다.

"엄마, 엄마 강의 가고 아빠랑 단둘이 밥 먹는 게 행복하다는 뜻이지 엄마가 싫다는 뜻은 아니야. 알았지? 진짜 그런 뜻은 아니야~아."

 

엄마를 뭘로 보고!!! 우리 사이가 그 정도를 확인해야 하는 사이야?

속으로 생각했는데 어릴 적 생각이 딱 났습니다.

 

어릴 적에 집에서 혼자 노래 부르면서 잘 놀았는데 '아빠의 얼굴'이란 노래를 좋았습니다.

 

어젯밤 꿈 속에 나는 나는 날개 달고 구름보다 더 높이 올라올라 갔지요.

무지개 동산에서 놀고 있을 때 이리저리 나를 찾는 아빠의 얼굴

무지개 동산에서 놀고 있을 때 이러저리 나를 찾는 아빠의 얼굴

 

이런 가사인데요. 노래를 막 시작했는데 집에 아버지는 없고 엄마만 있었습니다.

괜히 엄마가 신경이 쓰여서 가사를 '이리저리 나를 찾는 엄마의 얼굴'로 바꿔서 불렀죠.

특히 '엄마' 부분은 강조해서 또박또박.

가까운데 아버지가 있으면 이 노래는 다시 '아빠의 얼굴'이 됐구요.

 

아, 심지어.

 

할머니 머리에 눈이 왔어요. 벌써 벌써 하얗게 눈 왔어요.

그래도 나는 나는 제일 좋아요. 우리 우리 할머니가 제일 좋아요.

 

이 노래는 아버지가 있으면 못 불렀어요.

외할머니는 계셨지만 아버지는 실향민이라 할머니 할아버지가 북한에 계셨구요.

아버지 나이로 추정해 보건데 이미 돌아가셨을 테지만.

괜히 아버지가 슬퍼질 것 같아서.

또는 할머니 할아버지 없는 내게 미안해 하실까봐 아버지 앞에서는 자가 금지곡 지정이었지요.

 

 

# 현승이 너 엄마 많이 닮았구나

 

 

 

 

 

 

'어린 시인, 꼬마 철학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기 공개하기  (2) 2016.01.05
비 맞은 날  (2) 2015.10.12
아빠와 저녁  (4) 2015.09.13
(빡치신 담임 샘의) 기대  (6) 2015.09.04
담임샘 빡쳐버리신 일기  (6) 2015.09.04
제목 : 지리산 (김현승)  (12) 2015.08.25
4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