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아빠의 편지 본문

아이가 키우는 엄마

아빠의 편지

larinari 2007.07.08 16:58

채윤이에게


예쁜 이름을 가진 채윤아!

이 글을 읽게 된 채윤이는 몇 살 쯤 될까? 7살? 10살? 15살?... 궁금하네. ^^


아빠가 갑자기 채윤이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단다. 그런 생각은 그동안 여러번 가졌었는데, 실천은 오늘 처음 하는 것 같다. 엄마는 벌써 몇번이나 네게 편지를 썼었지.


채윤이가 지금 얼마만큼 '인식'하고 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빠는 아빠 인생의 최고의 전환기를 요즘 보내고 있단다. 아주 오래전, 아빠가 고등학생 때부터 꿈꾸던 일을 이제서야 하게 되었지. 그리고 이제 일주일 후면 시험을 치르게 되고, 그 결과에 따라 아빠 인생은 지금까지와는 달라지게 돼. 그러면 아빠의 심정이 요즘 어떨지 이해할 수 있겠지?


아빠는 내년부터 3년정도 일주일에 4-5일 씩 먼 곳에 가 있어야 할거야. 공부하기 위해서란다. 이렇게 굳이 가족과 떨어질 필요가 있는 걸까 생각해보면 아빠의 결정이 잘 한건지 확신이 안 서. 채윤이가 혹시 아는지 모르겠지만, 아빠는 결혼한 후 지금껏 거의 외박을 해 본적이 없단다. 그럴 일이 있어도 가급적 집으로 와서 엄마와 너네들과 함께 했지. 아빠는 바깥일보단 가족과 함께 "있는" 걸 무척이나 소중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그러기에, 내년부터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할 걸 생각하니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로구나.


그래서 아빠는 이런 결심을 했어. 도서관에서 공부하기보다는 집에서 너네들 얼굴 보면서 공부하기로 말이야. 도서관에 가면 방해받는 것도 없고 훨씬 공부가 더 잘 되겠지만, 사랑하는 채윤이, 현승이와 오랫동안 떨어져 있을 걸 생각하니, 하루라도 더 너네들과 같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 채윤이가 10살 될 때까지 떨어져 있는 건 아빠로서의 직무유기니까, 속죄하는 마음으로 집에 있기로 한 거야.


한 달 가까이 집에 있다보니 채윤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단다. 채윤이는 매일 밤마다, 아침마다 아빠가 오늘 집에서 공부하는지 도서관에 공부하는지 확인을 했지. 그런 채윤이를 생각하자만 마음이 저려와. 아빠로서는 맨날맨날 채윤이, 현승이와 함께 했으면 더 없이 좋겠거든. 게다가 아빠가 시험공부 한다고, 요샌 통 놀아주지도 못하고, 새로 산 인라인스케이트도 못태워주고...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아빠가 얼마나 미안해 하는지 채윤이가 이해할까?


어제 밤에도 채윤이가 확인을 했지? 오늘 집에 있을 거냐고.. 그러마 하고 약속해놓고선 오늘 약속을 못지켰구나. 아침에 채윤이가 우는 걸 보니, 평소 쥐어짜는 눈물이 아닌, 진짜 섭섭해서 우는 울음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단다. "아빠는 왜 약속을 안 지켜요?" 채윤이가 이렇게 말했을 때, 처음으로 듣게 된 채윤이의 이 말이 아빠 마음을 두드렸단다. '아! 드디어 아빠가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참 부끄러웠어.


채윤아! 아빠도 채윤이처럼 항상 채윤이 곁에 있고 싶어. 하루라도 안보면 채윤이, 현승이 생각에 다른 일들을 잘 할수 없을 정도지. 마음이 허전한 게 너무 이상하거든. 그래서 채윤이 마음을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렇지만 아빠도 아빠 일을 해야된단다. 하나님께서 아빠한테 준 꿈도 있고, 아빠로서는 그 꿈을 이루고 싶은 열정도 있어. 신나고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아빠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채윤이한테 보여주고 싶구나.


채윤이가 아빠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거 아빠가 잘 알아. 아빠 얼굴이 자꾸 떠올라서 없으면 보고 싶어하는 거 잘 알고 있단다. 아빠도 채윤이처럼 똑같이 같은 마음이란 거 채윤이가 이해했음 좋겠다.


예쁜 채윤아!

아빠가 아빠한테 주어진 사명에 충실해야, 아빠가 행복해질 수 있고, 아빠가 행복해져야 채윤이도 아빠의 행복을 나눠 가질 수 있단다. 지금은 아빠가 자주 늦게 들어오고, 그리고 내년부터는 일주일에 반 이상 아빠 얼굴 못보더라도, 이 모든 게 우리 가족의 행복을 가져다 줄거라 생각했으면 좋겠다.


채윤아! 하늘만큼, 땅만큼, 바다만큼, 우주만큼 사랑한다.

2005/12/07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