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빨간 고추장 양념은 떡볶이로 통한다.
모든 간장 양념은 궁중 떡볶이로 통한다.
그리고 모든 떡볶이 양념은 라볶이, 당볶이 양념으로 통한다.

피정 마지막날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나간 남편은 천안의 신대원 도서관이라고 메시지가 왔다.
한때, 지성을 불태웠던 곳에 가 있다고.
결혼하고 남편을 보면서 '내가 했던 공부는 공부가 아니었구나' 싶었다. 
심지어 내가 썼던 학위 논문은 그가 학기 중 써내는 리포트만도 못하다는 생각까지 했다.
신대원 시절, 시험을 앞둔 금요일이라 수업도 없었는데 일찍 올라와야 할 남편이 12시가 되어 집에 왔다. 그리고 그 시간에 집에 와서 한 말은 "밥 줘"였다.
잠깐 공부하고 올라올 생각으로 낮 12시에 도서관에 앉았는데 중간에 화장실 한 번 갔다 오고 밤 8시 까지 그대로 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터미널로 가서 올라온 것이다.
개콘 만수르의 딸 마르다의 목소리가 들린다.
"무서워~ 사람 아니야~"

피정 마지막 날에 천안 갔다오면서 그때맹키로 "밥 줘" 떡하니 마플 메시지를 보내왔다.
채윤이랑 둘이 여자끼리 냉장고에 있는 야채 다 꺼내 채썰어 월남쌈 해먹고 젓가락 내려놓는 순간이었다. 여덟 시간 공부하고 온 것은 아니지만 칭찬 스티커 많이 모아놨으니까 콜!
(피정 동안 채윤이 현승이와 각각 데이트, 나와는 말할 것도 없고. 혼자 시간도 알차게 잘 보내고 칭찬 받아 마땅하니까)
어쩌다 생긴 오리 주물럭 코딱지 만큼 넣고,
떡은 없으니까 라볶이로,
월남쌈 먹고 남은 숙주 있어서 비벼 놓으니까 어머, 아삭하고 괜찮았다.
심플하고 맛있는 저녁, 또는 길고 알찼던 여름 피정 아이스 드립커피로 화룡점정.


'음식, 마음의 환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운 가지를 곁들인 오리엔탈 웨이브 파스타  (4) 2014.08.26
다중녀의 하루  (4) 2014.08.17
아삭 라볶이  (7) 2014.08.13
밥 달래, 갑자기 밥을 달래.  (2) 2014.03.19
전에 해보지 않은 음식, 전  (2) 2014.01.30
요~오물 뻬찀  (2) 2014.01.28
  1. BlogIcon larinari 2014.08.13 17:03 신고

    남편이 자기 얘기 썼다고 싫어할 것 같은데....
    지울까, 말까?
    ㅎㅎㅎㅎㅎㅎ

    • 신의피리 2014.08.13 17:08

      음... 아쉽다. 5초 차이

    • BlogIcon larinari 2014.08.13 17:11 신고

      왠일로 디게 빨리도 와서 보셨넹.
      맛있어서 용서해주는 거?

  2. 신의피리 2014.08.13 17:07

    언제, 무엇을 주문하든, 뚝딱 만들어내는 당신의 능력
    일상 시시콜콜한 사건에 빛깔을 그려넣어주는 마법의 글쓰기
    일신우일신 발전하는 사진실력

    걍~ 사는 게 복이요, 내가 제일 행복한 남편이다~~
    (돌 날라오는 소리)

  3. 아우 2014.08.13 17:20

    두분이 세트루다가...끄응~

    • BlogIcon larinari 2014.08.13 17:43 신고

      아무리 세트로 푼수를 떨어도 그렇지.
      그렇다고 남의 블로그에 응가를 해놓고 가는 게 어딨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