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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일상

안방 같은 블로그에서 징징대자

larinari 2012. 8. 28. 11:20


 

40여 평생 가장 잔혹한 여름을 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어느 모임에 갔더니 '에어컨 없이 어떻게 사세요?' 하는 말을 듣고 '내가 비정상은 아니다'라고 위로를 얻었습니다.)딱히 원고 탓도 아니고, 갑갑한 방 안의 구조 탓도 아닐 터인데…….그나마 손을 댈 수 있는 환경이라 생각한 것인지, 남편이 방의 구조를 바꿔주었습니다. 침대에 장롱에 책상까지 들어앉은 방의 구조를 휴가 첫 날 끙끙거리며 재정비한 것입니다.


단출한 책상을 창가 쪽에 붙여줘서 시야가 탁 트였습니다. 게다가 방문과 책상 사이를 침대가 가로막고 있어서 수시로 들어오는 아이들의 어텍으로부터 차단효과도 있습니다. 글 쓸 일이 더 많아지고 있다며 어떻게든 해주고 싶어 했습니다. 지난여름 폭염 속 히스테리를 보고 놀란 가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남편이 설교 준비를 하면서 끙끙 앓을 때가 있습니다. '여보, 한 줄도 못 썼어. 기도해줘. 성령이 떠나셨나봐…….' 이런 메시지를 받을 때 강한 연민의 마음이 올라옵니다. 정말 혼자 가야 하는 길을 걷고 있음을 알기에, 그 '고독'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겠지요. (물론 연민이 장성하면 짜증을 낳기 때문에 몇 번은 격려하다가 갈구는 것으로 끝나기는 합니다만)


글쓰기 역시 고독한 작업입니다. 이렇게 최선을 다해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줬는데도 글을 풀리지 않고 생각의 언저리만 맴돌고 또 맴돕니다. 새털 같은 마음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던 그런 마음으로 좀처럼 회복되질 않습니다. 책을 낸 부담일까요? 저자라 불리며 덧씌워지는 거품에 대한 두려움일까요? 글쓰기가 목적이 되어야지 수단이 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삶에서 글이 나와야지 글을 쓰기 위해 삶을 사는 건 재미가 없습니다. 이름이 알려짐으로 유혹에 빠져 그 순서를 뒤바꾸게 되는 것은 아닐까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 안으로 두 개의 원고를 다 마무리 하자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봅니다. 몸과 마음에 빡 들어간 힘을 빼고 내 안에 고인 이야기들이 줄줄줄 흘러나오면 좋겠다 싶습니다. 밖은 태풍으로 요란할지라도 내 마음은 깊은 바다처럼 고요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럴 때, 블로그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리 편하게 주절거릴 수 있으니 말입니다. 저자거리로 내보낼 원고를 쓰기 위해 한글 화면으로 옮겨갈지라도 마음만은 '안방 같은 블로그'에서 쓰듯 편안하게 써져야 할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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