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약 올리는 음악 본문

기쁨이 이야기

약 올리는 음악

larinari 2015.02.08 09:59

 

 

 

아침에 눈을 떠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라디오를 켜는 것.

이것은 20여 년의 습관입니다.

온종일 집에 있는 날은 93.1이 내내 돌아간다는 뜻이기도 했죠.

시부모님과 한 집에 살던 시절 가장 힘들었던 것은

뉴스와 아침 드라마로 시작해야 하는 하루였습니다.

요즘, 20여 년 된 습관을 자주 잊어버립니다.

정상 출근하는 날(비정상 출근은 새벽기도가 곧 출근인 그런 출근) 남편이 

"요즘에 음악을 안 들어?' 하며 라디오 켜는 일이 많았습니다.

 

4월 16일 이후로 어쩌다 보니 스르르 잊힌 습관입니다.

그럴 수 있다며 깊이 생각해보진 않았습니다.

 

오늘 아침 오랜만에 음악을 트니 현승이가 말했습니다.

엄마, 내가 아침에 장일범 아저씨가 얘기하는 라디오 틀면 짜증내는 거 알지?

왜 짜증 나는 줄 알아?

음악이랑 그 아저씨 말이 꼭 약 올리는 것 같아.

나는 졸립고 학교 가기 싫어 죽겠는데

편안하고 좋은 음악이나 들어라~

이렇게 말하는 게 내 마음이랑 맞지가 않고 약올리는 것 같단 말야.

 

아, 그렇구나! 현승아.

엄마가 음악을 잃어버린 이유였어. 

장일범 씨의 명랑하고 세월 좋은 목소리가 화가 날 정도였어.

그래서 특히 그 시간대엔 라디오를 건드리지도 않았지.

 

길바닥에 엎드려 우는 사람들을 약 올리고 빈정거리는 사회.

그 슬픈 마음이랑 맞지 않는 설교들.

의도적으로 맞추지 않는 언론의 주파수들.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기쁨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임에 빠진 친구를 구원하는 생명의 비밀기지  (10) 2015.02.22
종업 파티  (2) 2015.02.14
약 올리는 음악  (10) 2015.02.08
아이 대접  (4) 2015.02.06
네모의 꿈  (4) 2014.11.27
남자의 자격  (4) 2014.11.05
10 Comments
  • 프로필사진 신의피리 2015.02.08 11:22 그래서 그랬구나. 그래도 이젠 93.1을 켜는 게 좋겠소.
    음악 없는 시간에도 어떤 음파들이 공중에 떠돌긴 하겠지만,
    정적과 침묵 속에 달가닥 거리는 주방소리, 콩콩콩콩 걷는 소리, 부시럭거리느 아이들 가방 싸는 소리, 촤르르르 하는 씻는 소리...이 소리들도 때론 음악처럼 들리긴 하지만,
    들리는 듯 안들리는 듯 배경처럼 흐리는 라디오 음악들은 조금 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으오. 이제 트시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5.02.08 17:51 신고 오늘 현승이 덕에 인식했는데, 7-9시 가정음악 진행자가 너무 말이 많아. ㅠㅠㅠㅠ 어쨌든 알겠소. 틀겠소.
  • 프로필사진 BlogIcon 지난겨울 2015.02.08 19:01 신고 형님.. 우리에겐 무슈 전이 있어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5.02.09 20:54 신고 흠, 무슈 전, 무슈 전.... 이라면.....
    전....
    생각이 안 나요. 우리에게 있는 무슈 전이 누굴까요?ㅠㅠ
  • 프로필사진 BlogIcon 지난겨울 2015.02.09 21:57 신고 전기현 오빠요...(꺄아)
    자정에 할 땐 만날 들었는데
    한 시간이 참 아쉽더라고요
    이젠 저녁에 두 시간 하는데도
    잘 못 듣게 되네요.. 아숩..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5.02.10 09:12 신고 아하!
    전 옵빠. 저랑은 시간이 늘 어긋나신 옵빠네요.
    전에 아침 드라마로 하루를 시작하던 시절 퇴근 시간에 듣는
    '세음' 하루의 위로였어요.
    아기들 치료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같은 쟝르 노래(동요)만 부르고 치고 했거든요. 퇴근 길에 세상의 모든 음악과 만나면서 자가치료 하곤 했었죠. 그런 의미에서 좀 찾아 들어봐야겠어요.
  • 프로필사진 mary 2015.02.10 09:31 객이 불쑥 끼어 들어 죄송한데, 그냥 갈 수 가 없어서 잠시..
    저두 완전 전기현빠거든요. 하루를 마치고 자정에 잠자리에 누워 한시간이 정말 행복했는데 프로개편되서 엄청 아쉬워하고 있거든요.
    자정에 딱 어울리는 목소리에 음악들이었는데..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5.02.11 11:32 신고 객이 아니시고,
    이 포스팅의 댓글 담당은 mary 언니님 아니시겠나,
    생각하며 썼습니다. ^^
    무슈 전이 지켜주던 자정은 저만 비켜갔군요. ㅠㅠ
  • 프로필사진 BlogIcon 지난겨울 2015.02.11 11:56 신고 일에펨.. 하니까 두 개의 방송사고가 생각 나네요

    작년 중반 쯤... 가정음악 생방 중에 '까똑 까똑'이 울렸던 적이 있습죠
    일에펨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 같은데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진행자가 사과하며 마무리되긴 했지만
    일에펨의 기강이 해이해졌다고 의심하게 만든 여러 사건 중 대표였습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다른 한 개의 방송사고는 그래도
    일에펨에 건 희망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힘이 있었는데요
    무슈 전께서 사연을 읽다 감정이 복받쳐 말을 잠시 잇지 못했던 일입니다

    일에펨 얘기 하면 골수팬들, 종일파들은
    관여도가 급 높아지더라고요..
    음악만 듣겠다면 BBC Radio 3도 좋습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5.02.11 22:55 신고 일에펨 골수팬은 아닌데
    일에펨, 일에펨, 이거 어감이 참 좋네요.^^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