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대림절 초 넷이 모두 밝혀졌습니다.

기다림의 시절입니다.

그분을 향한 기다림, 그리움이 더욱 사무치는 시절입니다.


대림절기를 시작하며 주일 저녁마다 아이들과 둘러앉아 촛불을 밝혔습니다.

한 주에 하나 씩 초가 늘어납니다.

첫번째 초에 불을 밝히던 날 아빠가 빛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자며, 예수님은 빛으로 오신다면서요.

엄마도 함께 거들었습니다. 오래된 어린이 찬송가를 들려주면서요.

어둠을 몰아내는, 찬 마음 녹여내는, 무서움을 쫓아내는

환하고 따스한 희망의 빛이라고요.


아이들이 없는데 솔직한 말씀 드립죠.

촛불을 밝혀 주위가 환해지는 것은 수도 없이 봤지만

거짓이 참을 이기는 것을 본지가 언제인지요.

그런 적이 있던가요?

빛이 어둠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힘이 모든 걸 이기는 것 아닌가요?

진실하기로 마음 먹은 사람들은 짓밟히고 따돌림 당할 뿐

거짓을 작당한 자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힘과 안전이 보장되는 곳 아닌가요.

그렇던데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을 침몰하지 않는다.


자주 이 노래를 불러보지만 이 노래가 절절한 이유는

안팎의 현실이 자꾸만 이 노래를 뒤집어 놓기 때문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승리의 노래는 늘 거짓과 어둠이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상처받아 우는 것은 늘 약한 자의 몫입니다.

노래를 거꾸로 부르게 됩니다.


빛은 어둠을 이길 수 없지.

참은 거짓을 이길 수는 없어.

진실을 날로 침몰해갈 뿐이다.


유난스런 목마름과 그리움으로 대림절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대로 해를 보내고 해를 맞기가 두려워 며칠 기도 피정을 다녀왔습니다.

그분을 만나러 간 고독한 자리에서도 노래 가사는 제 자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제 안의 어둠이 빛을 압도할 뿐.

터질 것 같은 마음으로 침묵의 울부짖음을 울었습니다.

빛이신 당신이 이렇게 캄캄하게 다가오실 수 있습니까.

아주 사소한 것부터 큰 일까지.

나의 시시콜콜한 일상에서부터 국가와 민족의 대사까지.

빛은 어디에! 빛은 어디에! 

어린 아이처럼 주저앉아 생떼만 쓰다 돌아왔습니다.


거실 한 구석 대림절 초는 속절 없이 타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촛불을 마냥 바라보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지, 일어나 밥을 하고 커피를 내립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마지막 가사가 사무친 슬픔, 사무친 희망으로 살아옵니다.

대림은 기다림의 절기입니다.

구원의 빛, 당신을 기다리는 것만은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새 하늘과 새 땅을 보았습니다. 이전의 하늘과 이전의 땅이 사라지고, 바다도 없어졌습니다. 나는 또 거룩한 도성 새 예루살렘이, 남편을 위하여 단장한 신부와 같이 차리고, 하나님께로부터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때에 나는 보좌에서 큰 음성이 울려 나오는 것을 들었습니다. "보아라, 하나님의 집이 사람들 가운데 있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실 것이요,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 하나님이 친히 그들과 함께 계시고,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니, 다시는 죽음이 없고, 슬픔도 울부짖음도 고통도 없을 것이다. 이전 것들이 다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계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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