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맞아! 그게 정말 의외지? 엄마는 호기심도 많고, 성격이 막 외향적이라서 와아아아~ 이렇잖아. 새로운 걸 막 해보고 모험적일 것 같은데 실제로 그렇지가 않아. 오히려 안 그럴 것 같은 아빠가 보면 새로운 걸 막 해보려 하고, 안 해본 걸 겁 없이 하고 그래. 보기하고 쫌 달라.

 

'엄마 아빠의 모든 것을 논평하기' 놀이에 취미를 붙인 아이들이 입을 모아 하는 얘기다. 인정, 완전 인정! 안 먹어본 것 먹기, 안 가본 길 가기(어, 이건 좋아하긴 하는데!), 신문물 받아들이기... 에 많이 주저하는 편이다. 모르는 것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머리로는 '해보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새로운 것 앞에는 주춤하며 심지어 위축되기도 한다. 그러다 딱 한 번만 해보면 '다 안다'는 식으로 팽창되곤 하니, 경박한 것도 병이다.

 

코로나 19로 약속된 3, 4, 5월 약속된 모든 강의는 취소되었다. 간간이 zoom으로 진행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일언지하!는 아니지만 여러 말로 모두 거절했다. 대면 강의도 대규모보다 적은 인원을 좋아하고, 동그랗게 둘러앉아 주거니 받거니 얘기 나눌 수 있으면 더 좋다. 강의인 듯 편하디 편한 수다인 듯 집단상담 같은 만남이면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몸과 몸으로 만나는 강의에 눈빛 대화가 가능한 거리면 딱이지, 싶고. 하물며 모니터를 보고 강의를 한다는 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렇듯 여러 말로 거절했지만, zoom 같은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컸다.

 

최대한 엉덩이 뒤로 빼고 한 걸음 물러나고 물러나고 했지만 피하기 어려운 요청에 굴복하여 새물결을 맞았다. 한때 부산, 제주도에도 강의하러 간 적이 있는데 요즘은 몸이 안따라줘서 2시간 이상 걸리는 곳은 엄두도 잘 못 낸다. 한데 zoom을 타고 뉴욕에 다녀왔다. 당일치기로. 지난 월요일, 뉴욕우리교회 교우들과 온라인 강의로 만났다. 아닌 게 아니라 수강자들과 눈 맞춤할 수 없는 환경이 치명적이었다. 

 

농담이었지만 약간 진담이기도 했..... "제가 강의 정말 강의를 잘하는데, 모니터로 여러분을 뵙게 되어 실력 발휘가 안 될 것 같습니다." 시작하며 한 말을 남편이 방에 숨어서 듣고는 하루 종일 성대모사로 놀렸다. "제가요오, 강의를 정말 정말 잘하는데...... 우와, 자기 입으로 강의를 잘한대. 큭큭큭" 안 그래도 민망하여 이불 킥을 수도 없이 할 판이었는데, 남편 엉덩이를 이단앞차기로 차줄까 싶었다. 

 

강의를 잘하고 못하고, 다 지난 일 어쩌겠냐만. 계획이란 계획이 다 틀어지고만 코로나19 정국 덕에 지구 반대편 형제자매들과 연결된 것은 낯설어서 좋은 경험이 되었다. 막상 해보면 어려운 일 아닌데, 단 한 번 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 어렵고도 쉬운 한 걸음을 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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