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통화하고 난 현승이)

 

엄마, 할머니 텔레비전이 고장 나서 화면이 안 나온대. 지금 소리만 듣고 계신대.

.....................

너무 불쌍해. 엄마는 안 그래? 할머니 가엾지 않아? 나는 너무 슬퍼. 엄마.

방법이 없어? 아니이, 텔레비전을 고치는 방법이 아니라 크게 해결하는 방법 말야.

그래, 말하자면 그런 거. 같이 살면 엄마가 힘들어?

같이 살면 할머니는 좋지. 할머니가 뭐가 힘들어. 나는 그런 말이 이해할 수가 없어.

혼자 사시는 게 편해? 외롭잖아.

 

(한참 얘기를 나눴는데, 많은 말이 튕겨 나왔다. 그리고 잠깐 말이 없었다.

거실에 엎드려 엄마를 쳐다보지도 않고 딸랑딸랑 슬픈 말소리를 냈다)

 

엄마, 사람이 언제부터 어른 마음으로 바뀌어?

나는 어른 마음이 되고 싶지가 않아.

그냥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 않고 애들처럼 행동을 했으면 좋겠어.

왜 어른들은 많은 걸 생각해? 책임? 나는 그걸 잘 이해하지 못하겠어.

그게 어른이 되는 거라면 나는 끝까지 어른이 되지 않을 거야.

그냥 좋은 걸 하고,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고 행동할 거야.

아이들처럼 그렇게 하는 게 안 좋은 거야? 꼭 어른처럼 되어야 하는 거야?

 

(책임감 때문에 한 가지만 생각할 수 없는 어른의 입장을 변론하다 항복하고 말았다)

 

현승아, 니 말이 맞아.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좋은 걸 하는 아이같은 마음이 좋은 것 같아.

생각해보니 엄마도 그렇게 살고 싶은데 그런 마음을 너무 많이 잃었어.

잃었는데 찾는 방법은 잘 몰라. 너무 오래전에 잃어버려서 그런가 봐.

 

(결국 엄마의 항복을 받아낸 후에야 입을 다물었는데 뭔가 분이 풀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오늘 아침은 말씀을 읽어도 마음에 잘 들어오지 않고, 어젯 밤 현승이 목소리만 귓가에 맴돈다.

머릿속에 무성한 계획과 염려를 딱 끊어내고 좋은 일을 하는 삶, 그런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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