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언니 본문

마음의 여정

언니

larinari 2013.07.18 23:02

 

이 나이에 이유 대지 않고 '그냥' 만나는 만남이 있다면 사귀는 거 아닌가? 벙개! 이 한 마디에 그냥 만나는 언니들이 있다. 언니 중에 은근 오지랖쟁이가 있어서 장마 중 햇살 같은 경험을 했다. 여전히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었는데 이유 없는 벙개를 맞고 약속 장소로 나갔다. 그런데 이 언니가 카페를 대절시킨 것이 아닌가! 택시도 아니고 진짜 카페를 차로 대절시켜서 약속 장소로 불렀다. 완전 맛있는 핸드드립 커피를 말이다. 우리만을 위해서 문을 연 카페에서 오락가락하는 비를 맞으며 선 채로 무려 블루마운틴을 마셨다. 제주도에서 올라온 '바람카페'를 우리의 약속 장소로 부른 것이다. 바람카페는 바람처럼 움직이는 카페였고, 마침 그 바람이 우리가 벙개 친 지점에서 근거리에 있었고, 은근 마당발 언니는 그 카페를 발견했고 우린 마셨다.

향을 바닥으로 깔아주는 묵직한 공기, 산 내음, 만나면 좋은 언니들, 아저씨 손맛....
커피맛이 어땠냐고? 묻.지.마..

 

 

바람카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언니'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두 언니는 애초 교회 인연이지만 '언니'가 된 것은 블로그 인연이다. 한 언니가 교회 홈페이지 글을 보고 우연히? 필연히? 당시 내 싸이 클럽을 찾아와 열심히 댓글 놀이를 해주셨다. 여차여차 하여 그 언니 따라 티스토리로 이사를 했고, 이 두 언니와의 인연은 새롭게 시작되었다. 처음 셋이 만났던 날을 떠올려보니 7, 8년 전의 일이고 우리 집에서 월남 쌈을 앞에 두고 반갑지만 살짝 뻘쭘한 분위기로 만났었다. 또 한 언니는 블로그 이전부터 계신 언니님이시만 여하튼 셋의 만남은 순전히 티스토리 블로그를 통해서 무르익었다. 당근 언니님들의 오빠님들과의 만남도 특별하고 자연스러워졌다.

 

 

두 언니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여름의 초입, A를 만났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알게 되었지만 그다지 활발한 교류를 한 것은 아니었다. 짧은 글들이 페북에 올라오는데 '글이 맛깔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만나자는 연락이 왔고, 그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 반가웠다. 길지 않은 시간 만났다. 거두절미하고 하는 얘기마다 공감이 터졌다. 몇 년 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글로 봤던 느낌 그대로 감정의 오버가 없는 사람이라 더욱 좋았다. 헤어지고 나서 받은 메시지에서 '언니'라고 부르겠다 했다. 언니, 그래 언니다. 이것이 내 마음에 돌멩이 하나 떨어진 일이 되어 계속 동심원을 그리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내가 가진 콤플렉스 중 하나가 '언니, 오빠라고 부르기. 말 놓기' 이걸 너무 못한다는 것이다. 콤플렉스의 성질 머리가 그러하듯이 내게 안 되는 그것이 되는 사람 보는 일이 쉽지 않다. 초면에 '언니 언니, 오빠 오빠' 하면서 팔짱 끼는 더풀더풀함을 나는 부러워하고, 질투하고, 미워한다. A가 내게 '언니'라고 불러줬을 때 심지어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 같기도 했는데 나처럼 아무한테나 '언니'라 부르지 않는 사람일 거라는 투사 때문인 것 같다. 여하튼, 의미 있는 '언니'였고, 언니를 언니라 부르지 못하는 내 콤플렉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코스타에서 다시 한 번 내가 '언니'가 되었다. 이번에는 S동생이다. '사모님이라고 하니까 불편하시죠? 언니라고 할게요' 만난 지 하루 이틀 만에 언니-동생이 되었다. 언니라 부르는 것이 안 되는 만큼 쉽게 '언니'라 불리는 것도 편치는 않다. 헌데 이번에도 '이힛!' 좋은 것이다. 그래서 올여름에는 '언니' 이 한 마디로 어떤 치유적 경험 같은 걸 하고 있다. 풉.

 

 

'언니'라 불리며 히죽거리는 얘기는 여기까지다.

예전의 유행가 한 대목이 성대 언저리에서 맴돈다. '만날 수 없잖아. 느낌이 중요해. 한 번을 만나도 느낌이 중요해. 난 그렇게 생각해' 딱 유행가 가산데 이 글을 쓰면서 자꾸 흥얼거리게 된다. 관계에서 '허상'을 많이 붙들고 산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아닌 관계를 놓고, 좋아했다 화냈다 하며 사는 것 같다. 페북을 열어놓고 멍 때릴 때가 꼭 그렇다.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아는 사이를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맺는 인간관계가 늘어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유사품 '만남'을 진품으로 알고 공연히 그걸 붙들고 헛웃음, 헛발질을 내지르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얼굴과 얼굴을 맞대는, 언니라 부르고 불려도 걸릴 것 없는 그런 만남들로 마음의 공간을 채워가고 싶다. 그런 사람이 수백 명일 수는 없고, 천 명일 수는 없을 것이다. 내 인생 통틀어 열 명이 안 되어도 좋을테다. 주름 가득한 내 얼굴을 가까이 맞대어 보여주고 또 보여줘도 좋을 그런 만남. 한 번 만나고 다시 못 만날 사람이라도 속으로 '행복하길 바래' 하는 오글거리는 말이 절로 우러나는 만남. 그것 아닌 것들은 두려움 없이 놓는 연습을 해야지. 결심했다. 

 

 


'마음의 여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화대교 북단  (2) 2013.09.22
새의 날개  (4) 2013.07.22
언니  (8) 2013.07.18
조금 장황한 인사  (16) 2013.07.01
내 노래엔 날개가 없다  (2) 2013.06.28
고난 당한 자, 그를 위한 기도  (9) 2013.06.18
8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