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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정

엄마도 있고 어머니도 있다

larinari 2010. 6. 20. 19:39
다음 학기 새로 시작하는 공부에 대해서 친정엄마한테는 말을 못하고 있었다. 그러잖아도 걱정 근심 주식회사인 엄마한테 걱정을 하나 얹는 게 될까봐도 그렇지만 간단히 말하면 잔소리 듣기가 싫어서였다. 그렇다. 엄마는 잔소리와 간섭의 달인이다.


다른 얘길 하닥 슬쩍 공부 얘기를 꺼냈다. '뭐여? 대학원? 무신 공부를 또 헌댜. 야야~ 너 애들 잘 키우고 김서방 보필 잘 허는게....3%%$*$%$%^$#2$@@*...'
물론 엄마 입에서 나올 정답이다. '엄마, 그럴 줄 알었어.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뭘 하면 그래 잘했다. 해 준 적이 있어야지. 뭐든 나는 틀렸고 엄마가 맞는거지'


엄마는 그랬다. 가장 좋은 것은 엄마가 알고 있기에 내가 선택한 건 무조건 '아녀~어' 하고 태크를 걸고 보는 일이었으니까. 최근에 내 마음이 많이 자란 최근 몇 년에 인식한 것이지만 그 때문에 무엇을 선택하든 죄책감이 깊은 곳에 깔려있었다. 내가 원하는 뭔가를 하는 잘못된 것이다.특히 뭔가를 즐기는 건 잘못된 거다. 뭐 이런거?


커피 한 잔을 마셔도 혼자 마실 때는 상관이 없는데 아무라도 옆에 있다면, 특히 그 사람이 나보다 어른이라면 맘 놓고 마시질 못하는 거다. 뭘 하든 엄마의 간섭이 귀에 쟁쟁 울리기 때문이었다. 엄마 딴에는 사랑어린 지도편달이 어린 내게는 잔소리를 넘어 마음 깊은 곳에 금지령으로 자리잡은 것이었다. '너의 욕구를 채우는 건 옳지 않아!' 심지어 '욕구를 가지는 것은 옳지 않아'


그래서 결혼 초 시댁에 가서 식사 후에 아무도 커피를 안 마시는데 어머니가 '신실이 커피 마셔라' 이러시면 깜놀이었다. 나 혼자, 나만을 위해서 커피를 마셔도 되는건가? 내가 당당하게 내 욕구를 채워도 되는 거? 오홋!


엄마와 달리 어머니는 일단 수용하시고 보는 편이다. 엄마 안에는 정답이 있고, 그 정답은 말로 빨리 알려주는 것이 사랑이다. 어머니께는 일단 너가 하는대로 해봐라. '그렇게 해봐라'가 어머니의 답이다. 엄마한테는 나는 영원히 다섯 살 아이이고, 어머니께 남편은 다섯 살 때부터 어른른이었는지 모르겠다.


대학원 공부에 대한 엄마와 어머니의 극명한 반응이 내게 또 하나의 감사를 일깨웠다. 모든 걸 희생하며 내게 온갖 걸 주려고 했던 엄마는 끈끈한 애정만큼 끈덕진 간섭과 잔소리로 나를 묶곤 했었다. 서른이 넘어서 생긴 또 다른 엄마는 처음에 차겁고 칭찬할 줄 모르고, 인색함에 상처받는다고 투덜거렸지만 무한수용의 미덕으로 (본의 아니게) 내 어린시절 상처를 만지고 계셨다.


내게 엄마가 둘이라 감사하다. 것두 아주 성향의 엄마가 둘이라 더 감사하다. 무엇보다 이렇데 다른 두 엄마의 유일한 공통점은 가난한 기도라니... 매일 새벽마다, 가끔은 금식을 하면하시며 우리 가정을 위해 기도하신다. 두 엄마가 다 처음부터 가진 것 없이 예배당 찬바닥에 무릎 꿇고 기도하는 것으로 나와 남편을 키우셨으니 새삼스레 가슴이 뭉클하고 감동이다.
아, 나한테 엄마도 있고 어머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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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 프로필사진 mary 2010.06.21 01:21 그래서 이젠 커피는 물론 나의 욕구는 당당히 채우고 있다는 말이지?
    혹 아니라면 제발 제발 그러시길... 특별히 나한텐 막 깝쳐주세여^^

    내가 요즈음 잔소리쩐다는 말을 듣고 있는 터라 (솔직히 좀 억울하지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포스팅이네.
    울부모님은 잔소리나 간섭이 별로 없으셨거든. 그 땐 몰랐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아주 감사한 맘이 들더라고, 두고두고 새록새록.
    내가 엄마 입장이 되고 보니 간섭없이 믿고 지켜보는게 참 쉬운일이 아니었을텐데 어찌 그리하셨을까 싶더라고..
    끈덕진 간섭이 엄마의 끈끈한 애정, 이것도 분명 감사한 부분이 있겠지.

    사진... 울엄마도 저렇게 기도하셨을텐데.. 난 그런 엄마가 못되지만.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0.06.21 22:52 잔소리 쩐다! ㅋㅋㅋ
    잔소리 들으시면서 그렇게 바로 평가해주시는 자녀분도 대단하신 분이죠.ㅋㅋㅋ

    욕구는 사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다 채웠을 거예요. 제가 지금 채윤이를 보면 그래요. 문제는 이미 일단 '안돼' 소리를 먼저 듣고 '니가 하는 선택은 늘 아니다. 엄마가 젤 잘 안다'는 메세지가 마음에 새겨져 있어서 뭘 가지거나 선택해도 제대로 됐다는 생각이 안 드는 거예요. 기도하면서 생각하니 그것은 정말 큰 결핍이더라구요. 들어도 들어도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칭찬, 여전히 나는 뭔가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는 그 결핍감이 저를 끌고가는 힘이라는 걸 알았어요.
    아, 요 주제는 담에 한 번 다시 포스팅 해야겠어요.

    저는 요즘 이러구 저러구 잘난 척 할 것 없이 '그저 우리 엄마나 어머니가 기도하시는 만큼만 기도하고 엄마탓을 하자! 이러구 있어요.ㅎㅎㅎ
  • 프로필사진 forest 2010.06.22 09:10 엄마는 아빠가 안계시고,
    어머니는 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머니는 믿을 아버지가 계시니까 염려가 덜한거구요,
    엄마는 믿을 아빠가 안계시니 모든게 당신 책임이라지요.
    울 엄마도 그랬던 것 같아요.
    무한한 책임의식.. 거기에 염려까지..
    엄마의 책임과 염려는 평생 내려놓지 못하시더라구요. ㅜ.ㅜ

    이른 아침 심방입니다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6.24 09:45 신고 사실은....
    저희 엄마는 아빠 살아계실 때도 잔소리의 달인이셨어요.ㅋㅋㅋㅋㅋㅋ

    오늘 아침에 남편하고 얘기하다 생각을 해보니 엄마가 잔소리는 많았는데 저를 혼내키지는 않았더라구요. 그래서 좋은 점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어떤 땐 거짓자아이기도 하지만 제가 혼나질 않고 커서 저 자신을 대단히 고귀한 존재로 생각하는 긍정적 자아상도 가지게 된 것 같구요.
    하이튼, 요즘은 엄마 머리 꼭대기에 제가 앉아 있으니 통화하면서 엄마의 잔소리 태클이 날아오면 오히려 귀엽고 그래요.ㅋㅋㅋ

    6월이여 어서가라~ 털보부인을 돌려달라!!!!
  • 프로필사진 2010.06.25 01:29 비밀댓글입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6.25 09:24 신고 내 마음도 함께 운다.ㅠㅠㅠㅠㅠㅠ
    오늘 아침엔 너의 슬픔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가서 울께.
  • 프로필사진 myjay 2010.06.25 12:58 여성의 적은 어머니란 말이 있더군요.
    알아서 자기 딸이나 며느리를 수동적으로 만드는.
    사모님은 좋은 어머니를 만나셨군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6.25 19:54 신고 한동안 아니 지금도 어떤 부분에서 엄마는 저의 적이죠.
    ㅎㅎㅎㅎ

    엄마로부터의 상처를 그대로 직시하고 인정해야 엄마로부터 받은 좋은 것을 진심으로 감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요즘에야 비로소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엄마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것 같아요.
    요즘은 기도할 때마다 '우리 엄마에게 함께 하셨던 기도의 능력을 제게 7배나 더해주세요'라고 기도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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